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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와 마법의 신화책 ㅣ 레인보우 북클럽 15
세라 데밍 지음, 최세민 옮김, 김민하 그림 / 을파소 / 2009년 10월
평점 :
인간의 생활 속에서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 그리스 신화를 접할때면 그 무한한 세계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주 멋진 상상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인간의 모습과 비슷한 신들이 때론 인간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고 그것때문에 벌어지는 사건들과 그 유래가 지금까지 곳곳에 젖어들어 있는 것을 접할때면 때론 내가 신의 후예가 아닐까라는 엉뚱한 발상을 해보기도 한다.
을파소 레인보우 북클럽 시리즈의 하나로 <아이리스와 마법의 신화책>을 만났다. 레인보우 시리즈는 중등 초등학교 아이들부터 중학생까지 읽을 수 있는 폭넓은 이야기꺼리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심화적인 내용으로 무척 즐겨보는 책이다.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주제의 작품을 이룬다는 을파소의 컨셉대로 이번에 만난 <아이리스와 마법의 신화책>은 보라색으로 만들어진 SF와 판타지에 관한 멋진 이야기이다.
에레버스 중학교에 다니는 12살 아이리스는 그저 그런 평범한 아이다. 공상을 꿈꾸고 상상력을 동원하는 엉뚱함을 보일 수 있는 나이지만 에레버스 학교와 그 안의 선생님들에게는 절대로 용납되는 일이 아니다. 아이리스의 상상력을 마음껏 표현할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 아이리스의 공상때문에 선생님들에게 경고를 받는 미운털이 박힌 아이리스지만 아이리스의 상상력은 끊임없다.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회 시간을 주말로 들어가는 문을 지키는 나쁜 용을 향해 갑옷을 챙겨입고 한 손에 마술 검을 쥐는 상상을 한후 적과 맞서기 위해 교실로 들어가는 상상을 한다.(p7)
수업시간에 적고 있는 독립선언문 속의 짧은 문장 '행복의 추구'라는 것으로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p8)
또한 주차장에 있는 대걸레를 든 학교 수위를 보고 적국의 왕이 보낸 암살범이라는 상상을 한다.(p8)
하지만 이것을 용납해주는 학교와 선생님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것은 절대로 에레버스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 즉, 중학교를 다니면서 살아남기 위해 '가능한 한 눈에 띄지 말자'라는 전략에 위배되는 일이다.
어느날 그다지 즐겁지 않게 보내는 매년의 아이리스 생일에 한 권의 책이 도착을 하고 이 책은 아이리스를 무한한 공상의 세계, 신비의 세계로 이끌게 된다. 아이리스가 살고 있는 때는 21세기이다. 그 오랜 세월 이어져왔던 신들의 무한한 존재성은 과연 어디에 남아 있을까? 과학이 발달하고 증명으로 결과를 반드시 알아내는 이 시대에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졌을까? 아이리스 앞에 나타난 마법의 책은 그런 신들을 하나씩 둘씩 아이리스와 만나게 연결을 해준다.
상상속의 신들은 멋있고, 존경스럽고, 또는 감히 대면할 수 없을 전능함을 가졌던 신들이 어디로 사라졌을까? 왜 그들은 그들의 신전과 신들의 세계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으로 나왔을까?
바다의 신 포세이돈, 태양신 아폴론, 술의 신 디오니소스, 전쟁의 신 아레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지혜의 여신 아테나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지옥의 신 하데스와 그의 부인 페르세포네등 아이리스는 주변에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신들을 만나면서 신들이 인간의 세계에 남아 있는 이유를 알게 된다.
레스토랑의 주인으로 미용실의 주인으로 그리고 변호사로 때론 재즈바의 가수로 살아가는 그들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그 유명했던 신화들을 직접 듣게 된다. 그 옛날 올림포스 산에서의 불멸의 존재였던 신들은 산에 있어봤자 아무도 숭배해 주지 않고 오히려 예전 모습으로는 너무 눈에 띄어 모두 도시로 나왔고 사람들의 사이에서 현대인으로 적응하고 살아감을 알게 된다.
아이리스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일, 즉 일상의 평범함과 단조로움 속에서도 큰 가치가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아이리스와 마법의 신화책>은 신화속의 모험과 도전이 그대로 아이리스에게 전해짐으로써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것을 말하려고 한다. 12살의 소녀가 겪고 있는 학교의 우울함과 이혼한 엄마를 통해 보는 어른들의 세계를 보면서 아이리스는 어쩌면 현실 자체를 부정적으로 단정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슬픔에 아무것도 못하는 신과, 자신의 의무를 포기하려는 다른 신들 그리고 실직을 하고 자신감이 없어지는 엄마와, 당장 살기 위해 엄마가 아끼는 레코드판을 팔아야 하는 현실은 아이리스에게 절망을 주는 요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상속의 신들이 바로 주변에서 인간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똑같은 감정을 보이고, 그리고 현명하게 해결하고 가르침을 갖고 있는 그런 모습을 통해 어떤 어려움에도 불멸의 모습을 지녔으면 하는 신들에 대한 믿음이 현실속에 있음을 알게 된다. 신들을 만나고 그들의 과오를 듣고 그것을 어떻게 반성하고 있는지를 들으면서 아이리스는 엄마와 함께 처한 불행이 결코 오래 지속되지 않을꺼라는 희망을 갖는다. 신들이 우리편에 있으니까 모든 것이 잘 될거라는 긍정과 희망을 아이리스 본인 스스로 갖게 된다.
그 많은 아이들중에서 왜 아이리스가 신들에게 선택되었을까. 신들을 만나가면서 아이리스는 자신도 몰랐던 비밀을 알게 된다.
특별한 존재. 우리는 아이리스와 동화되면서 나 스스로가 특별한 존재일 수 있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아이리스 역시 특별한 존재임을 밝히게 되지만 그녀가 선택한 것은 특별한 삶이 아닌 일상의 삶이다. 지금은 당장 고민하고 생각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일상이지만 신들을 만나고 배우게 된 용기와 현명함을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평범한 일상의 아이들이라고 해도 하나하나 특별함이 있는 위대한 존재임을 스스로에게 말할때 아이들의 미래는 신들의 존재감처럼 위대한 것이 된다. <아이리스와 마법의 신화책>은 그런 용기와 자신감을 아이들에게 충분히 전해주고 있는 책이다.
상상력이라는 아름다움은 우리 아이들이 한참 꿈꾸고 갖게 되는 소중한 것이며, 그것을 통해 많은 이들을 만나고 많은 배움을 접하고 또한 많은 용기를 내것으로 만들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항상 밝은 모습의 아이리스와 다시 용기를 얻고 자신의 분야를 더욱 발전시키는 엄마의 모습은 책을 덮고나서 마음이 훈훈해짐을 느끼게 해준다. 희망을 갖는다는 것과 용기를 갖는다는 것은 나의 조그만 노력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음을 깨우친다.
우리 아이들이 무한한 상상속에서 더 멋진 사람을 떠올리때 그것은 미래의 나의 모습임을 마음껏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