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당신 편 - 마음의 힘을 기르는 ‘외상 후 성장’의 심리학
한창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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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것은 늘 변화 있고, 굴곡이 있고, 똑같은 상황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저렇게 적응하고 살아간다.

이런것이 삶이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나도 모르게 배워버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힘든데 어떻게 견뎌내라는 것일까?

내가 지금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데, 또는 이제껏 참고 살았던 과거의 내 모습이 등신같이 느껴지는데 어떻게 참고 견디라는 것일까?


<무조건 당신 편>이라는 제목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청년이 된 두 아이들의 엄마인 나는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흔히 말하듯이 맏며느리로서의 의무를 다했고, 직장생활도 모나지 않게 잘했고, 남편의 어려운 위기도 현명하게 잘 대처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갱년기가 되고, 나이가 들면서 과거의 나를 떠올리는 시간이 많아진다.

아내와 엄마 맏며느리와 장녀라는 나의 직함은 나를 참 많이 억누르고 살게 했구나라는 생각이 많아진다.


어떤 일을 겪은 후 우리는 그만큼 성장해야 한다. 흔히 성장통을 겪어내야 더 성숙하고 깊이 있는 어른이 된다고 한다. 이 성장통이 무엇일까? 마음의 성장이다. 마음의 힘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마음의 힘을 기르기가 무척 어렵다.

성장의 단계를 거치면서 인간행동의 성장은 이루어질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 있는 마음의 성장을 들여다보기는 참 인색하다.

내가 나를 들여다보는 마음의 성장이 얼마큼 탄탄하고 단단해지는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지도 못하지만, 누군가 그것에 대해 설명해주고 공감해주는 것 역시 거의 없다. 


<무조건 당신 편>에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같은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 수도 있고, 그 상처가 얼마큼 나를 더 괴롭히는지도 알게 된다. 글 속에서 만나는 괴로움과 아픔의 모습는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런 상처받은 나를 저자는 충분히 공감하고 내편이 되어준다.


고부 간의 갈등이 있다. 어느 한가지의 문제라기 보다는 성향이 다른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관계, 살아온 방식이 다른 나와 시집 식구들의 상황이 저변에 깔려있다. 나름 잘 살고 있다. 겉으로의 문제는 없어 보인다. 집안 대소사를 척척해내는 내가 있고, 나를 지지하는 남편도 있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서 흔히 말하듯이 무서울게 없는 아줌마가 되는 모습이 나는 좋다. 누구든 나한테 덤벼보라고 해라. 나 무서울 거 없다..를 주장하는 흔한 50대 중년이다.

그런 나에게 가장 괴로움이 있다면 지나간 과거의 내 모습일 문득문득 떠올려진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때 당시 그 상황에서 참았던 내 모습이 무척 억울했던 모양이다. 어떤 상황에서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던 남편이나 집안 식구들에게 무척 서운했던 모양이다. 나이가 들어 내 앞에서 기가 죽은 시모를 보더라도 안됐다는 마음보다는 그러길래 젊었을 때 좀 잘하시죠..라는 마음뿐이다.

왜 그럴까? 왜 이렇게 미워할까? 아마도 내편이 되어주지 않았던 시모에 대한 서운함과 미움이 오랫동안 쌓인것 같다.

젊은 새댁이 하면 뭘 얼마나 잘할까.. 그저 넉넉한 마음으로 바라봐주고 잘한다는 칭찬 한마디였으면 생기지 않았을 감정의 골이 너무 깊게 패였다.


허물 없이 하는 말일수록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차라리 선을 긋고 예의를 차린 채 말하세요.

때로는 말의 내용보다 태도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당신 편 중에서>

<무조건 당신 편>은 오롯이 내 편이다. 내가 무슨 실수를 해도, 내가 좀 부족하더라도 나의 편이다. 글에서 나를 보듬어 주는 글귀를 찾을 때마다 나는 눈물이 나온다. 아... 내가 이런 말을 듣고 싶었구나.. 내가 이렇게 나를 지지해주는 것을 기다렸다는 생각이 든다.

집안 식구들에게 너무 잘하지 말자 남들에게 너무 잘하지 말자. 세상 사람들은 어차피 나에 대해 좋은 말만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잘해줄 때는 입다물고 있다가도 내가 좀 소홀하면 나를 비난하거나 떠난다. 내 마음을 챙기는 게 먼저다. 내 마음의 곳간이 가득 차야 남에게 뭐라도 나눠주게 되니까 내 마음을 비우지 말고 내 마음부터 챙기자.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게 우리 인생입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무조건 당신 편 중에서>

세상에는 작은 상처에 크게 아파하는 사람도 있고 큰 상처에 대범한 사람도 있다. 내가 견뎌냈으니까 너도 견뎌낼 거라는 우문은 하지 말자. 무조건 긍정적으로 살라고 강요하지 말자. 내가 감당하는 긍정이 있어야 그것을 견뎌낼 수 있다... 화가 났을 때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것 역시 우문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황을 되짚어보고 나를 화나게 했던 사람에게 말을 해보자. 적어도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얘기할 필요는 있다. 말을 하지 않는다면 화가 났는지도 모릅니다. 괜히 성질만 무리는 못된 사람으로만 알게 된다. 너 때문에 화가 났는데 왜 내가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할까?


나만의 행복 거리를 몇 가지 만들어 두세요.

그리고 그것을 추구하면서 잠시라도 숨통을 틔워보세요.

그 시간만큼은 평범하고 별것 없어 보이는 내 인생이

잠시 반짝반짝 빛을 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무조건 당신 편 중에서>

모든 사람과 잘 지내려고 억지로 할 필요도 없다. 관계가 틀어지면서 생기게 될 상처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주변의 모든 것과 잘 지내려고 전전긍긍한들, 그리고 그러려고 노력한 시간이 흘러간들 어긋하는 것은 어긋나게 되어있다. 타인과의 관계는 즐겁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한 것이 원칙이다. 내 성향대로 내 느낌대로 내 흐름대로 살아가면서 나와 맞는 이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좋은 일이다.


 

 


주변 사람들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지 마세요.

오로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만 비교하세요.

과거의 나보다 현재의 나에게 더 나은 점이 있다면,

당신은 잘 살고 있는 겁니다.

<무조건 당신 편 중에서>

일은 힘들수도 있다. 상황이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괴롭고 힘든것은 그것을 견뎌야하는 나에게 "나는 네 편이야"라고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지지를 받는다면, 내 옆사람에게 잘하고 있다는 응원을 받는다면, 너가 그렇게 해줘서 내가 너무 고마워라는 말 한마디를 듣는다면 아마 지금의 괴로움과 고통은 또다시 넘을 수 있는 시련중의 하나로 남을 것이다.

나를 지지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자체가 내가 충분히 귀한 삶을 살고 있구나라는 확인을 받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외상 후 스트레스'보다는 '외상 후 성장'을 이야기하는 <무조건 당신 편>은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나를 보게 된다.

지금까지의 심리에 관한 얘기는 마음의 상처를 딛고 회복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조금 더 성장하기를 독자들에게 권한다. <무조건 당신 편>을 읽으면서 저자는 충분히 나의 편이 되어주고 있음을 느껴보기를 권하고 싶다. 내가 나의 편이 되어도 좋다. 나를 잘 보듬어주는 나를 바라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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