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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인간의 성격을 연구했는가 - 가까이해도 좋을 사람, 가까이해선 안 될 사람
테오플라스토스 지음, 김욱 옮김 / 행복한마음 / 2015년 2월
평점 :
'가까이해도 좋을 사람, 가까이해서는 안 될 사람'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왜 나는 인간의 성격을 연구했는가'라는 이 책은 아마 원제가 '성격론'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을 난 제목 때문이 아니라 저자 '테오플라스토스'에 혹해서 구입했다.
테오플라스토스는 BC371~BC287년 까지의 그리스의 철학자로,
레스보스 섬의 에레소스 출신으로,아르키포스에게 배웠다고 하는데,
플라톤의 제자가 되었다가 아리스토텔레스 밑에서 활동했다고 하여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답게, 윤리학에서는 행복을 최후의 목적으로 삼았다.
옛날에 쓰여진 책답게 도덕적이고 고리타분하다.
책을 가만히 읽고 있다보면, 그 시대에 추구했던 이상향이랄까 가치관 따위를 엿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테오플라스토스 같은 훌륭한 철학자도,
그리고 백수의 삶을 누리고서 말년에 이르러 쓴 책의 머릿말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 중에 존경해야 할 훌륭한 인물들이 있는가 하면,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인간들도 섞여 있었다고 하는 걸 보니 좀 아이러니컬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들과의 교제를 통하여,
인간의 삶을 나누는 기준은 가문이나 신분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타고난 성격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최고의 교육도,
존귀한 신분도,
훌륭한 친구의 진심어린 충고도, 인간성 자체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고 한다.
암튼, 그는 인간의 성격에 숨어있는 기질을 얘기하는 것을 통하여,
먼 훗날 아이들이 인간을 좀 더 명확하게 분별할 수 있게 되고,
인간을 사귐에 있어서 냉철해지기를 바라며,
사귀지 말아야 할 인물들을 가르치는 걸 통하여,
정말 사귀어야 할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와 가깝게 지내서 인생을 훨씬 아름답게 만들것이라 믿기 때문이라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광장에 모여 집단 토론을 하던 고대 그리스의 일이고,
그 시대에는 그 시대에 걸맞는 처세법이 있을 것이라고 감안을 하고 보더라도,
이 책의 내용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난 사귀어야 할 인물과 사귀지 말아야 할 인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우기 상대의 인격을 자신과 동격으로 놓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자격요건을 갖추었는지, 자격미달인지를 가려내는것 같아서 씁쓸하다.
나는 인간관계는 말 그대로 상호적인것이라고 생각한다.
'사귀지 말아야 할~' 속에는 수많은 전제조건과 단서들이 숨어있다.
내가 상대를 '사귀지 말아야 할' 범주에 집어넣는다는 말 속에는,
상대의 인격과 자신의 그것이 동격이라는 전제가 숨어 있고,
바꾸어 말하면, 상대방 또한 나를 '사귀지 말아야 할' 범주에 집어넣었을 지도 모른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흐르면서, 가치관이 바뀐 것도 한 몫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에 보면 피해야 할 사람으로,
아첨꾼, 쓸데없이 말이 많은 자, 수다쟁이, 소문을 좋아하는자, 등이 나오는데,
요약해보면, 말이 많은 자를 '사귀지 말아야 할 인물'로 보았던 것을 알 수 있다.
내 경우에 빗대어 보자면,
말이 없는, 아니 말을 아끼는 남자랑 살다보니,
나도 그리 재잘거리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환경의 영향으로 말이 많아 졌다고 할 수 있으려나?
이쯤되면 말에 관한 것도 상대적이 될 수 밖에 없다.
꼭 필요한 말을 적절하게 하는 것도,
다른 사람이 봤을땐 넘쳐나서 '사귀지 말아야 할' 범주에 들어가는건 시간문제니까 말이다.
광장에 사람들이 모인 까닭은 그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는데 이 낯선 사내 때문에 사람들은 중요한 토론은 해보지도 못한 채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그날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는 인간들을 왜 피해야 하는지 확실히 깨달았다.
그때가 쓸데없이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자들을 피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대의 인생에서 그 값을 따질 수 없는 시간을 좀먹기 때문이다.(30쪽)
그런데, 여기서 광장에 모였다는 것은 민회에 참석했다는 말이 될 수 있는데,
민회에 참석하기 위해선 일정한 금액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했기 때문에, 돈이 없는 일반 시민들은 민회에 참석하지 못했단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사회적 신분과 재산, 인물, 교양, 학식, 평판 등으로 가까이해야 할 사람과 가까이해서는 안 될 사람을 구분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이보다 더 어리석은 짓은 없다. 그 사람의 인생은 사회적 신분과 재산, 인물 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나, 그의 평생을 관통하는 행동양식은 절대적으로 성격에서 기인한다. 어떤 성품이냐에 따라서 그의 행동과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내 곁에 두고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을 고를 때는 겉으로 드러나는 세간의 평가에 의존하지 말고, 그대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증거들을 분별하여 그의 인격을 판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35쪽)
그래도 어찌 생각하면, 이 시대에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기준이나 잣대로 사용했던 그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평생을 관통하는 행동양식은 절대적으로 성격에서 기인한다고 했던 것을 보면,
열린 가치관의 소유자라고 해야 하겠지만,
게다가 내 곁에 두고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을 고를 때는,
겉으로 드러나는 세간의 평가에 의존하지 말고,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증거들을 분별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충고를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암튼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흐르면서, 가치관이랄까 기준은 변하게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것은,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사귀지 말아야 할' 범주에 집어넣는다는 말 속에는,
상대방에 대한 지독한 편견과 선입견이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
가치관이나 기준을 들이대기 전에 먼저,
내가 마음을 열었는지,
편견과 선입견에선 탈피했는지 뒤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