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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베아르피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600여장을 넘는 책이 부담스러웠다. 책을 눈앞에 두고 고민에 빠진다. 얕은 꾀로 찾은 책소개의 말은 단 몇 줄, 그 흔한 작가의 말도 없다.책의 순서 제목은 간결하다. 단어 하나만 나열되어 있다.
간결하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을 이렇듯 간결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욕심을 내고 복잡하게 살아가는 인생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의 구구절절한 인생을 논하고 있지 않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캐나다에서의 조지의 너무나도 간결한것 같지만 조지의 모든 일상에은 철학이 있고 뚜렷한 주관이 있다.
조지는 강태공이다. 세월을 낚고 자연을 낚는다. 인간과 인간에 대한 논리, 종교에 관한 감정,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모든 것을 낚시 여행에 올려놓았다. 아..아깝다. 내가 낚시에 대해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었다면 간간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낚시에 대해 모르는 독자가 보더라도 조지는 낚시에 대해 상당히 전문가의 수준이다.
조지는 일찍 유학길에 올라 외국에서 교수직을 하고 있다. 어느 특정지역에서 머무르겠다고 작정을 한것은 아니었다. 흐르는 세월을 따라 캐나다에 정착하고 있다. 캐나다의 생활을 자세히 알려준다. 마치 이웃 동네 이야기를 하듯 하다. 한편의 지역소개 같기도 하다.
조국을 떠나 오랜 외국생활을 하게 되면 없던 애국심도 생겨서 다시 조국을 찾게 된다. 조지는 그런 당연한 결과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내가 머무는 곳, 내가 살아가는 곳이 조국이며 내 현실이다. 내가 그들을 정확히 알면 되니까.
조지는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조지보다 더 자연인에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그렉, 유학생의 단면인 김유진, 안정적이지만 조지의 마음을 동화시키지 못한 단백한 인연인 멜리사,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듯한 하지만 아픔이 무엇인지 아는 매튜, 보리스, 아니카, 그리고 절대적인 나스타샤..
소설의 첫부분은 조지의 주변 인물에 대해 조금은 지루한듯 엮어진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빨리빨리의 습성에 물들어 있는 나는 조바심이 느껴진다. 주제가 무엇이지? 뭘 보여주고 싶은거지?
주변인물을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깊은 애정이 있다. 조지는 표현력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이런 조지가 오랜 기억 속에 떠올릴 때는 무척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모든것은 사실에 충실하다. 그리고 단 몇 줄의 작가의 소개에서 나왔듯이 철학과 예술에 대한 작가의 견해는 과히 대단하다고 하겠다. 교수라는 작가의 경력 때문일까. 하나의 화두에 대해서 찬찬히 이야기한다. 정확하면서도 논리정연한 풀이는 흡사 상식의 장을 보는 듯 하다.
나스타샤..조지의 모든것이었다. 사랑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뜨거운 열정은 없다. 하지만 가슴 깊이 각인되는 사랑이 있다. 애틋함이 있다. 무엇이 조지로 하여금 그토록 나스타샤의 모든 것이 되게 하였을까.
나스타샤와 조지는 사랑을 위해 나의 궁극적 목적을 포기하는 그런 어리석음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냉정한 듯 하면서도 조지와 나스타샤의 강한 인연의 끈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
나스타샤는 키에프 출신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마음에도 없이 그저 분리독립운동에 참여했을 뿐이다. 이것 뿐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울타리 안에서 살고자 그에 따랐을 뿐이지만 나스타샤가 처했던 조국의 현실은 비정하고 야비하기만 하다. 조지는 이런 나스타샤의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 심지어 나스타샤 과거까지 보듬는다.
나스타샤와 조지의 생각과 행동을 일일이 나열한다는 것은 작가에 대한 실례이다. 이번의 경우는 더하다.
왜그랬을까? 계속 남는 나만의 고민과 독자의 고민은 이 책 <나스타샤>를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어야 할 의무인듯 하다.
사랑이라는 것, 운명이라는 것, 이 두가지를 다 보여준다.
마음 저려옴이라는 것..역시나 보여준다.
어느날 갑자기 다가온 사랑을 운명에 따라 되돌린다. 그것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태어서..그리고 또다시 운명을 보듬어 준다.
조지라는 사람..단 한번의 운명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해온 것일까?
흔히 말하는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것이 이 이야기일까?
책을 읽고 생각할 것이 많은 것은 이 책이 오랫만이다.
죽음과 다시 얻은 사랑을 퍼다줄 대상자, 그리고 추억..조지는 이것으로 행복을 느낀다.
사랑이 넘쳐 영혼이 만나는 날을 조지는 기다린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연어를 기다리는 것처럼 세월을 기다리면서 그렇게 기다릴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랑을 가르쳐준 나의 나스타샤..조지는 늘 이렇듯 되뇌이면서 나스타샤를 만날 것이다.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