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토트 아포리즘 Thoth Aphorism
강신주 엮음 / 토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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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랑 카.톡.으로 수다를 떨다가 '바이'를 한다고 이모티콘을 보낸다는게 그만,

이런 이모티콘을 보내버렸다.

친구는,

"뭐가 신나?

 뙇~~~^^

 죽음이야."

이런 답문을 보내왔다.

 

 

사람은 '아는 만큼 상상하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나는 방방 뛰는 저 또모(DDOMO)의 '늘씬한 각선미가 죽음'이라는 것인가 하다가...는 

생각이 엉뚱한 방향으로 널을 뛰어서는,

얼굴과 몸통에 비해서 지나치게 얇고 가느다란 다리로 저렇게 촐싹거리며 뛰다가...

관절염에 걸리면 어쩌냐 하는 걱정으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지경이었다, ㅋ~.

 

그 무렵, 강신주가 엮은 '철학자, 철학을 말하다'를 읽고 있었다.

연일 계속 되는 비에 쉬이 젖지 않는 하드커버로 된 것 중 얇은 것을 고르다가 보니 집어들게 되었는데...

처음 책장을 열고는 좀 실망을 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책은 아주 심플한 것이 여백의 미를 한껏 살려주셨다.

한 페이지에 몇 글자 적혀 있지 않았는데, 그런 형식을 '아포리즘'이라고 한다나 어쩐다나?

근데 찬찬히 읽다보니,

그간 강신주의 책들을 따라 읽어왔던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철학이라는 것을 곰곰 생각하고 정리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왜 우리가 시집의 여백이 많다고 하여 대충이라거나, 조잡하다고 하지 않듯이 말이다.

 

그의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이 세세하고 조곤조곤하게 설명을 늘어놓는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그간의 그의 사상적 흐름을 응축시켜 정리해 놓은 느낌이다.

나무의 기본 줄기와 가지처럼, 근간이 되는 문장들만을 일목요연하게 뽑아 놓았다.

여기다가 어떤 관점에서 살을 어떻게 붙여 나가느냐에 따라서,

어떤 이파리와 열매를 다느냐에 따라서,

풍성한 나무가 되기도 하고 성글고 빈약한 나무가 되기도 할 것이다.

 

다음이, 이 책의 주제 문장 정도 되겠다.

우리는 철학을 하는 체하면 안 되며,

실제로 철학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건강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건강한 것이기 때문이다.

- 에피쿠로스(BC342~BC271) (187쪽)

 

철학이 뭐, 별것이 아닌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는 그 이치를 생각해 보는게,

다시 말하면,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 대한 애정이 철학이고 인문학인 것 같다.

여기서 인간을 자연의 연장선 상으로 보면 '철학'이 되고,

인간을 자연의 일부분으로 보게되면 '인문학'이지 싶다.

(아닌가? 아님 말구~(,.))

 

실망을 하였던 내가, 이 책을 다른 관점에서 보기까지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하는 '임제'의 법어가 한몫을 하였다.

그동안 임제의 이 법어와 해석을 놓고,

또 이 법어의 분분한 해석들을 놓고, 도 그 뜻을 알 수 없었는데,

요번엔 어떤 느낌이 들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얘기는,

내 안에 만들어 놓은 '부처'라는 선입견을 지우라는 말로 들린다.

상대방에 대한 내가 만들어 놓은 상(이미지)나 명명이 없으면,

내가 만들어 놓은 상(이미지)이나 명명으로 고착시킬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선과 악에 기준이 없다면,

선은 좋고 악은 나쁜 것이라고 편가를 일도 없을 것이니까 말이다.

또, 나와 피와 살을 나누었고 그리하여 나에게 무한 호의적인 부모와 형제마저도...

그 무한호의적이라는 상(이미지)이나 명명으로 고착시킬 일이 없어질테니까 말이다.

 

이건,

'내가 대접 받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가 아니라,

'상대방이 대접 받고 싶어 하는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개념에서 확장시켜 볼 수 있겠는데,

상대방은 이미 내가 알고 그리하여 고착되었던 과거의 상대가 아닌 것이다.

내 안에 있는, 내가 잘못 새겨놓은 상대방을 죽이라는 얘기로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의 나는,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취지에 맞게 행동을 했었다.

