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걷고 싶은 길 - 길은 그리움으로 열린다
진동선 지음 / 예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모든 인생도 여행도 공짜는 없다.
떠날 수 있는 사람은 무언가를 버렸기에 떠날 수 있고, 무엇하나를 감내하기에 떠날 수 있다.
인생이나 여행에서 누구나 길을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야 할 길이 분명히 있는 사람, 
길을 나서는 순간 좌표와 방향이 분명히 선 사람만이 길을 나설 수 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길일지라도 가야 할 길이 분명한 사람은 그래서 행복하다.

단 한 번뿐인 인생으로부터 길을 나서는 순간 상상계의 삶이 시작된다.
삶은 행복하고 희망의 무지개는 피어난다. 
세상에는 왜 그토록 아름다운 것들이 많은 것일까.
 
   

먼 '길'을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후에, 이 다음에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을까?

가다가 멈춰 되돌아 보고, 또 돌아보는 이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음에도 왜 길을 나섰을까?

배웅하는 이가 있음을 알면서도, 느끼면서도 뒤돌아 보지 않는 이는 돌아오지 않을 운명이기에 그냥 가는 것일까?

손을 흔들고 웃으면서 다시 온다는 약속을 하고 떠난 이는 약속대로 돌아왔을까?

발 앞에서 시작되어 멀리 끝이 안 보이는 '길'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 본다.

 

'모든 길은 돌아오기 위해 존재한다'라는 저자의 말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고 싶다.

예담의 『그대와 걷고 싶은 길』에서 말이다.

 

사진평론가이자 전시 기획자인 저자 진동선은 수많은 '길'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얻은 모습을 담았다. 단 한 번의 발걸음을 한 길도 담았다.

그저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어주는 보행의 연장선인 단순한 '길'을 두고 저자는 무엇을 말하는가.

지나가면 그뿐인 '길'을 두고 '홀로 걷고 싶은 길' '그대와 걷고 싶은 길'이란 멋진 타이틀로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슬플 때 '길'을 걷는다.

외로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한다.

기쁨의 소식을 전하러 '길' 위를 뛰어간다. 

미래를 향해 두렵지만, 호기심 가득한 발걸음을 '길' 위에 내 디딘다.

'길'은 그런 존재이다.

울퉁불퉁 자갈길과 반듯하게 닦인 '길'도 있고, 오랜 세월을 담은 건물의 그림자를 안고 있는 '길'도 있다.

숨통이 트이는 파란 하늘과 푸른 초원을 둘러싼 '길'이 있다. 또 어떤이는 눈에 보이는 '길'보다 마음속에 뻗은 '길'때문에 더 먼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대와 걷고 싶은 길』은 하나의 시처럼 읽히는 에세이라고 하고 싶다. 사진집이라고 분류하기에는 들려주는 이야기가 많고 떠오르는 이야기가 많은 글이다. 흑백 속에 자리 잡은 '길'과 컬러 속에 오롯하니 보여주는 '길' 속에서 고독과 상실과 흔적을 이야기한다. 때론 잃어버린 '길' 때문에 '힘듬'을 호소한다. 해 질 무렵 한쪽부터 어두워지는 골목을 들여다보며 쓸쓸함도 애잔함도 남음을 느껴본다.

혼자 길을 걸어본 이라면 둘이 어울려 걷는 길의 든든함을, 따뜻함을 그리고 소중함을 안다. 그렇기에 혼자 걷는 길 뒤에 그대와 걷고 싶은 길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나 보다.

 

'길'이란 단순한 피사체를 렌즈에 담고, 그 길 위에 뿌려졌을 많은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흔적을 보여주는 이 책은 잔잔한 독백 같은 글이 사진을 바라보는 독자의 마음을 더 움직여준다. 보고 느끼는 책이다.

스쳐 가는 여행의 일정에서 길을 따라 움직이는 작가는 수많은 '길'의 얼굴을 표현한다.

한적한 시골 길을 걷는 노부부의 편안한 모습에서, 두 그루의 나무는 가지를 엮어 마치 한 몸인 듯 언덕 위에 서 있는 사진에서. 낡은 페인트 자국이 남았지만 삶의 가운데 자리 잡은 어느 건물 옆 골목길 사진에서. 낙엽길을 걷는 친구의 모습에서 독자는 저자가 말하는 인생과 삶과 감정을 공감하게 된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뻔하고 진부한 말 같지만 천천히 새기면 이보다 큰 의미의 말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길을 걸어본 자만이 중간중간 놓인 벤치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의 그대와 길을 걸어본 자만이 '함께'라는 소중함을 느낀다.

한 장의 사진에서 인생의 길을 이야기하는 흑백영화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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