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도의 눈사람 - 현직 형사가 그려낸 감동의 휴먼스릴러
성지한 지음 / 형설라이프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현직 형사의 휴먼 스토리, ,국문학전공 현직 형사란 직업의 작가.. 

어쩌면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길이 만난듯 하다. 내심 거친 형사생활의 이야기를 국문학적인 감수성으로 그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책을 읽었다.

하지만 눈물이 날 지경이다. 책을 덮고 난 뒤의 한동안은  답답하고 무력감을 느꼈다. 어쩌다가 이 세상의 아이들이 저토록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고 어쩌다가 이 세상의 어른들이 이렇듯 짐승만도 못한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일까.

순자(荀子)의 성악설 (性惡說)이 감히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목적을 위해서라면 아이의 순진함도, 여린것도 필요없는 인간들의 모습이 있다. 나는 이 책을 몇번 덮었다가 심호흡을 하고 다시 열기를 반복했다. 치밀어 오르는 그 무엇때문에 어른인 나 자신조차 어른이라는 것이 참 비열한 인간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자기의 목적을 위해서 다른이의 신체를 마구 파괴하는 인간들..소름 끼친다. 나는 책 속에서 아이의 눈을 실명시키는 장면에서 역겨움을 느꼈다. 이정도 일줄이야..
오히려 장기 적출에 관한 다음 이야기가  없음이 다행으로 여겨진다니.. 

작가는 냉정했다. 너무나도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 갔다. 추천의 글에도 있듯이 시대의 자화상을 정확히 그려내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가 보여진다.

요즘 가출 청소년 중에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이들의 가출이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되는 일임을 다시한번 짚고 넘어가게 한다. 어른인척 흉내내는 아이들이지만 제대로 옳은 길을 인도해 준다면 아이들의 헛된 비행이 발전되지는 않았으리라.

나의 학창시절 그 시절의 가출은 그저 단순 호기심의 가출이었다. 친구때문에, 가난때문에 가출을 했다가도 다시 집으로 돌아올 마음만 있으면 돌아올 수 있던 가출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가출은 그 이상의 일이 될 수 있고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작가의 결론이 너무나도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사춘기 아이들의 부모는 꼭 읽어봤으면 하고 추천을 해본다.
현직 형사로서 무수한 비행 청소년을 봐왔을터이고, 나름 작가의 입장에서 거르고 다듬어서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에 세상의 어린 청소년들이 많이 당하고 살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돈이라는 목적만 향해가는 대빵과 보좌관..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무식한 인간들은 도무지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다. 결국 죽음으로 벌을 받는다고 하지만 죽음은 오히려 쉽고 나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그 정도의 악함이 나에게도 생기는 듯 했다. 

어린 학생들의 한순간의 판단이 이처럼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야 할 정도의 큰 잘못일런지..몸이 만신창이가 되어서 돌아오는 것이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일인지..
우리 부모들은 무엇을 했을까..내가 살기 힘들다고. 내 상황이 어렵다고 나의 자식들을 그냥 방관하는 것은 아닐런지. 먹여주고 재워주고 키워주는 것이 다는 아니다. 책에서는 그렇게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이 방황하는 이유는 정말 작은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부모로서, 엄마로서 다시한번 내 자신과 내 아이들을 돌아보게 한다.

36.5도란 인간의 체온이다. 모든 인간이 똑같다는 의미를 주는 것 아닐까.. 

눈사람이란..녹는다..악한 인간성이 녹아내린다면 올바른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려나.. 

나는 이렇게 해석하고 싶을 뿐이다.

아쉬운점이라면 주인공인 형사가 장기기증을 한다는 설정은 왠지 급하게 만든 과정처럼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속 좁은 독자로서 목숨을 잃을 아이를 다시 살리는 해피앤딩을 기대했나보다. 이러한 이유로 작가의 장기 기증의 결말이 눈에 차지 않는다. 그러한 이유중에 또하나는  장기기증이라는 그 아름다운 행동이 너무 작게 표현된 듯하다. 장기 기증이 어머니와의 죽음과도 연관이 있는 행동이지만 장기 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주었더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처음부터 인간의 악에 대해 너무나도 강하고 길게 표현이 되어 그 화를 참느라 후반부의 아름다운 행동에 관해서 생각할 여유가 많지 않은 것이 아쉽다. 아마도 주관적인 생각이리라.  

책을 접고나서 나는 한동안 마음이 아팠다. 세상이 이렇듯 막되지는 않았지 싶으면서도,  과연 정말 이정도로 썩은 어른들의 세상일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어른들은 반드시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방황하는 어린 시절을 겪는 아이들을 한명이라도 옳은 길로 인도할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어야 한다

현직형사로서 이렇듯 글을 써서 충격과 반성의 자세가 나오도록 한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 형사로서 세상의 어두운 면을 정말 솔직하게 알리고 싶었을 그 마음을 읽게 된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프롤로그는 모든것을 말해주고 있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고 차츰 몸집이 커진다. 그러다가 겨드랑이에 깃이 돋고 사물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새끼는 둥지가 점점 좁게만 느껴지고 갑갑할 것이다. 어떻게든 빨리 저 푸른 창공을 향해 마음껏 날아보고 싶어질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여기에 착각과 함정이 있다. 자신은 다 자랐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둥지를 떠나게 되면 먹이를 구하지 못해 굶어죽거나 아니면 독수리 같은 포식성 동물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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