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는 쓴 적 없다.
직업과 관련된 업무 일지는 간간히, 케이스 스터디 노트는 맘 내킬때...
하지만, 낙서 식의 그림일기는 자주, 거의 매일 쓰다시피 한다.
배우 유준상의 유쾌하고 엉뚱한 일상 모험.
유쾌하고 엉뚱하면서도 일상을 벗어나지 않은 모험이라는 구절,
이게 유준상이 쓴 '행복의 발명'이란 책을 보게 된 이유이다.
그렇다면 유준상은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을까?
행복의 발명
유준상 지음 / 열림원 /
2012년 5월
'배우는 일지를 써야 돼.'
유준상이 '아버님'이라고 부르며 존경하는 안민수 동국대 석좌 교수의 이 한마디를 가슴에 새기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만의 '배우 일지'를 써왔단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행복의 발명'이라니...ㅎ,ㅎ~.
발명- 아직까지 없던 기술이나 물건을 새로 생각하여 만들어 냄
발견-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냄
한때, 발명과 발견의 단어 차이를 놓고 고민을 했었으니, 이들 단어를 놓고 착각했을리는 없고...
내가 행복의 정의를 잘못 알고 있나 싶어서 되짚어 보았다.
행복:1.복된 좋은 운수
2.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우리는 해가 바뀌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건네게 되는데, 이때 '복 많이 지으라'는 말이 생략 됐다.
새해 복많이 지으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복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것과 마찬가지로 잉과응보의 개념이다.
다시말해, 유준상은 행복을 길 가다가 어느날 그냥 우연히 얻어지는 소극적 개념의 것, 발견으로 보지않고,
아직까지 없던 기술이나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처럼, 능동적이고 적극적 개념의 것으로 보았다.
거창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 행복은 노력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면,
새벽은 새벽에 눈 뜨는 자만이 볼 수 있듯이, 행복은 발견이 아닌 발명하는 것이다.
<이 책의 판매에 따른 인세 수입은 지은이의 뜻에 따라 전액 소외된 어린이를 돕는 일에 기부됩니다>
솔직히 책에서 위의 저런 구절을 보지 않았다면, 너나 할 것 없이 책을 내는 세상이라며 툴툴거리고 읽으려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유준상의 '배우 일지'가 아무리 멋지다고 해도 아마추어적인 신변잡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생각이란 것이 하나로 고착되지 않고 이리저리로 넘나드는 것이, 유쾌하고 엉뚱하고 대책없어보여 좀 멋있어 보였지만...
그걸 배우의 그것이라고 놓고 봤을땐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하다 못해 소박하다 싶었고,
그의 글과 그림은 심지어 초라하고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가 책을 낸게, 어떤 개인적인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란게 보라색 문장으로 밝혀지는 순간...
(뭐, 너나 할 것 없이 책을 낼 수 있다...이런 교훈을 얻자는게 아니라,)
'일기 또는 일지'라는 건 어느 누구나 쓸 수 있는거고,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사는 배우라고 하여 꼭 '배우 일지'라는 삶의 기록조차 휘황찬란하지는 않다는 거다.
다만, '일기나 일지'를 통하여 그날 그날 삶을 반성하고 내일을 계획할 수 있을 정도로 삶을 개척하는 사람이라면,
(그걸 유준상은 '발명'이라고 본 듯 하다~^^)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니, 이 책의 키워드를 무엇으로 보느냐는 사람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일기나 일지를 쓰는 삶'으로 보고싶은거다.
그가 그린 뼈다귀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림은 너무 단순하여 누구든 따라 그릴 수 있겠지만,
사물을 몇 개의 선이나 단어로 요약해 내는걸 보고 있노라면, 신선이나 禪의 대가를 보는 듯 하다.
산다는 건 가끔 너무 어렵고 철학적이다가도 또 어떨 땐 너무 단순하고 쉽게 풀린다.
아마 그 가운데에서 저울질하다가 나 스스로 그 무게를 잘라내는 일의 연속이 아닐까 싶다.
그 삶 속에서 나는 자연을 보게 되었고,
삶은 자연 속에서 아주 커다란 진리를 보여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14쪽)
너무나 놀라웠던건 '초긍정자아'라고 생각했던 그도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거다.
생일이 얼마 전에 지났다.
생일은 꼭 우울하거나 아프거나 쓸쓸하거나 아쉽다.(28쪽)
생일이 얼마전에 지났다.
생일은 꼭 바빠 정신 없어서 미역국도 못먹고 지나간다.
처음 일기나 일지를 쓰기 힘든 사람들은 이런 놀이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밑줄 친 부분에 적당한 단어들을 넣는 걸 연습하다 보면, 자연 일기나 일지 쓰기나 수월해 지지 않을까?
이렇게 바꿔 보는 또 어떨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사람이다.(46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있어야 할게 제 자리에 있는 거다.
불꽃이 디즈니(Disney) 하늘 위를 새하얗게 수놓고 있었다. 나는열심히 촬영을 했고 아내는 분수대 앞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 모양의 불꽃이 퍼졌다 사라지고 하늘에는 온통 불꽃의 수가 놓였고 쿵쿵쾅 소리는 모든 이의 숨소리를 멈추게 했다. 불꽃놀이가 끝난 뒤 아내가 내게 다정스레 한마디를 했다.
"바보, 계속 찍기만 하면 뭐해. 이런 건 같이 봐야지."
순간 얼굴이 빨개지려 했지만 꾹 참고 모른 척했다.
다음엔 꼭 같이 봐야지.(59쪽)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감명 깊었던 구절이다.
