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름사전 - 하늘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구름! 파도구름에서 면사포구름까지 구름의 다양한 삶을 사진으로 읽는다
무라이 아키오 외 지음, 고원진 옮김 / 사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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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직접 오프라인에서 마실을 다니면 여기저기 바람따라 구름따라 다니며 햇살에 광합성이라도 하고,

구름에 가리운 해님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 그늘에 숨기도 하고,

바람에 옷깃이나 머리카락이 날리면 날리는대로,

그렇게  발 닿는대로 나를 내맡기면서 말 그대로 유람이고 여행이고 하지만,

이 곳 알라딘 서재에서 마실을 다니게 되면, 

도처에 책에 관해선 달인과 숨은 고수들이 포진해 있는 고로,

지름신만 강림하게 될 뿐,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할 책이 또 그렇게 늘어 얼굴이 누렇게 뜨고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오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

별 영양가 없다.

 

암튼 서재 이웃 마실을 다니지 말든지 해야지,

언젠가 이웃 알라디너에게 놀러갔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름사전"이라는 멋진 제목에

표지는 바라만 봐도 가슴이 탁! 트이는 파란 색이다,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은 오늘, 그 맘 대신 이 책을.

이란 소개를 보고 필 충만하여 구입한 책이다.

 

난 옛날부터 하늘색을 참 좋아했다.

파란 색이 아니라,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하늘 색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지금은 방치해 두긴 했지만, 카카오스토리 대문도 한가득 하늘 사진으로 꾸몄을 정도로 하늘과 하늘색을 좋아했다.

이 사진을 참좋아하는데, 비행기 유리창을 통해 내려다 본 하늘과 구름의 모습을 담고 있어서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 몸이 공기인형처럼 빵빵하게 공기가 들어가 부풀어 올라 날아 오를 것만 같다.

 

책에는 구름의 생성과정과 구분 방법, 10종 기본 구름과 약호, 별명, 10종 기본 구름을 판별하는 방법 등이 나와 있고,

11번째 구름이라고 해서 비행운과 살면서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희귀한 구름들을 소개해 놓고 있다.

그밖에 소소하게 촬영기기나 광학현상 등에 대한 소개도 깨알같이 소개되어 있다.

 

물론 10년 동안 찍은 사진을 갖고 만든 책이라서 사진을 많이 싣고 싶은 욕심에 그랬겠지만,

하나같이 좋은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하다는 느낌보다는,

사진이 너무 많다보니 조잡하고 복잡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컷 수를 줄이더라도 사진의 크기가 좀 더 컸으면,

하늘이 주는 감동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까 싶어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138쪽의 봄이 되었음을 알리는 적운 사진이 가장 좋았다.

보기에 따라서는 지저분해 보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수평의 분할 구도가 만들어 내는 선이 안정감을 주고,

못자리에 댄 물에 빠진 하늘과 시이 사이 모들에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이 사진도 두페이지에 걸쳐 실리다보니 잘렸다, 아쉽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비행운이 발달해서 넓게 퍼질 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날씨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단다.

 

이 책은 의도도 좋고 내용과 사진 모두 훌륭하나,

'일본 아마존 천문학 분야 4년 연속 베스트셀러 1위'라는 겉표지의 노란 딱지로 미루어 알 수 있듯이,

일본 작가의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도 분명 저런 기획 의도를 가지고 사진을 찍어온 사람들이 있을텐데,

부족하고 서툴더라도, 우리나라의 그것을 기획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에는 구름을 알면 무엇이 좋을까 하여, 하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하고 끝을 맺는다.

 

물론 고개를 들어 하늘과 떠가는 구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경험을 하게 되겠지만,

드넓은 하늘에서 호연지기 따위를 키울 수 있겠지만,

그냥 아름다운 구름의 사진을 보기 위해서라고 해도 할 말은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예로부터 '진인사대천명(盡人事而待天命)'이니,'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成事在天)'이라고 하여,

인간이 노력해서 어쩌지 못하는 일은  자연환경이나 하늘의 특별한 도움이 있어야만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

살다 보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마음대로 안 되는 일도 있고, 생각지 못했던 좋은 기회를 만나기도 한다.

