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
조이 슬링어 지음, 김이선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블랙코미디란 장르를 너무 쉽게 여겼던 탓일까. <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는 개인적으로 참 읽기 더딘 책이다. 인간존재의 불안,불확실성을 표현하는 블랙코미디란 장르를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이 책은 상당히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그런 책이다.

캐나다 출신의 작가, 저널리스트인 작가, 그리고 그의 명성과 더불어 첫번째 소설이라는 점이 기대를 갖게 한다. 오랜 글작업에 몸담았던 저자가 낸 첫번째 소설이라 하니 처음 작업하는 그것에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을까라는 기대심이 생긴다.

 

아주 사소한 사건으로 부터 동기부여를 갖게 된 주인공 노인 밸런타인. 그는 그저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간 망나니를 죽여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행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정말 우연치않게 그 망나니 하나가 죽어버린다. 밸런타인은 나머지 망나니들도 죽여야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계획하고 또 계획하고 착수해야 한다. 한가롭게 집안 살림을 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스스로 수도원으로 들어간다. 오로지 남는 시간 모두를 복수를 성공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을수록 노인끼리 서로 의지하고, 어울려 사는 사회시설이 많다. (노인들이 서로 의지를 하는지, 아니면 그저 수도원이란 울타리만을 인정하는지에 대해서는 독자가 판단해야 할 것이다.)

<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 의 노인들은 어찌보면 남는 시간을 노인 특유의 고집과 아집으로 해석해서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노망기있는 노인들의 무모한 계획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죽는날을 받아놨다 하더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말하고 싶은 깊은 내면의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닐까.

 

사회가 발달하고 복지시설이 발달한다 한들 노인들이 갖게 되는 세월의 허탈함과 흐릿해진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세워주는 것에 대한 충족은 없다. 하지만 노인들은 그것을 충족시켜달란 의지조차 없어진다.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고,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저 나이가 들면 조용히 마지막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자의로, 타의로 결론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이런 무기력한 노인들의 눈에 밸런타인은 무척이나 쌩쌩한 사람이다. 무엇이 그렇게 바쁘고 생각이 많은지, 그 바쁨과 생각많음은 오히려 더 행복해 보이고 즐거워보인다. 우연찮게 밸런타인의 계획을 알게 되고 노인의 입에서 또 노인의 입으로 전해지고 그것이 점점 더 커다란 계획으로 변경을 하고 수정을 하게 된다.

절대적인 무기력으로 일관하던 노인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잠재적인 능력..이제껏 사회를 돌아가게 했던 그 원동력이 모두 총동원된다.

'수도원 집행 위원회'라는 그럴듯한 명칭까지 만든다. 그리고 대상자를 물색하고 계획하고 실행한다.

또박또박 줄거리를 이어가는 글에 익숙한 독자라면 어쩌면 이 책은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확실한 죽음의 방법도 없고, 결론도 없다. 앞뒤정황을 기억해야 하는 장면도 있다.

결론이야 당연히 독자들이 파악하고 밸런타인과 '수도원 집행 위원회'를 파악하는 것 역시 독자의 몫이다.

 

세상과 단절된 또다른 세상에서 노인들이 나름의 능동적인 행동과 생각으로 인한 엔돌핀이 방출된다고 하면 너무 과장되는 표현일까?

어느 한 시설에 힘없는 노인네들을 몰아넣고 그 속에서 조용히 마지막날을 기다리십시요~라고 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이 노인들은 집행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 마지막 날이 오늘 밤이 될지, 내일이 될지, 몇달 후가 될 지 모르지만 계획을 하고 준비를 하고 집행을 하는 동안은 살아있다는 존재감만으로 행복을 느끼는 노인들이 아닐까 싶다.

 

지구 온난화, 수도원등의 자선단체와 각 정부간의 관계, 냉동인간이란 단어가 주는 모든 가능성, 의무감때문에 수도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자식들, 노인들은 그저 하나의 상품으로 여기는 수도원 직원들,,,심각한 주제가 표면에 있지만, 그 속에서의 당사자들은 오히려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또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진다. 아이니컬하다라는 말이 가장 적절하다. 이것이 이 책의 원제 <Punch Line:펀치 라인-예기치 못한 웃음을 이끌어내는, 농담이나 재미난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딱 맞는 단어가 아닐까.

참으로 어렵게 읽어 내려간 책이다.

블랙코미디라해서 사회풍자를 뒤섞어놓은 수준만으로 생각한다면 독자는 조금 더 깊이를 다져야 하는 마음의 준비를 갖고 일독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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