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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입춘도 지나고 엊그제 우수도 지났으니 새봄이라고 해야겠지만,
난 한겨울 묵은 때를 못 벗은 고로 경칩을 기다리며 아직은 한겨울이라고 빠득빠득 우기고 있는 중이었다.
얼마전 입춘에는 바빠서 숨쉴 시간도 없다는 친구에게 입춘첩을 써내라고 졸랐더니 이런 날림의 입춘첩을 보내왔다.
날림으로 대충 뚝딱 써냈는데도 글씨가 좋으니 볼만하다.
제일 위의 것은 싸인펜이고 두번째 것은 천얼마짜리 만년필이고 세번째 것은 몽블랑 만년필인데,
아무래도 세번째 글씨가 제일 낫다.
그걸 펜의 두께로 표현 하길래, 난 펜의 두께라기보다 힘있는 글씨라고 하였다.
암튼,
2월도 하순으로 치닫고 있는걸 보면, 작심삼일은 넘긴지 오래인데,
한자어를 나름 꾸준히 필사하고는 있는데,
내 필력에는 진전이 없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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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님이 봄을 맞이하야~, 이쁜 파우치를 보내주셨다.
그동안 서니데이 님네 소잉데이지(링크)에서 몇가지는 사고, 몇가지는 사은품으로 받고 하였는데,
이뻐서 사용하지 못하고,
귀하게 보관한다고 잘 모셔두다보니,
그렇게 잊혀져 버리거나,
한참 지난 후에 생각나 한번씩 꺼내보곤 했었다.
입장 바꿔 내 경우에 대입시켜 보니,
그냥 잘 보관했을때보단 물건을 용도에 맞게 잘 사용했을때,
기쁨 충만, 보람 두배였었던 기억을 되살려,
이제부터라도 잘 사용하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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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지만,
난 아직 한겨울이라고 우기는 이유는 또 있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하는 '강은교'의 시 '사랑법'을 인용하지 않고서라도,
요즘 들썩거리고 술렁거리는 이 동네의 사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주 무디거나,
아주 엉덩이가 뚱뚱한 사람마냥,
잠자코 앉아서 천천히 조금씩 움직이는 듯 움직이지 않는 듯 그렇게 숨 죽이고 앉아 있다.
그렇게 무디게,
뚱뚱한 엉덩이로 뭉개고 앉아 있다가,
그들이 돌아왔을때,
잠시 여행을 다녀왔는지,
좀 더 오래 멀리 떠났다가 돌아왔는지,
잠시 이 곳에 머물다 떠나버린 사람이었는지,
기억 못하는 듯 그렇게 무심하게,
반가운듯 그렇지 않은 듯 퀭한 눈을 비비며,
어깨를 으쓱하거나 머리를 쓸어올리는 것으로 그렇게 감정표현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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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이지만, 또 다시 봄이다.
흐르는 세월을 막거나 잡을 수는 없지만,
계절은 또 다시 돌아오고,
역사는 되풀이된다.
그동안 사들이기만 하고 미뤄둔 책이 많아,
웬만하면 신간에 눈독을 들이지 않는데, 켄폴릿은 어쩔 수 없다.
세계의 겨울 1
켄 폴릿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세계의 겨울 2
켄 폴릿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또 한권 강신주다.
비상경보기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6년 3월
강신주의 책들은 극과 극을 넘나든다.
그의 일부 책들은 사유가 너무 과격해서 버겁다고 하는게 정확하겠다.
하지만, 그의 저작 중 <제자백가의 귀환>시리즈는 동양철학 전공자라는 그의 말마따나,
만나기 힘든 수작이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