그럴때 운명이라며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느냐,

아님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치환시키느냐는 내 마음 먹기 나름이다.

그렇다면 고칠 수 없는 운명을 어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고쳐 먹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겠다.

그러니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일을 성사시키는 것은 하늘이라는 말도 나왔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하늘' 하면 생각나는 사람은 <삼국지>의 제갈 공명이다.

사마중달을 호로곡으로 유인하여 펼치는 화공 작전은 신영복 님이 말씀하시는 적벽대전에 버금간다고 생각한다.

사마중달에게 남은 것이라곤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된 그 순간,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그때 제갈공명이 이렇게 얘기한다.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成事在天)"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일을 성사시키는 것은 하늘이란다.

옛날 구름의 모습으로 미루어 날씨를 예측할 수 없었을 때는 하늘에 의지했지만,

지금은 마음먹기 나름이니, 마음을 곱게 먹어야겠다.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成事在天)을 오늘날의 버전으로 바꾸면 이쯤 될듯 하다.

마음은 닦을때 아름답고 쓸때 빛난다.

 

비가 와서 잔뜩 가라앉은 하늘 때문에 오늘은 구름을 보기가 여의치않았다.

못자리 물에 빠진 적운 사진을 흉내 내려다가 새만 한마리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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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4-29 18:40   좋아요 0 | URL
저도 구름 정말 좋아해서, <구름을 사랑한 과학자>가 절판이어서 당분간은 다행이다 합니다ㅎ; 도서관 검색도 일부러 하지 않았어요!

양철나무꾼 2015-04-30 11:58   좋아요 0 | URL
전 어릴적 장래희망 중에 천문학자가 되는 것도 들어 있었어요, ㅋ~.
전 용돈이 생기면 제일 먼저 알라딘 상품권을 먼저 사는데 말이죠,
언제 부턴가 지름신 제대로 강림이어서,
도서관 검색 따위는 포기한지 오래이고,
이젠 신간 안내 메시지 서비스 받는 것도 중지해얄까 봐요~^^

해피북 2015-04-29 19:35   좋아요 0 | URL
이곳도 비가온뒤 흐려서 구름을 볼 수 없지만 정말 청명한 하늘에 유유자적 흘러가는 구름을 볼때마다 저렇게 사는게 인생인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양철나무꾼님두 고수 중에 고수님이시라 글을 읽을적마다 감 하고 동하여 북카트에 자주 책이 실리곤 한답니다 ㅋ 그래도 전 좋아요 다른 분들은 인문학 강좌다 무슨 강좌다 비싼 돈 들여 배우시러 다니는데 저같은 소생은 이곳이 강의실이자 배움터랍니다 부디 발길을 끊지 말아주소서~~~ 호호호(붉은돼지님 버젼) ^~^

양철나무꾼 2015-04-30 12:01   좋아요 0 | URL
하긴 책처럼 비용 대비 저렴하고 알차며,
게다가 에너지소모도 적은 강좌가 어디있단 말입니까여?

그런 의미에서 해피북님의 요리 강좌는 계속되어야 한다, 쭈욱~~~~~!

cyrus 2015-04-29 22:40   좋아요 0 | URL
‘구름’ 하면 모네의 풍경화가 떠올려요. 한창 사진기가 등장했을 때 모네와 같은 인상파 화가들은 구름을 움직이는 순간을 그림으로 옮기려고 했어요. 그래서 구름이 떠다니는 인상파 풍경화를 보면 무언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져요. ^^

양철나무꾼 2015-04-30 12:03   좋아요 1 | URL
그랬군요~^^
역쉬 cyrus님의 그림 얘기는 흥미진진한 것이, 제겐 신기루 같습니다여~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