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바이올린
조셉 젤리네크 지음, 고인경 옮김 / 세계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바이올린의 명기로 알려진 '스트라디바리우스'

그리고 천재적인 연주가와 그들이 들려주는 소름끼치는 듯한 연주곡..

『악마의 바이올린』은 바이올린과 천재적인 연주가의 연관성에서 시작된 비밀이 가득한, 그것도 악마와 인간의 영혼간의 모종의 거래를 상상할 수 있는 소설이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해석을 하게 되는 최대의 능력과 이것을 악마와의 거래등으로 연계하는 소재는 이야기의 흥미진진함을 더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역사속의 천재적인 인물들은 보통의 사람들과 달리 표현되는 탓에 악마니, 마녀니..등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이 이야기의 주된 소재가 되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란 별명을 가진 니콜로 파가니니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자아내고 그와 관련된 사실을 마치 내가 파헤쳐보는 듯한 느낌을 갖을 수 있다.

 

파가니니의 일생은 아직도 많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는 다양한 연주 기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음악가이지만 바이올린 한 대로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모방하는가하면, 갖가지 동물의 울음소리를 재현하거나 활이 아닌 나뭇가지로 연주를 하거나, 현을 한두 개만 걸고 연주하는 등의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그의 행동은 진지한 음악이 아닌 경박한 잔재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는 비난도 받았던 인물이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듯한 그의 연주와 관습과 권위를 무시하는 특유의 괴팍함, 독특한 외모는 악마 운운하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작가의 이력 또한 눈에 띈다. 조셉 젤리네크는 필명으로 작가 본인 역시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이다.

조셉 젤리네크는 18세기 음악가로 빈의 유명한 음악경연대회에서 베토벤에게 참패한 뛰어난 피아니스트의 이름을 그대로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소설속의 바이올린 연주가 '아네 라라사발'은 바이올린 곡 중에서 가장 어려운 곡이라 불리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치오 24번'을 연주한 후 시체로 발견되면서 이야기의 전개를 시작된다.

사건해결을 맡게 된 페르도모 경위는 클래식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하나하나 사건을 해결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어쩌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해석해야 하는 페르도모 경위 역시 인간의 너무나도 위대한 능력은 곧 악마와의 아니면 또다른 세상과의 연계성을 갖고 싶지 않을까라는 나만의 해석도 해본다.

 

무엇보다 『악마의 바이올린』은 클래식이 갖고 있는 묘한 비밀을 캐는 재미를 보여준다. 듣기 편하고 귀에 익숙한 클래식만 접하게 되는 독자들은 이 소설을 통해 좀더 깊이 있는 클래식에 대한 안목을 갖을 수 있는 듯 하다.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라 캄파넬라>

누구나 들었던 귀에 익숙한 곡이다.

그저 빠른 템포와 연주기교를 들려주는 곡이다라는 생각뿐이었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파가니니가 그렇듯 신들린 연주를 하게 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에서 동감하게 될 것이다.

 

현재 수억대의 고가로 호가되고 있는 바이올린의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대한 궁금함은 아주 시원스레 풀어주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클래식의 문외한으로써 왜 바이올린이 그다지 비싼 가격표를 갖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낼 수 있었던 점에선 『악마의 바이올린』은 또다른 지식을 안겨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악마의 바이올린』에서는 단지 음악가와 음악만을 말하지 않는다. 향수와 일본 할복의식 그리고 또 다른 악기에 관해 광범위한 지식까지 전하고 있다.

클래식의 제목이 낯설어서 하나하나 찾아가며 음악을 들어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게 하는 소설이 바로 『악마의 바이올린』이다.

 

악마와의 거래를 해서라도 자신의 천재성을 마음껏, 그리고 아낌없이 내뱉고 싶었던 당대의 음악가와 소설속의 인물들은 짧지만 강력한 희열을 느끼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하는 것은 아닐까.

그것을 알면서도 저주받은 바이올린이라는 것을 차지하기 위해 눈에 핏발을 세우고 달려드는 것은 아닐까.

무서운 거래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단정앞에서도 그럴 수 밖에 없던 천재적인 연주가들의 마음이 오히려 더 와닿는 이 느낌은 무엇이라 해석해야 할까.

슬픔의 곡으로 새롭게 들려지는 '라 캄파넬라'와 함께 오랜 여운 속에 남아있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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