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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의 여름 ㅣ 레인보우 북클럽 13
줄리 존스턴 지음, 김지혁 그림, 김선희 옮김 / 을파소 / 2009년 7월
평점 :
소년에서 남자로 자라는 것, 그리고 소녀에서 여인으로 자라는 것은 알듯 모를 듯 지나치게 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때의 가슴 설레임과 달콤한 추억과 쓰디 쓴 사랑등이 떠오를 때가 있다.
『프레드의 여름』이란 제목을 통해 인생의 여름을 기다리는 소년들은 과연 어떤 생각과 시선으로 인생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1904년 리도 호숫가에 실제로 살았던 프레드 디킨슨이란 소년의 일기를 바탕으로 여름을 지나면서 더욱 성숙한 남자로 자란 소년의 성장을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자연과 가장 많이 접한 캐나다를 배경으로 쓰여진 이 책은 자연을 통해 인간의 우정과 가족애, 그리고 자아의 성장까지 담아내고 있다. 아름다운 호숫가 마을에서 나고 자라 자연과 교감해 온 작가의 작품속에는 캐나다의 넓고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 보이고, 시원하고 넓게 펼쳐진 호수가 보인다.
책 속의 주인공 프레드는 말더듬이 소년이다. 3년전 엄마를 여읜 프레드는 동생 베시, 어니, 톰과 함께 매년 여름을 외할아버지의 오두막 '서니뱅크'에서 보낸다. 나이상 남매들의 대장 노릇을 해야하지만 늘 말더듬이로 표현이 어색한 프레드는 자꾸만 뒤로 숨게 된다. 그런 프레드를 아버지는 더욱 엄하게 대한다. 스스로도 말더듬이 때문에 주눅이 들 지경인데 아버지의 엄함에 프레드는 더욱 몸을 움츠린다.
드디어 도착한 서니뱅크에서 사촌 헤럴드까지 가세한 소년들은 본격적인 여름을 탐구한다. 여름을 보내는 오두막에서 조금 떨어져서 소년들은 자기들만의 천막을 만들고 살림살이들 들여놓고 자유와의 하나가 됨을 마음껏 즐기게 된다. 겉으로 말더듬이인 프레드이지만 이 모든 아름다움을 엄마가 남겨놓은 일기장에 모두 적기로 마음 먹는다.
수많은 별들 아래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고, 지푸라기로 만든 침대에 좁다고 투덜대면서도 잠을 자기도 하고, 마치 무인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들처럼 소년들끼리만의 식사를 하기도 한다.
차디찬 호수에서 수영하기. 물고기를 잡고 손질하고 이런 평범한 프레드의 일상에 사랑이 찾아온다.
아름다운 소녀 로라를 향한 프레드의 설레임, 재미있는 야영 생활등은 도시에 남아있는 아버지로부터의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한 철의 여름이었지만 프레드릭이 남자로서 자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버지와의 보이지 않는 대립에서도 프레드는 아버지를 감싸게 되고, 아내가 죽고나서 스스로 엄하게 다루어야 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까지 엄하게 변했다고 아들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이것이 가족애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알게 된다.
또한 그저 짧은 바라봄만 있었던 사랑이었지만 남자의 사랑이 어떠해야 하는지 프레드는 충분히 가슴으로 느꼈을 것이다.
을파소에서 나오는 레인보우 북클럽 시리즈는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 또한 작품의 배경들이 자연과 함께 하는 이야기가 많아 비록 우리와 다른 환경이라고 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커가는 아이들에게는 자연에 대한 경외로움과 풍부한 여유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런 책들이 많다.
레인보우 북클럽 시리즈의 눈에 띄는 점 하나가 바로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그 여운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은 tip들이 꾸며져 있다.
<프레드의 여름 들여다보기>라는 제목으로 작가 알아보기, 작품 깊이 보기, 관련 지식 쌓기, 생각 펼치기가 이어져 있어서 책을 읽고 난 후의 나의 생각과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 준다.
레인보우 북클럽 오렌지 북은 오늘과 다른 내일의 나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책이다.
프레드가 자연스레 가슴이 넓은 남자로 커가는 느낌은 장면장면마다 볼 수 있다. 대 자연속에서 뛰어 놀고 감정과 이성을 좀 더 깊이있게 다질 수 있음을 책을 읽으면서도 느낄 수 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었던 백여년 전에도 아버지와 아들의 의견 대립이 있었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있는것은 현대의 부모와 자식간의 그것과 별반 다른 일이 아님을 그리고 가족이라는 사랑앞에서는 충분히 해결되는 일임을 배울 수 있다.
'캐나다 어린이도서협회 선정 1999년, 2000년 올해의 책' '글로브 앤 메일 선정 1998년 최고의 청소년 도서'로 꼽힌 경력답게 뜨거운 여름의 햇살처럼 인생에도 뜨거운 햇살이 있음을 읽고 싶은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렇다. 책의 끝부분에 나오는 말의 하나처럼 긴 겨울을 나려면 여름의 충분한 햇살을 통해 건강을 챙기듯이 인생의 여름에서 충분한 성숙을 통해 인생의 또 다른 겨울을 이겨내지 않을까?
인생이란 그렇다. 흐트러지고 망가지는 계획이라 할지라도 본능적으로 무엇을 향해 나가야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소년과 소녀들도 알고 있다. 그것을 찾아가는 것, 찾아가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또다른 인생이라고 말하고 싶다.
때 이르게 일찍 남쪽으로 출발하는 캐나다 기러기들이 흐릿하고 긴 브이자(V)를 이루고 있었다.
문득 날개로 허공을 치며 서로에게 큰 소리로 물어 대는 소리가 들렸다.
기러기들의 목소리는 "어디로, 어디로, 어디로?"하고 반복해서 물음표를 던지는 것 같았다.
(중략)
몇몇 낙오자들이 브이 자의 짧은 구간을 따라가는 것이 보였다.
낙오자들이 합류하자 온전한 모양이 흐트러졌지만, 이윽고 방향은 전혀 바꾸지 않으면서 좀 더 단정한 대형으로 가다듬어졌다. 기러기들은 대형을 바꾸거나 고쳐 가며,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하면서 우리 머리 위를 날아갔다. 하지만 언제나 본능적으로 방향을 제대로 잡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