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는 무당이 아니다
이하림 지음 / 에이치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a diary of a korean medicine student'라는 영문 제목을 보기 전까지는 책의 방향이나 내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조차 없었다.

1부 한의학과 한의사, 2부 미술과 신체로 되어있는데, 얼핏 보기에도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조합으로 묶여있었다.

저자 이하림이,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학부를 마치고 미술사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졸업하였으며,

선갤러리 큐레이터, 한국미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였고,

우석대학교 한의학과에 입학, 졸업한,

다소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라는 걸 책날개 안쪽에서 확인한 후에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는데,

말 그대로 '한의대생의 일기' 되시겠다.

 

제목이 독특해서 시작하게 된 이 책은,

읽기 전과 읽어가는 도중, 그리고 다 읽고 난 후에 시시각각 마음이 바뀌었는데,

'a diary of a korean medicine student'라는 영문 제목처럼 개인의 일기였다면 좀더 내면의 독백 형식을 띠었어야 할 것이고,

한의학도가 꿈꾸는 이상적인 한의사의 모습을 제시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면,

타겟을 잘못 잡았다고 할 수밖에 없겠다.

 

한의대생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히 여기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보다 일반화된 한의대생의 모습을 제시했어야지,

고고미술사학을 전공, 석사까지 마쳤으며,

큐레이터, 연구원으로 재직하였던 경력의 늦깎이 한의대생이라니 말이다.

물론 장수생이 많은 한의대의 특성상, 특별할게 없어보일 수도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일반화시키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암튼, 머리말에서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질병의 치료를 제시한 책도, 높은 도덕심과 자부심으로 한의학계를 파헤치는 책도, 양 한방의 접격지대에서 전사처럼 돌진하는 책도' 아니며,

한의대 학생들과 한의대생(한의대 학생과 한의대생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 끙~=3)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히 여기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학생의 입장과 환자의 입장에서 썼으며,

(여기서도, 학생의 입장은 저자가 한의대생을 거쳤으니 이해가 되지만,

 한의대생이면서 동시에 환자였어도 둘의 입장은 상충되고 상반되는데, 어떻게 한번에 아우르겠다는 건지 모르겠으며,

 내용을 살펴보아도 그리 환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는 못하다.~--;)

오롯이 개인의 입장에서 쓴것이라고 하는 부분은, '오로지'라고 바꿔줘야 할 것 같다.

'오롯이'라고 쓸때와 '오로지'라고 쓸때 전혀 다른 의미가 되니 말이다.

 

대부분 다른 사람의 몸이고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고, 한의사고, 그 밖의 다른 의료인들이고 간에...

사유와 성찰이 안으로 향하는 내적인 것이어서,

밖으로 향하는 울림을 만들어 내지 못해서 그렇지, 사유와 성찰,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저자 이하림이 이런 섬세한 감성을 승화시켜 표출해 낼 수 있는 훌륭한 글 솜씨를 지닌 덕분에,

이런 내면의 독백을 엿볼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멋진 것은,

사유와 성찰의 깊이가 아니라,

내적인 사유와 성찰을 밖으로 향하는 울림으로 만들어내는 글솜씨인것이며,

더불어 분야를 미술사까지 뻗쳐내는 박학다식함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한의대생들이 이상적인 한의사의 모습을 배울려고,

내지는 내적인 사유와 성찰의 깊이를 본받고자,

이 책을 읽을려고 할 것 같지는 않다.

 

반면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뜬구름 잡는 식이다.

왜 한의사가 무당이 아닌지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는데,

감성적이다 보니 마음은 움직이는데, 머리로 받아들이기까지 논리적 설득력은 다소 떨어진다.

