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할아버지 같이 놀아요! 학고재 그림책 2
정현주 글.그림, 목우스님 한자도움 / 학고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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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님이 카카오 스토리에 올려놓은 이 사진을 보고 어디냐고 물으셨는데,

이 사진은 그러니까 선암사 꽃담이다.

그러니까 이 사진을 거기에 올린 이유는 바로 이 책'노자 할아버지 같이 놀아요'를 읽고 제대로 필 충만 하셔서이다.

 

선암사 꽃담 사진이 이 책과 어떤 상관 관계가 있냐 하면 한자 도움을 주신 목우스님 이란 분이,

'마하연 명상선원'과 '선암사'에서 부처님의 가르침과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고 책 날개에 적혀 있길래 수선을 떨어봤다.

 

내가 리뷰의 제목에서 엄지 손가락이 두개 뿐인게 못내 아쉽다고 한건 실은 잘못된 표현이다.

내노라 하는 영화 평론가 둘이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려가며 two thumb up한데서 연유한 말이니,

흉내를 내려면 좀 그럴 듯 하게 냈어야 하는데 말이다, ㅋ~.

 

암튼, 날 이렇게 홀라당 발라당 반하게 한 이 동화책을 만든 사람은 정현주란다.

글ㆍ그림 정현주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홍익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하였고,

잠시 미국에 머물면서 텍스타일 작업에 몰두하였다.

'천자문아! 나와라''너, 나 우리' '아제 아제 바라아제''멸치' 들에 그림을 그렸다.

라고 되어 있는 걸로 보아서 미술을 전공한 사람인가 본데,

이번 동화책은 글도 이사람이 심혈을 기울였는데 빼어나다.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실은 내가 이렇게 설레발을 치는 이유는,

이 책의 겉표지와 관련 떠오르는 분이 계셔서이다.

 

해님을 가려 보겠다고 아무렇게나 밀짚모자를 눌러쓰셨던 분.

바람을 갈라 보겠다고 자전거의 페달을 설렁거리며 돌리셨던 분.

농약 대신 오리를 풀어 벼 농사를 지으셨던 분.

 

自 스스로 자, 然 그럴 연.

스스로 그러함.

어떻게 되어야만 한다고 정해지지 않은 것.

그걸 '자연'이라고 해.

 

어찌보면 자연같으신 분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신 건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싶다.

범인의 눈으로 세태를 바라보니, 못내 아쉬울 따름이어서 그렇지.

 

분위기를 바꾸어,

내가 정현주 이분의 내공 운운하는 이유는,

이런 기법 때문이다.

이걸 패치워크라고 하는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한땀 한땀에 땀방울들이 방울방울 맺혀있는 듯하다, ㅋ~.

 

 

 

아주 옛날, 노자 할아버지가 말했어.

가장 좋은 마음은 물을 닮았대.

왜 그런지 궁금하지?

 

이 구절을 난 이렇게 읽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아주 옛날, 노 할아버지가 말했어.

 

 

물은 세상 모두를 도와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면서 말이야.

가다가 큰 바위가 막아서면 클클클

작은 돌이 막아서면 잘잘잘

돌아서 내려가지.

다투지 않고 흘러가.

 

 

샘물은 퐁퐁

시냇물은 졸졸졸

물길따라 아래로 흘러가지.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물러.

흙탕물에 섞여 더러워지기도 하지만

물은 가지 않는 곳이 없어.

 

 

어느새 바다에 이르지.

 

 

그래서 좋은 마음은 물을 닮았대.

 

얼마든지 어려워질 수 있는 애기를 쉽게 풀어냈다.

쉬운 얘기를 어렵게 하는 것도 그렇겠지만,

어려운 애기를 쉽게 하는 것은...

본인이 직접 깨닫고 체화하여 자기 것으로 만든 연후에나 가능한 것이다.

아, 좋다.

그림이고,

글이고,

억지스러운 구석이 없고 자연스러워서 좋다.

이런 그림책을 보다 보면,

그림 책을 아이들만 봐야 한다는 생각은 편견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오랫만에 단순해질 수 있어서 좋았고,

분홍분홍*^^*한 동심에 빠져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 마음을 붙든 문구는 이것이었다.

動善時

(무엇을 하면) 좋을지 때를 맞춰 행동하는 (마음)

 

집을 만들때도 안이 비어 있어야 우리가 그 안에 머물러 쉴 수 있듯이,

우리 마음도 비어 있어야,

사랑도 담을 수 있고, 호기심도 솟아나 마음이 재미있어 진단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는 것처럼

모든 생겨난 것들은 언제나 사라지지.하지만 다시 돌아와.

우리네 사랑이나 삶도 그런 것이리라.

달도 차면 기울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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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2-09-24 16:31   좋아요 0 | URL
가끔 정신이 피곤할 때나 빽빽한 활자의 책 때문에 눈이 피로하면 그림책 한 권의 삶의 비타민인거 같아요. 선암사 꽃담 사진이랑 책 속 삽화가 좋습니다. 잠시나마 학교 생활에 대한 피곤함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사진과 그림, 감사합니다. ^^

잘잘라 2012-09-24 17:55   좋아요 0 | URL
휘둥그레~~~~~ 사진도 글도 그림(이라기보다는 작품 사진..인건가요? 아무튼)도 참 좋네요.
리뷰 쓰신 님의 마음도요. 진달래 분홍빛이 너무 고와서 오랜만에 인사 남기고 갑니다요~~~

프레이야 2012-09-25 16:58   좋아요 0 | URL
정말 멋진 그림책이네요. 맛배기만 봐도 느낌이 온다는...^^
제 손가락 두 개도 같이요.ㅎㅎ

하늘바람 2012-09-25 22:17   좋아요 0 | URL
선암사 꽃담이었군요

하늘바람 2012-09-25 22:26   좋아요 0 | URL
홀딱 반할만한 그림책이네요 꼭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