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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힘 - 개정판
고재열 외 지음 / 북바이북 / 2014년 12월
평점 :
철학자 몽테뉴는 "나는 매일 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산다. 그런데 그들의 학식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그의 사람됨을 알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는데,
난 글을 읽어서 글쓴이의 사람됨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많은 사람의 글을 읽는다.
물론 책으로 만들어져 나온건 일정 수준 이상이니 차치하고,
알라딘 서재에 올라온 글들을 읽다보면 나의 취향이라는 것이 생기기 마련인데,
난 잘 쓴 글도 좋지만, 따뜻한 글이 더 좋더라.
개정판 서문을 쓴 장동석 님의 말씀대로라면 삶으로 살아낸 글 정도가 되겠다.
사실, 요즘에야 자신이 글을 쓴다고 인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 스토리, 밴드 등 수많은 글쓰기에 노출되어 있다.
난 위의 것들은 안 하지만 이곳 알라딘 서재에 가끔 리뷰를 올린다.
알라딘 서재에 시덥잖은 글을 올리면서 '왜 쓰는가' 작가의 입장에서 할 얘기는 별로 없어주시고,
책을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 몽테뉴 식으로 얘기해보자면,
사람됨을 알고 싶다는 목적 따위는 없지만,
사람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끔 쓴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들이 그런 글을 통해서 뿜어내는 온기만으로도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얻으니까 난 오늘도 글을 읽는다, ㅋ~.
독자들 마다 취향이 다 다를 것이고,
난 개정판 서문 '글을 쓰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쓴 장동석 님이 그랬고,
'인터뷰어가 가져야 할 몇 가지 자세'를 쓴 지승호 님이 그랬으며,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으로 알게 된 백승종 님이 그랬다.
다른 글들은 내 취향을 반영하여 내 관점에서 바라봤을때 그런 것이니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 제목이 '글쓰기의 힘'이란 건 고려하지 않는다면,
글쓴이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아,
사람됨은 고사하고 온기마저 짐작할 수 없었던 사람들도 존재했으니까 말이다.
이젠 내가 나이가 들어 에고가 강해져서 그런지 모르지만,
적어도 글쓴이의 개성 내지는 체온이 담긴,
그런 삶으로 살아낸 따뜻한 글들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인터뷰 글들로만 만난 지승호 님의 경우 글의 온도를 가늠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하여 인터뷰가 아닌 그의 글을 보게 됐다.
참 좋았던 그의 글 한 대목을 옮겨 보자면 이렇다.
질문을 던진 후 상대방이 생각을 정리할 때까지 차분히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간혹 침묵을 못 견디는 인터뷰어도 있는데, 때로는 침묵 역시 진지한 대화의 한 방법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ㆍㆍㆍㆍㆍㆍ인터뷰 글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인 만큼 인터뷰를 기록하는 행위는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몇 시간을 만나고 와서 '나 이 사람 이렇게 판단해. 이렇게 생각해'라고 하기보다는 '제가 본 것은 이 정도까지입니다'라고 하는 겸손한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210~211쪽)
친구에게 카톡으로 이 책을 이렇게 소개했다.
옴니버스인데 글빨 좋은 사람들건 괜찮고
ㅇㅇㅇ같은 건 보기도 싫다.
근데 지승호가 압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이유를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어도,
적어도 난 삶을 온몸으로 통과하며 살기 위해서,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
제대로 살거나 잘 살기 위해서...라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의 적당한 온기를 느끼며 더불어 살기 위하여.
앞으로도 더디더라도 그렇게 읽고,
읽은 소감을 찬찬히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