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름다운 당신 - 우리 시대 작가들이 들려주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행복 이야기
도종환 외 지음 / 우리교육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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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커다란 풍요로움에서 얻는 것이 아닌 소소한 작은 일상에서 얻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내가 나의 삶 자체를 진정한 행복이라고 인정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많은 소식을 통해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들을 보면서 욕심이 생기기도 하고, 목표를 더 높게 잡아놓고 달리기에 지쳐가는 경우도 있고, 때론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오히려 인생의 묘미라는 엉뚱한 긍정으로 스스로를 위안 삼기도 한다.
20대를 무서움 없이 지내오고, 30대를 똑똑한 척 하면서 살아왔던 나는 40대에 들어서고 한 해, 두 해를 보내는 지금 평범한 일상에서 찾는 작은 행복이 참 따뜻한 마음을 열게 해줌을 조금씩 알아 간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참 아름다운 당신>
말 그대로 참 아름다운 당신에 관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전해진다.
우리와 함께 이 시대를 같이 보내고 있는 작가 13인(도종환, 이명, 공선옥, 김중미, 송영, 박정애, 이기호, 정우영, 복효근, 이병천, 전성태, 최명란, 한상준)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삶과, 아름다운 행복,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사람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인생의 고지를 향해 열심히 달린다. 그들의 특징은 내가 가진 행복보다 내가 가진 능력의 주머니보다 어쩌면 좀 더 높은 목표를 정해놨다는 것이다.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희열을 느끼면서도 때론 그것 때문에 지치는 일은 없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만약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면 또 다른 결론을 그것도 아주 마음이 훈훈한 결론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길만영 집배원은 이번 달이 아주 기쁜 달이라고 합니다. 자기 생일도 이번 달이고 아내의 생일도 이번 달이고 어머니 아버지 칠순도 이번 달인데, 체신봉사상 본상을 받게 되어 부상으로 받은 상금 몇 십만 원을 부모님 칠순 잔치에 보탤 수 있어서 참 기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겸연쩍게 웃는 그 얼굴에 행복이 잔잔하게 번집니다. 특별한 직업을 가져야 행복해지는 게 아닙니다. 어떤 직업을 갖는 자기가 하는 일에서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인생이 행복해지는 겁니다. 길만영 집배원은 우리에게 그걸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우리 동네 심마니 집배원-도종환-)  
   

 
하루에도 수 십명, 수 백명을 만나는 삶에서 가까운 내 주변의 사람을 돌아보자. 이 책에서는 그것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편지를 전해주는 집배원의 이야기와, 우리 동네 떡볶이 아줌마와, 농부인 큰아버지, 그리고 프레스공, 제관 노동자, 영화 연출부의 막내, 복덩방 할머니, 춤꾼으로 유명한 미선씨, 나무를 매일같이 만져대는 남자, 꼿꼿한 화가, 숯 굽는 사람, 바다가 좋은 젊은 선장..
 
이 책에서 만나는 인물이다. 책 속의 인물들은 모두 직업을 갖고 있다. 그것으로 떼돈을 벌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최소의 생활비를 벌던 그들은 매일 같이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행복은 바로 나의 일을 무척이나 사랑한다는 것이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라고 하면 쑥스럽다. 자랑할만한 직업도 아니다. 하지만 책 속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직업에 대한 충실함과 현실에 대한 정직함 그리고 그것을 꾸준히 이어가는 성실함만으로도 인생의 행복은 어디서 시작되고 있는지 충분히 말한다.
비록 남들이 본다면 처절해 보이는 삶일지라도, 없어 보이는 생활일지라도 그것은 남의 시선의 잣대일 뿐이다. 어찌 보면 고집불통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이들이다. 하지만 그것을 갖고 있기에 나의 인생과 나의 삶에 대해 정직하고 정직으로 인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삶이 행복하다는 말은 스스로를 인정한다는 말이 아닐까?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 나의 직업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딸려오는 나의 인생 모두를 사랑한다는 것.
그렇기 때문이 이들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당신은 아름다운 것이다.
 
잔잔한 이들의 독백에서 나는 눈물이 고인다. 하지만 슬픔의 눈물은 아니다. 마음이 너무 벅차서 흐르는 눈물이다. 이토록 이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내 스스로 얼마나 욕심을 부리면서 과도한 달리기를 하고 일부러 지치는 삶을 살아왔는가에 대해 자문을 하게 되고, 이들은 독백은 나에게 '괜찮아..이젠 괜찮아..다시 시작할 수 있어. 기운내~'라며 내 등을 다독여주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느냐 하면, 바로 내 곁에 없다는 생각이 들때였다고. 삶이 너무 절망스러워 그때는 신마저도 자신을 버린 것만 같았다고. 그럴 때 누군가 한 사람쯤은 내 등을 다독여 주면서 "다 잘될 거야!"라고, 한마디만 해 주었으면 싶었다고. 이제는 자기가 그런 사람이 되어 주고 싶다고. 그런데 내가 남들에게 줄 거라고는 이거, 오뎅 한 꼬치, 똑볶이 한 접시밖에 없어서 그게 마음 아프다고.(모두가 기다리는 사람, 우리 동네 떡볶이 아줌마-이명랑-)
 
   
인생에 대한 욕심은 못나서 욕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잘나서 그것을 혼자서 되새기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인생의 평범한 진리를 스스로 깨닫기 때문에 행복함을 가득히 안을 수 있는 것이다.
누구보다 순수한 선아 엄마의 이야기를 끝으로 인생에 대해 평범하게 생각해보자고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정말 원하는 결론이 무엇인지..찾아가길 바란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선아 엄마한테 선아나 선웅이가 커서 무슨 일을 했으면 좋겠다느니, 어느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바람을 들어 본 기억이 없다. 늘 선아나 선웅이가 원하는 것에 맞춰 자신들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는지만 묻고 도움을 줄 뿐이었다. -중략 -요즘은 누구나 남들보다 더 잘 살고 더 편하게 살기만을 원한다. 성공은 남들을 이기는 것이고 남들보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쓰고 사는 것이다. 모두 '앞으로 더 앞으로'를 외치고, '높이 더 높이'를 외친다. 그런데 선아 엄마는 남보다 앞서 가려고 발버둥 치지 않고 높은 곳을 올려다보기 위해 불안한 까치발을 한 적이 없다. 누구나 겉보기에 그럴싸한 일만 하고 싶어 하고, 자기가 능력이 되건 안 되건 무조건 최고만 바란다. 하다못해 학원비 댈 돈조차 없는 만석동 엄마들도 자기 딸 아들이 서울대 가고 의사가 되길 바란다. 그러고 보니 선아 엄마는 참말로 별난 사람이다. 고생해서 키운 자식한테 그런 바람 하나 갖지 않으니 말이다. (만석동 천연기념물, 프레스공 고경순씨-김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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