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복수1-인간사냥

신들의 복수 1 - 인간 사냥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이상해 옮김 / 자음과모음 / 2009년 7월

역사의 전환점이었던 기원전 528년의 이집트.
고대 이집트는 나일 강 상류에 위치한 남부(테베 지역)의 상이집트와 하류에 위치한 북부(멤피스, 사이스 지역)의 하이집트로 분류된다. 파라오에 맞먹는 권력을 행사하는 대여신관 태양 신녀가 다스리는 상이집트는 신전과 전통의 자율성을 굳건하게 지키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곳이지만 파라오의 지배하에 있는 하이집트는 지중해 연안과 면해 있어 경제와 무역이 활발한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곳이다. 고대 이집트의 균형과 번영은 이 두 땅의 긴밀한 결합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갖고서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이집트 학자인 작가가 상상력을 펼치는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피라미드 황금시대로 회귀하고자 하는 욕망, 과거의 존중, 조상 대대로 이어져온 가치의 보존, 그뿐만 아니라 현대성에 대한 경도, 그리스 세계에 대한 개방, 그리고 침략과 파멸의 위협이 마구 뒤섞이는 혼란스럽고 열정적인 이 시기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평범하지만 지위의 향상으로 이어지는 사역원의 필사생으로 있던 주인공 켈은 어느날 갑자기 살인자의 누명을 쓰게 된다. 우연히 목격하게 된 사역원 전원의 죽음으로 인해 그는 살인 누명을 쓰고 엄청난 시국 사건에 휘말리는 무기력한 희생양으로 전락한다.
순수하고 전통을 따르던 켈의 누명을 벗겨줄 것은 그가 빼내온 사역원장이 보관하던 비밀의 파피루스만이 그것을 밝혀주리라 믿는다.
그의 진실을 믿어주는 이는 친구 베봉과 여신관 니티스뿐이다.
어쩌면 순진하다 못해 세상의 어두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켈이 위기마다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신들의 도움과 그의 순수한 마음 때문이리라.
모든 것은 켈을 극악무도한 살인자로 몰아간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세력의 음모이다. 파라오 역시 그의 진실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켈을 도와주려던 이들도 권력에 따른 가식을 보여줬을 뿐이다.

이집트의 배경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독자들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모든 생활이 신과 연결하는 그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고 바탕을 둬야 이야기의 흐름에 빠져들 듯 하다.
<1권-인간사냥>에서는 켈이 자신이 어떤 음모에 휩싸였는지에 대해 하나하나 밝혀진다.
무모할 정도로 세상에 대해 어두운 켈이 어느 한편으로는 참으로 답답한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신들의 법에 따르는 시대이면서도 권력에 대한 욕망, 그것을 취하기 위한 비리, 음모, 거짓, 살인은 파멸로 향하는,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서서히 무너져가는 인간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구구절절한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이 바로바로 진행되는 전개가 빨라서 좋기는 하지만 중간중간 너무나 간략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소 흐름을 끊어버리는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비밀을 파헤쳐가는 켈, 그와의 사랑을 확인한 여인, 목숨을 내놓는 켈과 베봉의 우정..
이들은 모든 비밀의 열쇠가 태양신녀에게 있음을 알아내고 그를 향해 모험을 준비한다.

이집트를 이어오게 한 신들은 그들을 도와줄 것인지...
또다른 음모에 휘말리게 될 것인지..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아낸 켈이 과연 파피루스의 비밀을 풀어내고 그것이 인간세계에 어떤 결말을 줄 것인지 2권을 기대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