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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
김의담 글, 남수진.조서연 그림 / 글로벌콘텐츠 / 2010년 4월
평점 :
남편이 가끔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도대체 여자들 속은 알 수가 없단 말이지.."
작은 일로 투닥대는, 또는 소소한 일상으로 깔깔대는 나와 딸아이를 보며 하는 말이다.
몰라?? 왜 몰라??
나랑 살면서 왜 여자를 몰라??
이런 반박을 하고 싶은 나에게 문득 또 하나의 말이 떠오른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 이건 뭔소리??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어라?? 오늘 내가 왜 이런 중구난방으로 떠들어 댈까..
다시..책에 집중하자..집중!!!
여자를 알면 내 안의 여자를 알 수 있을까? 구구절절 의미없는 수다를 서론부터 꺼낸 이유는 바로 이 책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이다.
<Her,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란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책을 말하고 싶다.
<Her,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는 여자의 이야기라고 하고 싶다. 여자이면서도 정작 여자의 속마음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여성 독자에게 물어보고 싶다.
"날"란 존재는 내 속의 여자, 그녀를 잘 알고 있을까?? 잘 알고 계세요??
가슴 속에 있는 소소한 이야기과 때론 묻고 싶었던 가슴 시린 이야기를 마지 한가한 오후에 벤치아래에서 편안하게 앉아 서로 조근조근 나누는 듯 하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다가도 점점 마음을 열고 여자에 대해서, 감정에 대해서, 일상에 대해서 그리고 삶에 대해서 더 많이 이야기하게되는 그런 책이다.
20대를 정신없이 보내고, 30대를 바쁘게 보내고, 40대에 들어서고 나서 이제서야 겨우 "삶이라는 것은 평범하답니다.." "댁의 삶이나..내 삶이나..별반 다른 게 없어요..그게 인생이랍니다.""라고 조금은 아는척 하는 때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Her,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에 들어있는 자근자근 씹는 맛이 나는 글들은
곧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쩜 내 속을 그렇게도 잘 표현해주니.."
작가는 평범한 주부였음을 말한다. 남편과 아이와 오손도손 살고 있고, 30이 넘어서 그동안의 그 오손도손을 글로 표현하였다.
부럽다.
자신속에 있는 글을 부드럽게 글로 표현하려는 그 용기가 참 부럽다.
오랫동안 보관하고 싶을 하나의 예쁜 다이어리처럼 참으로 예쁜 책이다.
작가의 글에 맞게 여자의 표정을 그려내고 있는 일러스트 또한 관람의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이상하게도 여자들은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시간이 흐르면 친구라는 것이 없어진다.
여고때의 친구나..어릴 적 동네 친구나..어느 순간 누구엄마, 누구의 아내로 살면서 나의 것은 사라진다.
때론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고, 때론 나만의 삶이 의미없다고 느낄 때가 있고, 때론 봄을 즐기는 다른이들의 모습은 나와 동떨어져 있다고 여길 때가 있다.
하지만 여자들이여..우리 다시 똘똘 뭉쳐보자.
40대 아줌마인 나, 30대인 저자나, 그리고 20대의 새댁 모두 똑같은 삶이거든. 똑같은 인생이거든..
<Her,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는 겨울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쓸쓸한 마음을 훌훌 털어내게 한다. 아마도 내 속에 들어앉아있던 우울감을 대신 밀어내줬나보다.
그리고 시간이라는 것은 내가 받아들이고 해석하기 나름이란다. 내 속에 있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기 마련이고, 지금 이해하지 못할 일도 시간이 지나면 또다른 생각으로 이해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좀 더 진국을 담아내는 인생의 맛을 알 수 있다.
그러다 서른셋이 되어 알게 되었다.
나의 과거의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는 것을.
과거를 딛고 일어서
아픔과 상처, 그리움과 어설픔, 약간의 모자람,
그리고 무심히 찾아드는 행복과 간간이 발끈하는 도전의식으로 만들어진 지금의 내가 있었다.
나는 새로이 빛나고 있었다.
비록 영광이 아닌 빛을 잃은 시간들이지만
과거가 지금의 날 만든 근본적 계기와 용기의 산물이 되었다.
이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
나는 암흑 속의 보석과 같이 빛을 발했다.
이 사실을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어떤가,
그 대가는 이렇게 훌륭한 것을.
나는 멋지다.
-받아들이기(p140)에서-
혹여나 지금 지친 여인이 있다면, 지금 미래가 막막한 여자가 있다면, 때론 너무너무 행복에 겨운 여자가 있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책 속의 삶을 들여다보자.
아마도 더 나은 후일의 여자가 되는 묘한 비밀 하나를 발견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