 

역사서 속에서 단서를 끄집어내 제시하고 있는데,

그걸 밀어붙이고 오늘날 일상에서 적용시키는 힘이 부족한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중요한 것은 무녀를 동서활인서(국가에서 세운 의료기관)에 배속시켜 빈민 환자를 간호하게 했다는 대목이다. 마치 무녀의 영적인 능력을 질병 치료에 이용하겠다는 내용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무녀들에게 국가에 대한 의무를 지워 억압한 것이다. 즉 무속의례에 쓰일 노동력을 국가가 취하겠다는 의지이다. 무녀가 의료기관에서 질병 치료를 보조했다고 해서 당시의 의료를 무당의 행위로 오인하면 안된다.(23~24쪽)

 

그동안의 독서 경험에 비추어,

마음으로는 움직이는데, 머리로까지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 경우,

또는 드물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험뿐이었다.

 

진리는 책 속에 있지 않고,

책을 읽는다는 행위를 통해서 경험하고 깨우쳐 가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것을 읽고 배우고 외웠더라도,

사유가 깊고 다방면으로 넓어지더라도,

생각만으로는 행동을 변화시키지도 못할 뿐더러,

나고 타인이고, '사람'의 그것을 변화시킬 수 없다.

 

우리가 흔히 자연이라고 부르는 우주원리의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이걸 부분은 전체를 대표한다고 할 수도 있고,

자기 유사성과 순환성을 가졌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면, '우주원리의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와는 대치되는,

자기유사성과 순환성을 가지고 눈곱만큼씩 변하는 모순된 구조이다.

그러니 다양하고 풍부한 임상경험을 제공하는 치료서보다는 직접 만난 한명의 환자의 케이스 스터디가 소개되는 것이,

이상적인 한의사의 모습을 뜬구름 잡는 식으로 제공하기 보다는 존경하는 한의사나 의사를 옆에서 밀착조명하는 것이,

실제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의학, 양의학 할것 없이 공부할 분량이 방대하고 주변학문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양의학에서는 전공과목을 세분화하고, 각 전문분야 개개인에 맞게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데 반해,

한의학에선 연관성을 생각하다보면 좀더 폭넓은, 포괄적인 접근을 요하게 된다.

경계를 넘나든다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산만하고 주먹구구식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택한 타분야와의 비교는,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높아지기 위해 깎아내리는 것 같아 씁쓸했다.

 

요즘 마음 다스리기, 마음 치료 방법이 많이 나와 있지만 인도자, 또는 상담자의 역량에 넘치는 부분은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수련 경험이 많지 않은데 정신분석을 한다고 심층까지 뒤흔들어 놓으면 마치 가라앉은 진흙을 건드리는 것처럼 수습하기가 곤란한 적이 많다고 한다. 여러 가지 기법의 역할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심리상담, 정신과적 접근은 주의 깊게 해야한다는 것이다.(112쪽)

 

한의사가 무당이 아닌 이유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현대인들이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빈도수와

마음 다스리기, 마음 치료 방법에서 전문가가 아니거나 자격 미달의 사람을 택했을때의 문제점을 예로 들고 있다.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이 일어나야 우울증이 생기지, 아무 원인이 없는데 우울증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전제하에...

 

심층까지 뒤흔들어놓고 수습하기 곤란해 한다거나,

상담자의 역량에 넘치는 부분을 건드리는 걸 놓고,

'수련경험이 많지 않아서'라고 완곡어법을 써서 얘기하지만,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전문가'라고 하는 것과 관련,

의사, 상담사라고 하여 모두 전문가이거나 자격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는 없겠다.

전공자도 이런 상황이니 비전공자는 말할 것도 없겠다.

 

그러면서,

정신은 골절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확실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한다.

척 보고 우울증이다, 강박증이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고 선전하면 사이비이니 주의해야 한다.(140쪽)

라고 하는데,

이 부분이 바로,

한의사를 무당과 혼동할 수 있는 부분이고,

한의사를 비전문가와 혼동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다.

 

척보고 알 수 있는 그런게 아니라,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들 특유의 관찰력이다.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들은 자극이 주어지고 감각이 오고 반응을 하는 순식간을,

연속적이지만 차근차근 스냅사진을 찍듯, 또는 슬로우비디오 동작으로 각인시키듯 감지해 낸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별것 아닌 자극에도 예민하고 섬세하게 반응하다보니 쉬이 피로해질 수 있고,

과부하가 걸릴 수 있어 유별난 성격으로 오해받기도 쉽다.

