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말이 필요없다, 개과천선이라는 말밖에.
이 통계자료를 보면 내가 요즘 왜 힘들어 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명분은 나이를 먹으면서 눈이 쉬이 피로해지고,
그래서 독서를 하기 힘들다고 툴툴 거렸지만,
실은 독서 권수가 줄어서가 아니라, 책 구매 권수가 줄어서 였다.
그러고 보면 나의 취미는 독서가 아니라, 책 구입이었던 것이다.
구실을 대자면 책쇼핑을 하면서 스트레스 해소를 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그랬던 거였다.
명분처럼 눈이 피로해져서 책을 읽을 수 없는 이유라면,
집에 손도 안 대고 쌓아놓은 책들을 먼저 읽으면 되는건데,
책을 쌓아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 책을 구입할 수 없게 되니,
"책"쇼핑중독의 금단 현상이 나타났다.
꾸는 꿈은 주로 책탑이 무너져 내리거나 책으로 테트리스를 하는건데,
책탑은 무너져 내릴 때마다 곱절로 늘어나고,
책으로 하는 테트리스는 책을 잘못 맞추면 책이 한칸 줄어드는 대신, 엉뚱한 책들이 쏟아지며 방해를 한다.
어찌보면 나의 개과천선은 자의가 아니었다.
내가 독서중독이 아니라 책쇼핑 중독이라고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이 사진을 잠깐 보자.
올 한해 내가 좋아했던 작가는 '공원국'이라는데,
처음 저 부분을 봤을 때 '공원국'이 누군가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트랙백하여 귀곡자 DB를 봤을때도 의아함은 풀리지 않았는데,
내가 읽은 귀곡자는 '신동준 역'의 그 귀곡자였던 것이다.
공원국이라는 작가이름으로 찾아보니,
강신주의 '철학의 시대'를 읽으면서 춘추전국시대에 관심을 갖게되어,
10권짜리 춘추전국이야기를 구매했던 것이었다.
사놓고, 1권만 해작거렸음은 비밀이다~--;
춘추전국 이야기 1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8월
또 하나 이상한 것이, 박원식이라고 나와있는데, 책은 판화가 이철수의 '웃는마음'이다.
자세히 보면 '박원식'이 엮은 것으로 되어있다.
박원식이 책을 엮기만 하는 사람이면 저런 설정이 나올 수도 있는데, 글을 아주 수려하게 쓰는 작가다.
내가 그의 글빨에 넘어가 그의 책을 두루 섭렵한 건 안 비밀이다.
'그럼, '니가' '올해' 사랑하게 된 작가들을 뽑아봐라.'라고 한다면,
최진석과 김승호, (켄폴릿은 소싯적부터 좋아했고), 데이비드 밴 정도를 들 수 있겠다.
그러하다, ㅋ~.
오늘의 1일 1 그림을 올리기 전에,
그림 솜씨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남들이 봤을땐 기가 찰 노릇일 수도 있는 그림을 올리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난 참 생각이 많은 사람인데, 그림을 그리는 동안만은 그림에 집중할 수 있는게 좋았다.
이 집중을 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수도 있는데 2~30분을 넘지 않는 것은,
그렇게 되면 침잠해 버리게 된다.
명상이나 참선을 하듯, 그렇게 그림을 그리는 게 참 좋다.
이렇게 매일 반복이 되니 '그림으로 그리는 일기'가 아니라 '그림으로 쓰는 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걸 공원국 님은 '춘추전국이야기1권' 책머리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에게는 그 시대의 기록과 자연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넓은 시야가 있다. 가까이 있는 것이 더 잘 보이는 듯하지만 사실은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더 '객관적으로' 전체를 볼 수 있을 때가 많다.(10쪽)
아울러, 누군가 나에게 왜 사람 얼굴만 그리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역사의 주인공은 사람이다. (17쪽)
내가 사람만을 그리는 이유이다, ㅋ~.
오늘 그림의 제목은 '부부-홀쭉이와 뚱뚱이'이다.
그림으로만 보는 사람들은 남자가 뚱뚱하고 여자가 홀쭉이로 알겠지만, 정반대다.
채색하는 과정에서 음영조절에 실패하여 얼굴이 넙데데로 나왔다.
아직 갈 길이 멀뿐이고,
그런 의미에서 난 이 책을 사고 싶을 뿐이다~OTL.
권인수의 다빈치 드로잉
권인수 지음 / 투데이북스 /
2016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