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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열전 -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7월
평점 :
ㆍㆍㆍㆍㆍㆍ그 개가 유기견이란다. 개는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자기 인생이 좌우된다. 즉 그 개에게 개 주인은 하나의 우주라고 할 수 있는데,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개는 자신의 우주를 모조리 잃어버린, 세상의 끝으로 떨어진 처지가 된다.애교만 부리면 모든 게 해결되던 기억을 뒤로 한 채 먹을 것을 찾아 헤매고, 잘 것을 걱정해야 하니까. 그런 유기견을 데려다 키우는 사람은 그 개한테 자신의 우주를 되돌려 준 신적인 존재가 되는 셈. 김경민 편집자 님과 같이 그 개를 데리고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한 생명을 돌봐 주는, 마음 따뜻한 편집자님과 책을 내는 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가!" 이 책이 잘 돼서 '개를 사랑하면 복을 받는다'는 교훈이 생기기를 빈다. (303쪽, 맺는 글 중에서)
사실 난 개를 싫어한다. 싫어하는게 아니라 어쩜 무서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러 종류의 학원 중 수의간호학원도 같이 하는 이가 한때, 주말이면 실습용으로 쓰는 개들을 데리고 왔는데...
개 중에는 천방지축인 경우도 있었지만, 지독하게 훈련이 잘 된듯 눈치가 구단인 개들도 있었다.
내가 툴툴거리면 뒤치다꺼리하기 귀찮아서 그러는 줄 알고,
"이 녀석들이 믹스(잡)종이라서 그렇지,
생긴거 봐봐...얼마나 이쁘고 귀여운가~,
게다가 눈치는 구단이어서 대소변 잘 가리고,
뒤차다꺼리 할 거 하나 없다."
라고 했었다.
난 개가 인간에게 옮길 수 있는 질병, 예를 들면 회충이나 심장사상충등을 예로 들며 툴툴거렸었고,
그러면 그는,
"넌 어떻게 생각하는게 그리 극단적이고 부정적이니?"
하면서 나를 닭 쫒던 개 지붕쳐다보듯이...가 아니라,
봄날 졸리운 개가 아지랭이 피는 길 위로 지나가는 개미 한마리를 쳐다보듯이 바라봤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게 바로 '공신력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기생충에 관한 자료 였다.
그러던 차에 만난 이 책은 내게, '복된 음성' 복음이 될 줄만 알았다.
글도 맛깔나게 쓰여있고, 재미있을뿐더러,
세계적인 공신력을 자랑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교실의 교수인데다가,
요즘 최고의 인기와 몸값을 구사하고 있으며,
이곳 알라딘서재에서도 다크호스,
아니다, 얼룩말의 줄무늬를 만드는 기생충 같은 존재 되시겠다, ㅋ~.
내가 왜 이렇게 구구절절 얘기하냐하면,
책이란건 공신력이나 인기만으로 부족한 부분이 '약간' 있게 마련.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인이 읽고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있도록,
의학용어나 전문용어를 빼고 설명을 하면서도,
공신력을 갖도록 설명을 하는게,
눈높이와 공신력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재미있어야 하겠다.
'재미'라는 건 책을 지속적으로 붙들고 있게 하는 힘이다.
그 일례로 얼마전 읽은 '미야자키 하야오 출발점 1979~1996'이란 책을 보게 되면,
'대부분의 개그가 멍청하고 과장된 말에 웃는데, 사람의 실수를 보고 웃는 것은 개그가 아니라 불쾌한 것' 이라는 말에 나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진정한 개그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 어떤 박자에 자신을 맞추지 못하고 일상적인 행동해서 빠져나오고 마는 그런 것일 듯하다.
예를 들면, 아름답고 착한 공주님이 위기에 처한 애인을 구하려고 도적을 발로 걷어차 버린다는 식이다. 이런 행동으로 공주님 이미지가 깨지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도리어 공주님이 인간답게 보일 것이다.' 따위의 내용들 말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의 미덕을 꼽으라면...성실히 일한 사람의 그것 쯤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성실히 일한 사람 앞에 한마디 수식어를 붙이자면, '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정도 되겠다.
여기다가 심심한 김에 한마디 더 붙이자면, 유익하면 더 좋겠고 말이다, ㅋ~.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난 가장 큰 수확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회맹판증후군을 좀더 멋지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음화화하~~~~~!!!
다시 이 글의 처음, 이 책의 '맺는 글'로 돌아가서 말이다.
이 책이 잘 돼서, '개를 사랑하면 복을 받는다'는 교훈에서 그치치 말고,
이땅에 유기견이 없어져서,
그가 내가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犬들을 집구석으로 끌어들이지 않는 날들이 되기를 학수고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