 

암튼, 중요한 것은 의학적 조건으로 발생한 신체상황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병, 약물로 인한 감정 기복은 우울증이 아니라는데, (139~140쪽)

나도 이제 결코 한살 더먹어서라고는 안하고,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잘 까먹는 부분이니, 다시 한번 상기해야겠다.

 

158쪽 스티븐 잡스가 아이폰을 출시한 이래라고 되어있는데 '스티브 잡스'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아는 단어, 이해하고 있는 개념을 동원해서 모르는 분야를 파악하려는 속성이 있다.

한의원에서 듣는 용어들을 이미 알고 있는 양방 병명의 무엇에 해당하는지 궁금해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순우리말로 된 병명이나 용어를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해부학 용어 같은 경우, 북한의 우리말로 바뀌었는데...

알기쉽고 편안해 하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아, 새로운 용어를 싹 다시 외워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양의학의 병명과 한의학의 질병 분류가 정확히 들어맞는 것이 있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다.

일 대일 대입되는 것도 있지만,

더 자세하거나 대충 뭉뚱그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사는 무당이 아닌것은 물론이거니와,

중요한 것은 본인의 역량을 알고,

다시말해 분수를 알고,

그에 맞게 대입하고 치료를 할 수 있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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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4-02 20:40   좋아요 0 | URL
처음에는 새로 듣는 말이라 외워야되고, 다시 용어가 바뀌면 익숙해진 것에서 다시 적응해야 하니까 , 많이 바뀌면 낯설것 같아요,
밖에 비가 많이 오고 있어요, 양철나무꾼님,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5-04-04 20:05   좋아요 1 | URL
익숙한 것이 편하다고 생각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타성에 젖어서 편견을 갖게 되는게 두렵기도 하고 그래요.

봄밤인데, 여의도엔 벚꽃이 만개했다는데,
왠지 쌀쌀한것 같기도 하고 쓸쓸한 것 같기도 해요.

님도, 편안하고 따뜻한 주말 저녁 보내세요~^^

만병통치약 2015-04-02 22:19   좋아요 0 | URL
전 오히려 현대에는 그 역할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과거에는 한의사가 무당의 역할을 통해 심리상담가이기도 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반대 의견이네요.

양철나무꾼 2015-04-04 20:0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새로웠어요~^^

해피북 2015-04-03 08:27   좋아요 0 | URL
`진리는 책 속에 있지 않고, 책을 읽는다는 행위를 통해서 경험하고 깨우쳐 가는 것이다`
정말 좋은 문장에 급 흥분했어요^~^ 양철나무꾼님 ㅎ

양철나무꾼 2015-04-04 20:08   좋아요 0 | URL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러고보면 좋은 문장 한문장에도 급 흥분하게 되고,
누군가는 생각이 많고 어렵다던데,
참 단순하고 소박한것 같아요~^^

yamoo 2015-04-03 11:06   좋아요 0 | URL
흠...책이 상당히 잘 써졌나봅니다. 저책 서점에서 몇 번 구경만 한 책인데....상당히 잘 써진 책이군요~
한의사는 무당이다...이 제목이 훨씬 더 나은 거 같긴 합니다만..ㅎㅎ
비판 지점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겠습니다. 저는 이런 장단점을 뚜렷이 밝혀 놓는 리뷰가 좋은 리뷰라 생각합니다. 이런 책을 구매할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잖아요~ 유익한~~^^

양철나무꾼 2015-04-04 20:10   좋아요 0 | URL
별 세개를 보고 `상당히`잘 써진 책이라고 하시면...아니 아니 아니~되옵니다.
저도 `한의사가 무당이다?`가 훨씬 더 자극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하는 1인~^^

이런 장단점을 밝히는 글쓰기, 누구한테 배운거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