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주말의 일이다.

메르스 때문에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어,

손가락의 기능이 텔레비전 리모콘의 성능에 미치는 상관관계를 나름 분석하고 있는데,

어느 프로그램에선가 '로다주 로다주' 하는거다.

요즘 같이 까마귀 고기를 시시때때로 먹어대는 내가,

첨 듣는 외계어를 아직도 기억한다는건 거의 기적같은 일인데,

아마도 임팩트가 있어서 그런거 같다.

 

그리고 '은유'의 '글쓰기의 최전선'을 읽었다.

내가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면 글을 쓸 것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고,

예의상 그렇게 물어주시는 것인줄 알겠는데,

이젠 충분히 내 주제파악을 하고 있는고로, 나무에게 미안한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은유는 산문집 '올드걸의 시집'을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그녀의 필력은 충분히 간파했고,

글들에서 느껴자는 따뜻하고 편안함이 좋아서 찾아 읽는 것이지,

작법서로 이 책을 대하는 것은 아니니 나무에게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은 붙들어 매셔도 좋겠다.

 

나는 두가지 부류의 (책 또는) 글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거칠게 나누자면, 공부하며 읽어야 하는 글과 감응하며 읽는 글이다.

이 책도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쓰여진 작법서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매순간순간 어떻게 반응하고 감응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려 하였는지를 그려내는 생활문으로 볼 수도 있겠다.

때론 치열하게,

때론 눈물겹게,

주변과 어떻게 어울리고 있는지 ,

그녀와 그녀를 둘러싼 대기와,

삶의 따사로움과 인생의 간난신고를 동시에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증언이고,

그래서 부제도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인데,

이건 바꾸어서 얘기하면,

삶의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일들을 쓰는 것이다.

삶을 풀어내는데 매개가 되는 것이 글이면 글쓰기의 최전선, 그림이면 그림그리기의 최전선, 사진이면 사진찍기의 최전선이라 이름 붙이게 되는것이고, 바꾸어 말하면 '삶'그 자체이다.

 

"인간이 물질세계는 탐사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탐사는 하지 않으려 한다"는 조지 오웰의 말처럼,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많이 읽다보면 글의 주제를 쉽게 파악하게 되고,

내 자신이 글을 많이 쓰다 보면 내 자신의 주제를 파악 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내면을 돌아다 보고 주제를 파악하는 것이 왜 좋으냐 하면,

내 자신의 삶에 기준을 정해야, 이를 반추하여 타인의 삶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과 잣대를 마련할 수 있고,

그리하여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감정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다.

 

삶에 기준과 잣대를 정하고,

그리하여 글쓰기를 삶이란 말로 치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는 곧,

삶의 매순간순간 생기는 크고 작은 상처를 훈장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가,

상처는 덮어두기가 아니라 드러내기를 통해 회복된다고 하고 있으며,

글쓰기는 상처를 드러내는 가장 저렴하고 접근하기 좋은 방편(63쪽)이라고도 하고 있다.

글쓰기가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된 것은 인터넷 발달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사적 독서와 사적 글쓰기(일기쓰기)가 다양한 형태로 노출되고,

그 과정에서 타인을 거울 삼아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볼 수 있게 되고,

그렇게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있게 되면서,

타인에게 공감(내지는 반감)과 소통, 감정 이입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인터넷이 발달되어서  안 좋은 점도 있다.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여론을 형성하게 되는데,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다 보니 덩어리가 금방 커진다.

대중 여론과 사회적 분위기에 자신의 개성을 가질 사이도 없이,

영화는 흥행영화만 보게 되고 책은 인기작가의 베스트셀러만 읽게 된다.

 

이 책에서 유난히 와닿았던 구절은 『어린 왕자』의 '여우'가 한말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이제 시간이 없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되었다. 상점에 가서 다 만들어진 물건들을 사는 거야. 하지만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없어."(106쪽)

 

글쓰기를 통하여 타인에게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내고, 감정이입을 유도할 수 있게끔 한다고만 생각했지,

내가 주체적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고통 감수성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르포와 인터뷰 쓰기'를 가장 좋은 공부로 꼽는걸 보면 말이다.

 

나 혼자만의 주절거림이 아니라, 대화이고 오고감이고,

시시한 대화는 심오한 대화와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글쓰기를 통하여,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이다.

 

글의 처음에서 언급한 '로다주'는 '버트 우니 니어'였다.

