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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8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김양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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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내 딸들이 아름답고, 교양 있고,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란단다. 칭찬과 사랑 그리고 존경을 받으면서 말이다. 행복한 젊은 날을 보내고, 현명한 선택으로 결혼을 하고, 근심과 슬픔이 없는 즐겁고 유익한 삶을 누렸으면 한단다.
여자에게 좋은 남자의 사랑을 받는 것만큼 값지고 행복한 일은 없단다. 내 딸들도 이런 아름다운 경험을 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 생각은 자연스러운 것이야, 메그.
희망을 품고 때가 오길 기다리는 것도 바람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도 현명한 일이란다. 그래야 나중에 행복이 찾아왔을 때, 여자로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거야.
사랑하는 내 딸들아, 엄마는 너희들에게 기대하는 게 많단다. 단순히 세상에 화려하게 내보내겠다는 뜻은 아니다. 또 돈이 많다거나 좋은 집이 있다는 이유로 부자와 결혼시킬 생각도 없단다. 집은 좋을지 몰라도 사랑이 없다면 그건 진정한 집이 아니니까. 돈이란 분명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긴 하지. 잘만 사용한다면 고귀한 것이 되기도 하고 말이지. 하지만 엄마는 너희들이 돈을 제일로 친다거나 거머쥐어야 할 유일한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너희들이 행복하고 사랑받고 만족할 수 만 있다면 자존심도 마음의 평화도 없는 여왕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가난한 남자의 아내가 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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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들 중 하나가 바로 『작은 아씨들』이었습니다.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네 자매-메기, 조, 베스, 에이미-이지만 사랑스러움이 항상 넘치는 그 모습은 어린 나에게도 무척 가슴설레고 아름다움을 주는 이야기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 번역으로 된 동화책도 읽고 사춘기에는 작은아씨들 후편으로 만든 영화를 TV에서 보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난 『작은 아씨들』은 이야기의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을 고스란히 떠올릴 수 있었는데요, 인디고에서 나온 『작은 아씨들』는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완역본이라 더욱 가치를 주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존의 『작은 아씨들』은 1868년 출간된 이후,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온 명작 중의 명작이고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번역본이 출간되었지만, 대부분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축약본이 대세였기 때문에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완역본의 출간은 미미한 수준이었답니다.(ㅎㅎ그대로 전 그 대부분의 어린이에게 속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인디고의 『작은 아씨들』은 완역 덕에 독자들이(특히 성인 독자들) 명작의 참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 자매를 둘러싸고 있는 행복한 배경과 등장인물의 감정과 생각을 고스란히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읽을수록 어릴 적 읽었던 『작은 아씨들』보다 더욱 진함을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어른을 위한 명작이라는 수식이 붙었나 봅니다.
『작은 아씨들』의 줄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죠.
가난하지만 가족간의 사랑으로 풍요로움을 느끼는 네 자매의 가정의 1년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크리스마스에 자매들은 멀리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와 없는 사람들을 도우고 늦게 돌아오는 엄마를 떠올리면 각자의 크리스마스의 소망을 이야기하면서 소설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네 자매의 구김없고 밝는 일상을 보여줍니다. 삶이라는 것은 우여곡절이 있기 마련이죠. 그리고 새로움도 있습니다. 늘 무섭게만 느껴지던 옆집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를 알게 되면서 가족같은 이웃 사촌을 만납니다.
사춘기를 벗어나 조금 더 어른스럽게 변하는 메그에게는 허영과 자신의 참됨 속에 갈등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작가로써 그리고 집안의 남자 역할을 하는 조의 결단력있는 행동도 보여줍니다. '작은 평화'라 불리는 베스의 모습과 막내로 응석받이 노릇만 하던 에이미가 조금씩 커가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어릴때 읽었던 『작은 아씨들』은 소녀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어하는 면만 보여졌습니다. 하지만 딸아이의 엄마로 다시 읽는 『작은 아씨들』는 여성이 갖고 있는 가장 부드러우면서 강한 면에 대해 해석하게 됩니다.
내 딸이 나처럼 크고,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또한 나중에는 또 다른 엄마가 되고, 어른이 되겠기에 네 명의 여자아이들이 예쁘고 바른 숙녀로 자라는 그 과정이 더욱 눈에 들어오는 소설이었습니다.
어릴때는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작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됩니다.
미국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의 일생은 그다지 밝고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초절주의자(超絶主義者)인 아버지가 세운 이상주의 공동체 ‘프루틀 랜즈’가 실패한 뒤 줄곧 어렵게 지내면서 한때 교사 생활 및 하녀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통속 작품을 썼으나 나중에는 진지한 작품을 썼죠. 남북전쟁이 시작되자 간호병으로 자원했다가 장티푸스에 걸려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때 쓴 편지를 단행본으로 펴낸 『병원 스케치』가 첫 명성을 안겨 주었고, 평생 시, 소설, 수필 등 300편에 가까운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 자신의 가정을 모델로 한 자전적인 소설『작은 아씨들』 로 아동문학가로서의 명성을 확립했습니다. 그 밖에도 어린 시절의 경험을 소재로 하여 『구식 아가씨』, 『조 고모의 스크랩 가방』, 『작은 도련님들』, 『8명의 사촌들』, 『조의 아이들』 등의 작품을 썼습니다. 말년에는 경제적인 근심에서 벗어났으나 끊임없는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으며, 어머니와 막내 동생 메이가 죽자 동생의 어린 딸을 맡아 키우며 여생을 어둡게 보낸 작가입니다.
마음이 늘 어두웠을 작가에게서 이토록 밝고 사랑스럽고 따뜻한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작가로서의 숨은 재능은 환경으로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이었나 봅니다.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는 이름대로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한몫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고, 어릴 적 느꼈던 그 따스함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아씨들』로 행복한 시간을 느낀 시간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