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너무 예뻤다.
자신이 맡은 일에 열심이었고,
자신감이 넘쳤으며,
매사에 긍정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부러웠고, 닮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녀가 넉넉하게 웃다가 간, 무한 긍정 에너지 한자락이라도 좋으니...
내가 주워다가 옵션으로 장착하고 '준비 완료' 하고 있고 싶었다.
얼마전에 커피메이커에 딸린 컵을 해먹고, 새로 포트를 장만하였었다.
그런 내게 그녀는 한가해진 기념이라며 이런 선물을 보내주었다.
갓 로스팅한 '케냐 AA'를 세련된 투명용기에 넣어보내주었는데, 내가 새로 장만한 유리 포트를 보고 갔나 싶게 맞춤이다, ㅋ~.
게다가 김훈이 가장 좋아한다는 '케냐 AA'는 발설한 적은 없지만, 나도 가장 좋아하는 커피 종류 중의 하나다.
완전 센스쟁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예쁜 것은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무한긍정 에너지를 마구 발산하는 사람은 가만 있어도 자체 발광일테니 당연 군계일학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는 것과 실천으로 옮기는것과는...또 다른 얘기인가 보다.
미소 한번 짓고, 웃음 한번 웃는걸 배운겠다는건데 왜 그리 힘든지, 원~--;
암튼, 요즘 내가 읽고 있던 책은 '한귀은'의 '이별 리뷰'였고,
이별 리뷰
한귀은 지음 / 이봄 /
2011년 1월
마침, 거기에 '김훈'의 글들이 여러 편 나와 주었는데,
내가 한 번쯤은 읽었던 것인 듯 싶은 것도 있었고 했는데...유독 내 마음을 붙잡은건 '공무도하'라는 소설의 인용부분이었다.
남자는 여자의 몸에서 '새벽안개 냄새'를 느낀다. 그 냄새가 조바심을 불러온다. 여자의 몸 깊은 곳에는 흐린 등불 하나 켜진 것 같다.ㆍㆍㆍㆍㆍㆍ그런데 남자는 여자의 그 느낌을 안다. 두사람, 똑같았다고 말한다.
ㆍㆍㆍㆍㆍㆍ
'공무도하'의 작가 김훈은 자신의 세설에서 섹스 행위에서 상대가 느끼는 바를 느낄 수 없다고 했다. 섹스에서도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문정수는 "둘이 똑같았구나"라고 말했다. 문정수는 노목희가 느끼는 바를 느낄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노목희가 느끼는 바를 알 수는 있었는지 몰라도, 느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문정수가 둘이 똑같았다고 말할때, 그것은 노목희의 말을 통해 추정한 것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둘이 똑같았다고 문정수가 생각한 데에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노목희에게 전한데에 있다. 느낌 자체의 전달이 아니라, 느낌에 대한 전달이다. 소통은 아니지만, 소통에 대한 소통이다. 그리고 그 소통에 대한 소통은 모호하지만, 이 모호를 둘은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모호함을 이해한다.(231~232쪽)
해석 불가능한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 부분을 이해하느라 애를 좀 먹었다.
뭐, 이렇게 어렵게 살거 있나?
내 경우는 이렇게 어려울때는 두눈 질끈 감고 마음이 시키는대로 따르면 오해는 할 수 있을지언정, 뒤늦은 후회는 비껴가던데 말이다. 끙~(,.)
그리하여 당장 김훈의 '공무도하'를 장만해 주셨고,
'커피, 치명적인 검은 유혹'이라는 책도 책탑에서 살짝 집어내렸다.
'이영광'의 시집에서도 소개된 일이 있는 '오규원'의 '프란츠 카프카'를 발견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고,
무엇보다 '이상'의 '산촌여정'에 나왔던 MJB커피를 보게 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거기에는 MJB알라딘 커피라는 것도 있다, ㅋ~.
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커피, 치명적인 검은 유혹
김용범 지음, 김윤아 그림 /
채륜서 / 2012년 10월
아, 그러고보니...
그녀도,
내가 요즘 읽은 책들의 문체도,
이곳 알라딘 서재도,
커피의 그것을 닮았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