이야기 삼국유사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6
강숙인 지음, 일연 원저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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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더불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책이다. 나라의 명으로 편찬된 '삼국사기'는 역사적 사실을 주로 기록하였다면, 일연이 펴낸 '삼국유사'는 개인적으로 자료를 수집하여 편찬한 것이다. 그래서 '삼국유사'에는 역사 기록에 남겨지지 못한 왕들의 숨은 이야기나 승려, 불교, 그리고 백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삼국시대의 역사서가 많이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현존하는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는 꼭 읽어두어야 할 고전이다. 이러한 필요성 때문에 완역본과 해설을 덧붙인 책, 그리고 원문의 내용을 읽기 쉽게 새로 쓴 것들도 많다.

 

푸른책들에서 펴낸 <네버엔딩스토리> 시리즈의 하나인 『이야기 삼국유사』는 이런 의미로 볼 때 독자들에게 역사를 바탕으로 하되 마치 할머니의 옛날옛적 이야기를 듣는 듯한 조곤조곤한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작가는 역사와 고전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새로운 시각으로 고전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이야기 삼국유사』를 통해 역사서가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책으로도 충분히 만들어지고 읽힐 수 있다는 장점을 보여준다.

 

『이야기 삼국유사』는 제1부 삼국유사 새로 읽기, 제2부 삼국유사 그대로 읽기로 구성하고 있다.

삼국유사 새로읽기완역본으로 읽으면서 조금은 아쉬웠던 부분, 이를테면 생략된 감정이라던가 기록에 남겨진 이야기 외의 내용을 작가의 시선으로 다시 해석하는 면에서 구수한 옛날이야기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리움은 바다 건너'(1부)는 내물왕의 두 아들 보해와 미해를 구출하기 위해 멀리 왜국으로 떠나고 그들을 구출한 김제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적진으로 남편을 보내는 김제상의 아내가 가진 안타까움과 애틋함과 부부의 오랜 그리움이 다시 만나는 신비함을 주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보희가 깨달은 것'은 김유신의 동생 보희가 꿈을 꾸고 그 꿈을 비단 치마로 사서 후에 김춘추의 부인이 되는 문희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에서는 자신의 꿈을 팔아서 왕후의 운명이 비껴갈 수 밖에 없던 보희의 시각에서 이야기한다.

'사랑은 죽음을 넘어'와 '나의 길을 가련다'는 호랑이가 사람으로 변신하여 삶을 살아가지만, 인간의 삶을 고수하느냐, 또는 호랑이의 운명을 따라가는냐에 따른 해석과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설화에 서린 꿈'에서는 서동요로 유명한 선화공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과연 왕가의 위치에서 한낱 백성이 부른 동요로 인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였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삼국유사 그대로 읽기는 내용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되 어린이 독자와 청소년들이 읽기 쉽게 문장을 보완한 15편을 싣고 있다.

 

『이야기 삼국유사』의 최대 장점은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해석했을 때 어떠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그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리고 그것을 읽는 독자의 즐거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그저 왕의 명과 나라의 존재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과감히 던졌던 김제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충직의 신하라는 점만 주목받지만, 사랑하는 부인과 자녀를 두고 떠나는 김제상의 마음과 결코 보내고 싶지 않지만, 신하라는 도리를 지키려는 남편을 보내는 부인 슬픔은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절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남겨준다.

이것은 작가가 역사에 관심을 두고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재해석하는 작업에 얼마나 힘을 쏟고 있는가에 새삼 응원의 말을 보내고 싶다.

책은 재미있어야 잘 읽힌다는 나만의 고집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하더라도 독자의 외면을 받은 책은 결코 좋은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이야기 삼국유사』는 흔히 알고 있던 내용 외에 상당히 흥미롭게 읽히는 재미를 주는 책이기 때문에 어린이 독자와 청소년들이 '고전'이라는 장르가 읽기 어려워서 피하는 책이 아닌 구수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그런 책으로 남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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