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녀의 거짓말 - 구드 학교 살인 사건
J.T. 엘리슨 지음, 민지현 옮김 / 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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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구드 학교. 그곳은 명문가의 딸들이 다니는 기숙학교이다. 구드의 여학생들은 영리하고, 우아하고, 존엄하며 미래를 이끌어나갈  리더라는 자부심으로 꼿꼿함을 유지한다. 그러나 그들의 내면은 비밀이 가득하다. 구드의 굿걸들이 겉과 속의 이중성을 묘하게 감추고 있다면, 구드 학교 자체도 묘한 이중성을 감추고 있다.

구드 학교는 철저히 모계로 이어진 학교이다. 포드 학장 역시 구드 학교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고 촌구석에 자리 잡은 명문학교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구두 학교에 애쉬라는 영국 소녀의 등장을 시작으로 사건이 일어난다.


피아노 신동으로 알려졌던 애쉬는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피아노를 거부한다. 애쉬와 면담을 했던 그래슬리 교수가 갑작스럽게 죽으면서 구드 학교의 스산함은 시작된다.

애쉬 칼라일은 여느 부유한 집안의 상속녀이지만, 그녀의 배경은 쉽지 않다. 학년 중간에 전학을 왔다는 사실도 상당히 놀라운 일이지만, 또래의 소녀들처럼 가족을 그리워한다던가 친구들과의 교류에 신경 쓰는 그런 태도가 없다. 있는 듯 없는 듯 강의실과 도서관 그리고 기숙사 자신의 방만 오갈 뿐이다.


구드 학교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오래 역사를 가진 학교답게 학교는 묵직하고 음산한 기운을 가진 그런 건물일 것이다. 좁은 창문은 밖에서 볼 때 감옥같이 꽁꽁 싸매고 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 속에서 시절에 맞지 않는 교복과 가운을 입고 생활하는 여학생들은 오랜 전통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그들만의 암묵적인 룰을 유지하는 생활을 하고 있지 싶다. '현재'라는 시간위에 있지만 현대와 떨어진 듯 고립된 그런 배경이라고 할까??


<착한 소녀의 거짓말>은 음산하고 오래된, 커다란 돌로 꽁꽁 감추고 있는 여학생들의 사생활을 상상하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하다. 변화하는 세상과 동떨어짐을 고유의 전통이라고 우기고 있는 학교 속에서 생활하는 여학생들의 비뚤어진 욕망, 욕심, 질투, 좌절, 그리고 세상을 향해 반항하는 감정의 갈등을 짜릿하게 읽어볼 수 있는 소설이다. 


정. 재계의 자녀들답게 겉으로 화려하고 미래가 보장되어있지만 정치와 권력, 재력을 우선으로 하는 부모들은 사춘기 소녀들의 사사로운 관심까지 돌아볼 여력이 없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거나, 응원을 받고 싶어 하는 소녀들은 부모의 관심에서 밀려나고 그들끼리 똘똘 뭉치게 되고, 또 그 속에서도 누군가 나를 염탐하고 자신의 치부를 알아챌까 두려워하면서 서로를 경계하는 모순 속에 살아간다.


<착한 소녀의 거짓말>은 애쉬를 위주로 구드 학교의 비밀들이 드러난다. 구드 학교의 인물들은 자신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결코 누군가에게 드러나서는 안되는 그런 비밀이다. 그 비밀이 드러날 경우 누군가 죽거나 인생 최악의 파멸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인물들이 애쉬를 중심으로 얽혀있다. 어쩌면 애쉬가 나타남으로 흩어져있던 비밀이 모여드는 듯한 상상을 하게 된다.

고고한 모습을 하고 있는 포드 학장은 구드 학교 운영을 위해서 자신의 꿈을 저버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속에는 자신을 꿈을 키워가고 싶은 큰 그림을 간직하면서 뜨거운 욕망을 채워주는 애인을 숨기고 있다. 오래전 구드 학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이 아버지인 루미는 사환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직업으로 학교를 맴돌고 있다. 구드 학교 비밀 클럽의 수장이자 전 학년의 우두머리인 베카는 자신의 정체성을 애쉬에게 보여주지만, 베카의 집안의 지위와 배경은 또 다른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 아무도 몰랐던 카밀의 비밀과 죽음.. 비밀 클럽의 악행, 그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녀들의 질투와 잔인한 심리... 책을 읽는 내내 그다음 상황이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보이는 것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 것인가.. 이 소설에서는 등장인물의 관점에서 사건을 주목하게 된다. 독자는 주목을 하는 이와 주목을 받는 이 모두를 보게 된다. 그러나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기는 어렵다.

작가는 모든 상황, 모든 인물에 트릭을 걸어놨다. 등장인물 중에서 누군가 그것을 찾아가고 있는지 독자가 열심히 따라가게 만든다. 책 소개에서 볼 수 있듯이 반전에 반전을 경험한다.  


하지만 장황한 전개에 비해서 사건의 결말은 간단하다. 책의 결말에 따라 사건의 배경이나 범인의 동기를 독자들이 상상할 수 있다고 해도 좀 더 긴박한 장면으로 이어졌으면, 독자가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는 사건과 범인의 동기라고 하더라도 긴박감을 주는 전개를 작가의 시선으로 펼쳐줬다면 좋지 않았겠나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11년 뒤에 상황을 더 짜릿하게, 등장인물의 관계를 처절하게, 또는 잔인한 심리묘사 등등이 끝까지 시원하게 공감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처음부터 누가 멍청하고, 순진했는지 독자는 책을 덮은 후에야 알게 되지만, 소설을 읽어가면서 사건을 같이 해결한다기보다는 답안을 보고 마지못해 끄덕이는 느낌이라고 할까??

사건은 애쉬와 베카의 갈등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베카의 심리도 좀 더 짜릿했으면 좋았을 텐데... 시도도 못해보고 좌절되는 그런 소심함이 느껴진다. 어차피 애쉬가 구드 학교에 등장하기 위해서 필히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을 케이트나 앤서니 서장을 통해 날카롭게 분석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500여 페이지가 넘은 소설의 가독성은 좋다. 소설을 읽으면서 하나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글의 전개는 독자의 심리를 충분히 휘어잡을 만한 소설이다. 답이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결말을 통해서 독자는 나름의 상상을 할 수 있는 묘미도 있다. 그래서?? 그 주인공은 다음에 어떻게 되었을까?? 후편이 나온다면 이렇게 전개되는 거 아닐까?? 이런 장면이 왜 일어나야 했는지 알려주는 게 아닐까?? 등의 기대치도 생기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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