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고 멍때리는 요즘이다.
멍 때리면서도 더, 더, 더...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어찌보면 내 무기력함의 근원은 위, 아래가 꽉 막힌 만성체증 때문인듯도 싶다.
처음엔 책이 쌓이는게 중압감으로 다가오는것이라 생각했는데,
멍 때리며 한발자욱 떨어져 관조적으로 생각해보니,
이 집으로 이사온지 어언 17년째,
책뿐만 아니라 모든 물건이 적체되어 있다.
거기다가 나란 사람,
한때 무언가를 버리면 나도 버림 받게 될까봐,
과잉 감정이입을 해서,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기만 했었다.
이젠 많이 버려서,
바람도 왔다갔다 할 수 있고,
숨 쉴 구멍 정도는 확보하게 됐는데,
누리게 되니 바람이 왕래하는 숨구멍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달까,
더 격렬하게 비워내고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빨리 치워야지 하고 여러권의 책을 설렁설렁 읽었는데,
몇 권은 리뷰나 페이퍼로 작성했던 것들이고,
오늘은 그 중 '명당은 마음 속에 있다'이다.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
최창조 지음, 김진태 만화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5년 3월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 2
최창조 지음, 김진태 만화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5년 5월
'최창조 지음, 김진태 만화'라는 정보에서 알 수 있듯이,
최창조 님의 이론을 김진태 님이 만화로 재구성 한것 같은데,
만화로 그려지면서 걸러지고 간경해져서,
깊이 있는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만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 재미있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신,
개연성 확보에 실패했달까.
내용은 군데 군데 오류가 보이지만,
최창조 님이 그러하진 않으셨을 것 같다.
이런 내용은 좋았다.
제목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아우르고 있는데,
이런 게 만화책이 가진 힘인 것 같다.

1권의 내용이다.
'상황이 변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인간의 삶'이란 말은 맘에 들지 않는다.
이건 지극히 편협한 인간 중심의 사고일 뿐이다.
자연은 늘 그러할진대,
인간이 마음대로 이러구 저러구 하는게 아닌가.
2권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2권 에서,
현대 도시 풍수의 가장 큰 지향점을 현시점에서 자연과 친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책의 뒷부분에 가면,
집을 잘 고르는 법과 외국에서 인기있는 인테리어 풍수 팁에 대해서 나오는데,
풍수 이론 자체에 관심이 없더라도,
논리적으로 타당한, 알아두면 유용한, 생활의 지혜 정도되겠다.
나의 첫 한문 공부
공원국 지음 / 민음사 /
2017년 5월
오늘 훑어본 책은 '공원국'의 '나의 첫 한문공부'이다.
6월14일 오늘이 '키스 데이'라는데,
키스데이에 협조하기 위해 그런가,
이책은 '존재의 이유, 사랑'이란 내용으로 시작한다.
사랑의 바탕은 진실함과 헤아림이라고 하는 것이나,
진 목공과 윤회를 언급한 것,
궁극적으로 부모의 사랑을 얘기하는 등,
책의 짜임이 단계적이고 차근차근하다.
중반으로 넘어가면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최창조 님의 '상황이 변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인간의 삶'이라는 명제와 대비하여 생각해 볼만하다.
그 간 '공원국'님의 책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좀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사상과 역사, 문학을 아우르는,
한문 고전의 좋은 구절들만을 추려만든 책이란다.
구절들도 좋지만 해설도 일품이다.
책이라면 어쩔 수 없는,
아무래도 환자이다 보니,
책 얘기는 아무 생각없이도 술술 풀어낼 수 있지만,
휘리릭 읽고,
착착 정리하고,
비울 수 있는 건 비우는 건 아직 낯설다.
비우고 그렇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하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