가끔 너무 아름답거나 장엄한 광경을 보면, 누군가와 같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카메라나 동영상에 담느라고 정작 그 순간을 놓치는 우를 범할 때가 있다.
어쩜 가장 아름답거나 장엄한 광경은 카메라나 동영상에는 담을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가장 아름답거나 장엄하거나 멋진 광경이 따로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과 같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순간 마법의 금가루를 뿌린 듯 가장 아름답고 장엄하면서 멋지기도 한 광경이 되기도 하는 걸 여러번 보아 왔기 때문이다.
허름하고 소박한 일상이라도, 나에게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순간을 허락해 주신 그 분,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모두에게 감사하게 된다.
그 연장선 상에서, 일상의 매 순간순간에 감사하자는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유준상이 '아버님'이라고 부르며 존경하는 안민수 동국대 석좌교수님이, 당신의 병환이 일조하였다.
"앉아서 돌아가신 스님이 누구시지" 물으시고 "OO스님 맞지! 그래, 대단하신 거야! 아픈 몸으로 앉아만 있어도 몸이 부서질 듯할 텐데 그걸 견디시니 말이야. 그래, 수련을 해야 해. 내 생명을 더 주셨으니 이제 병원에서 나가면 수련을 해야지. 인생은 극복하는 수련의 과정이야. 야, 괜찮다, 적어둬야지. 극복하는 수련의 과정!" 다시 눈을 감으신다. 똑바로 앉으신 모습 속에서, 우리는 스승님이자 어른이신 선생님의 모습 속에서 나는 흔들리는 눈동자의 퍼짐을 막느라 입술을 꼭 깨물었다.
PS."숨을 쉬는 게 이렇게 힘든데......."
"숨을 쉴 수 잇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모두들 모르고 있어. 우린 바보들이야."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게 행복해. 모두 다 기쁜 일만 있으면 재미없잖아. 이렇게 아프기도 하고 그걸 또 이겨내기도 하고. 아프지만 이렇게 또 가족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말이야."(64쪽)
끝없이 달려가다 멈춰본 사람은
멈춘 만큼의 깊이를,상처를,
껴안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걸
뒤늦게야 깨닫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꿈의 동반'중에서(119쪽)
'꿈의 동반'이 뭔가 했는데, 유준상이 시나리오도 쓰고 아들을 위한 동화도 쓰고 했는데...그 중 하나의 제목인가 보다.
이 구절은 내가 이해를 못해서 그런가,
표면적인 것만큼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지도 않았고, 멋진 얘기도 아닌 것 같았다.
끝없이 달려가는 것은 달려가는 것이고,
달려가다가 멈추는 순간, 더 이상 끝없이 달리는 게 아닌게 된다.
멈추는 순간, 땅과 수직으로 중력의 영향을 받게 될테고,
그걸 깊이와 상처라고 표현했나 보다.
깊이와 상처를 껴안는게 감수해야 하는 '수고로움'인지의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이 말 속에는 멈추어선 이후의
땅이 보여주는 기다림과 인내라는 치유의 힘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은 것 같아 못내 아쉬웠다.
누구의 말마따나,
상처라는 건 함몰되지만 않는다면 때론 살아있다는 명징한 증거이니까 말이다.
다시 곱씹어 읽어보니,
어쩜 이말은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 류의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장애물도 없이 계속 달리기만 하던 사람들은 내달릴것이다.
달리다가 넘어져 본 사람만이 비로소 깨져 피가 날수도 있고,
상처 입을 수도 있고,
흔적도 없이 아물기도 하지만,
때론 옹이를 남기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도 있고,
또 넘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는 말이지 싶기도 하다.
사람과 나무의 닮은 점은,
어디든 땅과 수직인 곳에 잠시라도 멈추게 되면 그곳에 뿌리를 내리려 든다는 것이고,
우리는 사람들의 그것을 '깊이'와 '상처'라고도 부르지만...대부분의 경우'삶'이란 이름으로 부르게 된다.
내가 만드는 영화가
내 나이가 늙어가는 거지
영화가 늙어가는 건 아니야.
-강우석 감독님
내가 나이를 늘려가는 거지
그 감성마저 늙는건 아니다.
배우의 삶이라고 하기엔 다소 소박한 일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놓고 책의 값어치를 매겼을땐 아까운 생각마저 드는 이 책이 아깝지 않을 수 있는 것은,
'행복의 발명'이라는 책의 제목을 이해하고,
보라색으로 썼던 인세수입 전액 기부 부분,
안민수 교수님에 대한 간접 가르침,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나이를 늘려가는 거'라고 담담히 말하는 저 부분,
내 한번 뿐인 삶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나자신'이니까,
잘사는 것(be rich)이기 전에 잘 살아야겠다(be good) 마음먹게 해주는 저 구절 때문이 아닐까 싶다.
happily ever after~.
데이브레이크 - 3집 SPACEenSUM
데이브레이크 (Daybreak) 노래 /
해피로봇레코드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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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 브레이크(Daybreak) - sunny sunny
sunny sunny 눈이 부셔 볼 수가 없어
바보처럼 웃음만 나고
사랑 이런 기분일까
햇님도 날 보고 웃네
baby 한번만 만나줄래 두 두 두루두
baby 대책없이 너의 집앞에서 매일 기다려
baby 운명이 장난치나 두 두 두루두
baby 보고또보고 또 봐도 보고싶은걸
한발 두발 세발 니가 가까워질 때면
두근 두근 두근 촌스럽게 왜이래 no no no
sunny sunny 눈이 부셔 볼 수가 없어
바보처럼 웃음만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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