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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입춘도 지나고 엊그제 우수도 지났으니 새봄이라고 해야겠지만,
난 한겨울 묵은 때를 못 벗은 고로 경칩을 기다리며 아직은 한겨울이라고 빠득빠득 우기고 있는 중이었다.
얼마전 입춘에는 바빠서 숨쉴 시간도 없다는 친구에게 입춘첩을 써내라고 졸랐더니 이런 날림의 입춘첩을 보내왔다.
날림으로 대충 뚝딱 써냈는데도 글씨가 좋으니 볼만하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222/pimg_7451441771369018.png)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222/pimg_7451441771369012.png)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222/pimg_7451441771369021.png)
제일 위의 것은 싸인펜이고 두번째 것은 천얼마짜리 만년필이고 세번째 것은 몽블랑 만년필인데,
아무래도 세번째 글씨가 제일 낫다.
그걸 펜의 두께로 표현 하길래, 난 펜의 두께라기보다 힘있는 글씨라고 하였다.
암튼,
2월도 하순으로 치닫고 있는걸 보면, 작심삼일은 넘긴지 오래인데,
한자어를 나름 꾸준히 필사하고는 있는데,
내 필력에는 진전이 없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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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님이 봄을 맞이하야~, 이쁜 파우치를 보내주셨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222/pimg_7451441771369032.png)
그동안 서니데이 님네 소잉데이지(링크)에서 몇가지는 사고, 몇가지는 사은품으로 받고 하였는데,
이뻐서 사용하지 못하고,
귀하게 보관한다고 잘 모셔두다보니,
그렇게 잊혀져 버리거나,
한참 지난 후에 생각나 한번씩 꺼내보곤 했었다.
입장 바꿔 내 경우에 대입시켜 보니,
그냥 잘 보관했을때보단 물건을 용도에 맞게 잘 사용했을때,
기쁨 충만, 보람 두배였었던 기억을 되살려,
이제부터라도 잘 사용하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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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지만,
난 아직 한겨울이라고 우기는 이유는 또 있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하는 '강은교'의 시 '사랑법'을 인용하지 않고서라도,
요즘 들썩거리고 술렁거리는 이 동네의 사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주 무디거나,
아주 엉덩이가 뚱뚱한 사람마냥,
잠자코 앉아서 천천히 조금씩 움직이는 듯 움직이지 않는 듯 그렇게 숨 죽이고 앉아 있다.
그렇게 무디게,
뚱뚱한 엉덩이로 뭉개고 앉아 있다가,
그들이 돌아왔을때,
잠시 여행을 다녀왔는지,
좀 더 오래 멀리 떠났다가 돌아왔는지,
잠시 이 곳에 머물다 떠나버린 사람이었는지,
기억 못하는 듯 그렇게 무심하게,
반가운듯 그렇지 않은 듯 퀭한 눈을 비비며,
어깨를 으쓱하거나 머리를 쓸어올리는 것으로 그렇게 감정표현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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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이지만, 또 다시 봄이다.
흐르는 세월을 막거나 잡을 수는 없지만,
계절은 또 다시 돌아오고,
역사는 되풀이된다.
그동안 사들이기만 하고 미뤄둔 책이 많아,
웬만하면 신간에 눈독을 들이지 않는데, 켄폴릿은 어쩔 수 없다.
세계의 겨울 1
켄 폴릿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세계의 겨울 2
켄 폴릿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또 한권 강신주다.
비상경보기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6년 3월
강신주의 책들은 극과 극을 넘나든다.
그의 일부 책들은 사유가 너무 과격해서 버겁다고 하는게 정확하겠다.
하지만, 그의 저작 중 <제자백가의 귀환>시리즈는 동양철학 전공자라는 그의 말마따나,
만나기 힘든 수작이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