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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휴양지
로베르토 이노센티 그림, 존 패트릭 루이스 글,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비룡소의 <마지막 휴양지<를 보고 잠시 어리둥절했다. 비룡소라하면 거의 아이들 책만 인식하고 있는 나여서 그런지 <마지막 휴양지<는 처음 읽고나서도 이해가 금방 되질 않는다.
그렇다고 책에 대한 궁금증을 그냥 지나치면 안되지..관련 자료를 다 찾아본다.
<마지막 휴양지<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그림과 존 패트릭 루이스의 글로 구성된 만화책이다.
일반적인 분류로 본다면 자녀교육에 관련된 부모들이 읽을만한 성인을 위한 그림책이라 할 수 있지만, 11세부터 20세까지 권장연령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다.
로베르토 인노첸티는 공식적인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고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어린이 책 삽화가 가운데 한사람이다. 글을 쓴 작가 존 패트릭 루이스는 시인이자 이야기 구성 작가로 유쾌하고 서정적인 힘찬 문체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마침 <마지막 휴양지<가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얼마전 종영한 시트콤 드라마의 마지막 편에서 언급되었고. 그것을 두고 복선이다. 또는 주인공의 실체에 관한 언급까지 왕왕 나오는 때라 더욱 구미를 당기는 책으로 주목받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의 세경과 지훈은 미술관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고 바로 이 그림 <마지막 휴양지<를 같이 바라본다.
지훈 : 이 그림이 마음에 드나봐? 아까부터 오랫동안 보고 있던 것 같던데..
세경 : 아뇨 그냥, 제목이 마지막 휴양지라서
지훈 : 그러네 왜 마지막 휴양지지? 휴식을 주는 휴양지가 마지막이라니까 왠지 슬프네.
그리고 드라마속의 그림으로 여러가지 네티즌들의 아우성을 듣고 말았던 결말이지만..암튼..드라마의 결말에 이 그림을 넣은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심오한 생각도 해보게 만드는 묘한 느낌의 그림임은 틀림없다.
주인공 화가는 멀리 떠나버린 상상력을 찾으러 여행을 떠난다.
작가에서 상상력이라는 것은 창조의 가장 큰 활력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삶은 다른
부분보다 더 중요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시작되는 그림은 마치 내가 걸어가고 있는 여정의 순서와 그 모든것을 다 말하고 싶어하는 듯 하다. 무척이나 꼼꼼하게 그려진 것이 그렇다.
어떻게 그리고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 빨간 자동차가 길을 아는 것 같았다라고 말은 하면서 혼자만의 여정이 이어진다.
좀 센티멘탈적인 표현을 하자면 인생의 굴곡인게야..아니면 삶이란 그렇단다..라고 해석한다면 될까.
스토리의 전개는 내내 조용함..평화로움..너무나 고요함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여러 주인공의 등장에도 마지막 휴양지에서는 다소 침묵을 지켜야하는..그것이 배려라기 보다는 서로간의 약속인 듯한 느낌이 든다.
바닷가 호텔에서는 우리가 기억했었던. 지금은 잊혀진 또는 아직까지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지난 과거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결코 어느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먼저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갖고 있는 특징만 언급한다.
물론 독자들은 그 특징만으로도 고전의 주인공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의 한 인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작은 인어 아가씨<를 표현한 병약한 소녀, 1930년과 1940년대 당시 가장 유명했던 매우 피터 로어, 알렉상드라 뒤마의 <몬테크리소토 백작<의 주인공, 그리고 <어린왕자<를 쓴 작가와 그 외 인물들까지..
이야기속의 인물은 실존하던 인물도 있고 허구의 인물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그 무엇을 찾는 각자의 이유를 따라 이 곳 휴양지에 오게 된다.
나는 이 책이 갖고 있는 의미..독자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잿빛 사나이 그레이씨의 철자바꾸기 놀이에 들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어느 날 잠잘때 '범죄의 자서전'이란 은밀한 제목이 떠올랐어요.
오늘가지도 그 말의 또 다른 의미를 찾고 있었지요. 이 제목은 이렇게 말해도 됩니다.
'내가 희미한 흑백 사진이라면' 글자 하나하나는 같지만 단어는 달라지지요."
범죄들의 자서전 - An Autography og Crimes
내가 희미한 흑백 사진이라면 - If I Am An Obscure Gray Photo
"그런 것 같네요." 멀리 있는 기사들의 모습을 찾으려고 애쓰던 낚시꾼 소년이 말했다.
"말 장난꾼이 남긴 작은 메모를 찾아냈어요.'
마지막 휴양지'란 '일어버린 마음이여, 쉬어라'와 같다."이거야말로 재치 있는
철자 바꾸기예요.
오랫동안 고생했던 풍차 신사에게도 잘 어울리는 말이죠."
마지막 휴양지 - The Last Resort
잃어버린 마음이여, 쉬어라 - Lost Heart, Rest
낚시꾼 소년이 대답했다.
"화가 아저씨. 어디든 강물이 흐르는 곳이면 다 좋아요.
제 생각에는 새우가 요술을 배울때까지 둘이서 항해를 계속할 수 있을 만큼
아저씨가 많은 영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 그렇단다.
그러면 사람들이 눈을 찡끗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신호를 보내고 비밀 악수를 하면서 기적을 즐거워하는 곳으로 가자꾸나."
그리고 나는 정말로 그렇게 했다.
잃어버린 상상력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하는 꿈속의 이야기같은 그림책이다. 굳이 이 그림책은 무엇을 의미한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읽어가면서 그리고 책속에서 만나는 그 인물들을 다시 쫓아가는 그 생각의 과정에서 우리는 특히..어른들은 퇴색되고 있던 상상력을 충분히 동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상상력을 가졌던 때를 기억하게 된다.
<마지막 휴양지<는 무엇인가를 똑부러지게 결말을 얻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조금 더 여유의 시간을 갖으라는 이야기로 들리지도 모르겠다. 또는 찾아헤매는 모험조차 시도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알려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이라는 의미는 각각의 이해에 따라 해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지막 휴양지를 다녀온후 그 다음은 다시 큰 길을 따라 여러 차들과 섞여 새로운 모험을 찾아 나서게 되는 순서가 기다리고 있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