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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공주 1
최사규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고구려 제25대 평원왕(平原王)의 딸. 평강공주는 어릴 때 자주 울어 아버지로부터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는 농담을 듣고 자랐다.
시집 갈 나이가 되어 아버지가 상부(上部)의 고씨(高氏) 집안에 출가시키려 하자 이를 거역, 궁궐을 뛰쳐나와 온달을 찾아 부부가 되었다. 그후 온달에게 학문과 무예를 가르쳐 고구려에서 가장 훌륭한 장군이 되게 하였다.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의 극진한 정성으로 학문과 무예가 뛰어난 장수가 되었고, 고구려를 위해 전쟁에서 승리는 이끌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평강공주의 이야기이다.
어릴 적 동화나 할머니에게 듣던 평강공주의 이야기는 화려함과 권력을 지닌 공주가 한낱 평민인 온달을 그것도 바보라 놀림을 당하는 남자를 잘 가르치고 이끌어서 아주아주 위대한 인물로 키워낸다는 줄거리는 여성의 힘이 대단함을, 아녀자의 힘이 대단함을 느끼게 하는 대리만족의 기쁨을 주는 소재이다.
아니라는 부정을 하면서도 남성권위주의에 파묻혀 살던, 또는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여성들은 평강공주의 내조를 무척이나 능동적인 그리고 모험적인 행동으로 여기지 않을까 싶다.
근래 역사소설의 소재는 알려진 역사의 사건보다는 역사의 뒤안길에 숨겨진 인물등을 재조명하는 것이 유행처럼 이어진다. '고려의 천추태후' '신라의 미실' '리심'등을 소재로 한 소설이 이어진다.
소재의 진실성을 갖고 따진다면 픽션이냐 논픽션이냐의 선을 그어야겠지만 나는 그렇다. 역사 소설은 그저 씌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로 알려진 진실이란 밑바탕에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하는 소설이기 때문에 역사 소설은 재미와 호기심과 또한 그 속에서 얻게되는 역사의 또 한 장면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도 큰 환영을 받을만하지 않을까.
이런 이유로 팩션Faction이란 신조어가 생기는 지도 모르겠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새로운 장르를 이르는 팩션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말로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를 말한다.
고구려는 소노부, 계루부, 절노부, 순노부, 관노부의 5부족 연맹의 정치를 하고 있다. 여러 부족의 이해타산을 골고루 살펴야하는 왕은 각 부족 가운데에서 공정한 정치를 해야하는 압박감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자란 평강공주는 비록 공주의 신분이기는 하나 버팀목이었던 왕후의 부재로 인한 권력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무리를 늘 상대해야 했음을 알 수 있다.
평강공주가 울보라는 것은 어쩌면 평강공주의 불안정한 권력을 좀 더 탄탄하게 키우기 위한 내부의 적들로부터 보호하려는 방침이었을 것이다.
공주는 스스로 궁을 나온다. 표면적으론 왕가의 정략 결혼을 피해서 나오는 것이지만 궁 밖에서 왕권에 힘을 보태고자 또한 궁에 남아있는 태자의 미래의 왕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면을 보인다.
평강은 결코 수동적으로 살림만, 내조만 잘하는 여인이 아니다.
모든 책략과 모든 지략을 꿰뚫고 있는 여인이다. 외유내강의 여인이라 말할 수 있다.
어찌보면 온달이란 인물이 무척이나 안타깝게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산으로 들로 그저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욕심 없이 순응하면서 살던 온달이다. 제어미가 만들어준 신발이 닳을까봐(여기에는 어미가 장님이라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장님의 어머니가 손을 찔려가면 만든 그 신발) 신발을 허리춤에 매달고 맨발로 다니는 모습으로 모든 사람들은 바보라 놀린다.
평강공주의 출현으로 여우라고 하면 거부를 하지만 평강공주의 본심에 부부의 연을 맺는다.
여기서부터는 어쩌면 평강공주의 큰 야망을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평강의 하늘은 고구려였고, 온달의 하늘은 그녀였다>라는 문구처럼 고구려는 평강의 첫번째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런 고구려를 제대로 잡기 위해. 또한 아버지와 동생의 왕권 강화를 위해, 고구려의 민심을 위해 노력을 하였던 평강공주였고. 그것을 실천하는 인물이 바로 온달이다.
소설의 끝은 우리가 알고 있는 <평강공주와 온달>의 결말이 아닌 반전이 기다린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이다. 하지만 이 결말의 마침표를 확인하면서 평강의 진정한 사랑은 온달이었고, 그들의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은 둘의 사랑을 이어주어야 하는 의무감을 또한 책임감을 갖었으리라 생각해본다.
5부족을 이끄는 고구려의 상황으로 많은 부족과 많은 인물과 또한 소소한 사건이 한편으로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면도 있다. <평강공주와 온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온 몸의 전류가 흐르는 듯한 사건이 눈에 띄지 않음은 독자로서 조금은 아쉽다.
미실의 번뜩이는 정치행보가 아직은 여운이 남은 상태여서 그런가..평강공주의 담담한 지략은 무덤덤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온달이 전쟁터에서 전사하고 관을 옮기려하자 관이 움직이지 않았다. 사랑했던 공주가 다가와 울면서 관을 쓰다듬으며 떠나라고 말한다. 그러자 관이 그제서야 움직였다.>
무척이나 애절하면서 통곡할 결말이다.
독자가 작가라면 이토록 슬픈 이야기를 오래 남겨두고 싶을까? 소설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해피앤딩 아닐까?? 둘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라는 동화적 이야기..공주와 야수의 숨은 뜻을 이어보고 싶지 않은지..
『평강공주 』에서 행복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