'버트 우니 니어'를 '로다주'라고 부른 것은 임팩트라기 보다는 축약에 의한 낯설게 하기 효과였고,

아이언맨의 주인공답게 겉으로 보기에는 정의의 사도이며 바른생활 사나이일것만 같았던 그가,

한때 마약중독이었었고,

이제는 마약을 끊었다는 사실이 더 임팩트 있게 다가왔는데,

마약을 끊게된 결정적인 계기가 치즈버거 매니아였던 그가,

'마약중독으로 치즈버거의 맛을 느낄 수 없어'서였단다.

 

임팩트라는 '단어'에서 생각이 널을 뛰어 내 글에 임팩트가 없다고 했던 친구가 떠오르는데,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공부하며 읽어야 하는 책이든 감응하며 읽는 책이든, 체화하여 내것으로 만들고 보는 경향 때문이지 싶다.

나의 글쓰기란 그런 책을 읽은 느낌에 다름 아니다.

꼭꼭 씹어 먹고 소화시켜 내 것으로 만들어 놨는데, 거기서 원재료의 개성을 찾겠다고?

그런 의미에서 나의 글쓰기는 단순히 물리적 변화를 넘어 화학적 변화에 가깝다고 하겠다.

 

그래서일까?

내가 쓴 글이 곧 나이고,

내 글은 내 삶의 반영이고는 말할 것도 없지만,

삶의 반영이라고 하여,

나의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글쓰기의 언어로 여러사람을 이해시키려는 욕심 따윈 없다.

대신 한사람이라도 오롯하게, 상대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싶고,

나도 속속들이 이해받고 싶다.

하지만, 이것도 억지로나 일부러 그렇게 된것이 아니라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렇게 化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글쓰기는 내 독서의 확인이자 끄적거림이고, 내 삶의 반영이다.

임팩트 따위는 없어도 좋으니,

쉬워서 금방 알아먹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임팩트 있는 글이 순간적인 각인 효과가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섬세하고 따뜻하여, 그리하여 편안하게 느껴지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혼자 있어도 더 이상 외롭지 않고 훈훈한 온기를 느끼며 공감하고 소통할 수 그런 글 말이다.

 

내가 얘기를 했던가 모르겠다.

은유의 이 책도 '표절'이 아니라, 책 통째를 필사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필력이 뛰어나다.

거기다가 책의 끝에가면 50여권의 참고도서가 나오는데, 알차다.

완전 제대로 지름신이다.

이런 책을 다른 알라디너에게 양쪽 엄지 손가락 곧추 세워가며 강추해도 되는 건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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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5-06-20 11:18   좋아요 0 | URL
로다주가 사람 이름이었군요. ^^
누군지 몰랐는데, 깡통을 뒤집어 쓴 그 사람이라니 얼굴이 떠오르네요.

양철님의 이 글 참 좋네요. ^^

양철나무꾼 2015-06-22 16:34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께 글이 좋다는 칭찬을 받으니 하늘 끝까지라도 날라갈 것 같이 기분 좋습니다.
앗싸~^^

마녀고양이 2015-06-20 12:56   좋아요 0 | URL
우아.... 책에 대한 구분 너무 명확해서 좋네,
공부하면서 읽어야 하는 글과 감응하여 읽게 되는 글, 이렇게 쏙 들어올 수가. ^^

난 정말 로다주를 좋아하는데, 그보다는 셜록 홈즈의 왓슨 역으로 같이 나오는 주드 로가 더 좋더라,
주드 로의 이마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한탄스럽지만.

오늘 비가 오네, 다행이야.

양철나무꾼 2015-06-22 16:37   좋아요 0 | URL
그렇군~^^

로다주에서 주드 로로 널을 뛰는 상상력이라니,
우리 끝말 잇기 놀이 함 할까~?^^

해피북 2015-07-01 11:58   좋아요 0 | URL
양철 나무꾼님은 은유저자의 책으로 지름신을 맞으시구 저는 양철나무꾼님 글을 읽으면 지름신이 강림하사 카트는 풍요롭게 식탁은 단촐하게 만들어주신 답니다 꺄르르 꺄르르 ㅋㅂㅋ,,

양철나무꾼 2015-07-05 13:32   좋아요 0 | URL
해피북 님, 댓글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거...아십니까여~ㅅ?^^
전 이번엔 김홍민 입니다여, 에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