그런데, 이건 상대방을 선입견으로 가둘 뿐 아니라,

내 자신도 상대방의 시선이나 입장에 따라 보조를 맞춰 제약했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대접 받고 싶어 하는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개념으로 해석한 다음부터는,

상대방을 살피고 제약하던 일종의 선입견으로부터,

내 자신에게서 스스로 떳떳하고 자유로워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상대방이 대접 받고 싶어 하는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것이 좋은 이유는,

적어도 주의를 분산시킬 필요없이,

상대방을 대할 때는 상대방에게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생각이 이렇게 확장된 것은,

주어 개념이 거의 발달되지 않은

우랄 알타이어권 철학자들이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인도 - 게르만족이나 이슬람 사람들과는

다른 사고의 흐름을 갖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 니체(1844~1900) (104쪽)

이 부분을 보고나서였다.

 

모든 것을 알려는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모든 것을 품어주려는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모든것을 알려는 사람은 바삐 움직이고,

모든 것을 품어주려는 사람은 고요한 법이다.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 공자(BC551~BC479)(22쪽)

 

맥박을 짚어보면

인仁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 정호(1032~1085) (105쪽)

독서, 지식이나 앎에 있어서의 선입견을 탈피하게 해준 구절도 있다.

흔히 '지자요수,인자요수'해서 정형화된 句로 생각했었는데,

저렇게 해석을 해놓고 보니,

그 아래 정호의 '인'과 더불어 의미가 선명해진다.

참 좋았다.

 

또 한부분, 정형화된 句에 대한 선입견에서 탈피함으로 인하여,

의미를 달리 새긴 부분이 있는데,

'참다운 사람들은 발뒤꿈치로 숨을 쉬고 보통사람들은 목구멍으로 숨을 쉰다'는 구절이다.

난 그동안 진인은 발뒤꿈치까지 숨을 쉬고, 보통 사람들(衆人)은 목구멍까지 숨을 쉰다고 알고 있었다.

들숨ㆍ날숨 하는 폐활량에 관한 문제쯤 되겠는데,

以가 '~으로써'라고 해석되는 것을 생각해 볼때, 이 책의 해석이 맞겠다. 

옛날 참다운 사람들은

잠을 자더라도 꿈을 꾸지 않았고

깨어 있다 하더라도 걱정이 없었다.

그들의 음식은 달지 않았으며, 그들의 숨은 깊었다.

참다운 사람들은 발뒤꿈치로 숨을 쉬고

보통사람들은 목구멍으로 숨을 쉰다.

古之眞人 其寢不夢 其覺無憂 

其食不甘 其息深深

眞人之息以踵 衆人之息以喉

 - 장자 (BC369~BC289)(71쪽)

그 밖에도 고개를 주억이게 한 구절이 여럿 있다.

일독을 권한다.

사물이 우리를 귀찮게 치근거리다면,

이 불편함을 표현할 수 있는 비판이 있어야 한다.

비판은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적당한 가까움을 유지해야 하는 문제다.

- 페터 슬로터다이크(1947~ )(78쪽)

 

첫번째 고백을 하고 난 후의 "난 널 사랑해"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것은 텅 빈 것처럼 보이기에

약간은 수수께끼 같은

과거의 메시지를(어쩌면 똑같은 말로 전달되지

않았을지는 모르지만)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 롤랑바르트(1915~1980) (111쪽)

 

내가 사는 동네는 40일 정도 비의 연속이었다.

햇살이 그립고,

뽀송뽀송함이 그리워서,

기선(sun)제라도 지내야 하겠다고 했었는데,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오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우제를 지내지 않아도

비가 내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런 순자의 철학을 빌리자면,

기선(sun)제따위는 필요 없다는 얘기이다.

어찌되었건,

오랫만에 비는 그쳤다.

햇살에 이불이며 옷가지 뿐만 아니라,

퉁퉁 불은 몸이랑,

푹 젖은 마음이랑, 도 내어 말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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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24 21:41   좋아요 0 | URL
포근한 햇살 듬뿍 누리면서
따사로운 마음 되소서

하늘바람 2013-07-25 00:20   좋아요 0 | URL
ㅠㅠ 철학이야기만 나오면 요즘들어 왜케 주눅이 드는지
ㅠㅠ


잘 지내시나요?

잘잘라 2013-07-25 09:53   좋아요 0 | URL
일독을.. 받아들입니다. 기쁘게 즐겁게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