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식 똥, 재래식 똥 - 반짝이는 유년의 강가에서
윤중목 지음 / 미다스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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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유년 시절은 어땠습니까?"라는 질문을 떠올리고, 그 답을 말하려고 하니 눈을 지긋이 감고, 한참을 떠올려야 하는 나이가 되어 있다.

건망증이라는 이유로 나이먹음을 변명하려는 것도 있지만, 치열한 삶을 꾸려오면서 유년의 순수함과 해맑은마음과 여린 감성과 아름다운 추억은 마치 내 것이 아닌양 버리지는 않았을까. 더 독하고 더 철저한 것이 마치 성공된 자들이 갖어야하는 냉정함으로 인해 전자를 모른척하지 않았을까.

뭐,,,이렇게 거창한 서두는 접어두고라도 유년의 기억은 어렴풋이 잔상만 남아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많은 생각을 들게한다.

 

<수세식 똥, 재래식 똥>은 그 잊혀진 나의 유년시절을, 그래도 포부가 크고, 미래의 꿈이 거창했던 그때의 시간으로 초대한다.

작가가 말하는 유년시절은 나의 여중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초등생 내내 길렀던 긴 머리를 짧은 단발로 자르고, 옷이 걷는지 사람이 걷는지 구분 안되던 커다란 교복을 입었던 시절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학원에 얽매이는, 어른보다 더 바쁜 생활을 하지만 그때는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모여 떡볶이를 먹고, 라면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던 시절이었다. 늦은밤 엄마몰래 듣던 라디오를 통해 노래를 외우고, 사연을 들어가면 밤을 꼬박 새우던 시절이었다. 문학부 활동을 하면서 자작시를 만든답시고 끄적대던 그때였다.

이처럼 <수세식 똥, 재래식 똥>은 마치 새로운 기억처럼,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하나씩 하나씩 떠올리게 하는 달콤한 그리고 포근한 기억의 추억여행을 함께 하는 친구같은 에세이다.

 

'세운상카키드' 'YMCA 학원'  '반공 관련 글짓기' '소풍에서 장기자랑으로 활약하던 친구'는 오랜 세월이 지난후에도 밤새도록 친구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게 만드는 그런 달콤한 사탕같은 이야기들이다.

유년..

굳이 언제부터 유년이 시작되는지 중요하지 않다.

<수세식 똥, 재래식 똥>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독자에게 묻는다.

"아득한 어릴 적 누구나가 겪어봤음직한 16편의 이야기들을 모자이크처럼 펼쳐 붙인 이 책은 우리에게 진정 "유년의 강"으로의 가슴 벅찬 초대였을까? 그리하여 두근대면 달려간 유년의 강가에서 우리는 소담스레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아지랑이를, 또 뭉게구름을 보았을까? 그리고 그 속에서 유리가 만화경처럼 소중히 간직하고 살아왔을 유년시설 곱다란 기억과 추억의 다발들을 보았을까?"

 

그렇다. 잊혀지다 못해 어느덧 기억속에서 지워져버린 유년의 강을 찾아낸 이정표가 되었다. 그 맑던 하늘과 그 맑던 푸르름을 떠올리며 행복했던 기억을 다시 느끼게 하는 이야기이다.

나에게도 차곡차곡 쌓여진, 그것을 바탕으로 40대 중년까지의 삶을 차곡차곡 다질 수 있었던 그 작은 인생을 바라볼 수 있었다.

<수세식 똥, 재래식 똥>은 여린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는 엄마의 마음 같은 이야기다. 멀리 있는 고향집의 구수한 저녁내음같은 그런 이야기다. 고향을 찾듯이, 엄마의 품을 찾듯이..아련한 느낌과 향긋한 내음과 그리고 다시한번 가보고 싶다는 추억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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