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The Gorgon's Look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0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묵혀 둔지 한참 되었는데,<잘린머리처럼 불긴한것>이 내 수중에 들어와 서둘러 읽게 되었다.
이렇게 괜찮은 책을 이제서야 읽은 게 아쉬울 정도이다.
'엘러리 퀸'과 내가 좋아하는 '로스 맥도널드'가 짬뽕된 느낌,미스터리물의 정석을 보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보고 싶고,또 봐야 할 책들이 넘쳐,내가 읽는 속도가 못 미친다.
어떤 때는 리뷰를 쓰느라고 소모하는 시간이 아깝다 싶기도 하지만,
적당한 되새김질은 꼭 필요하다.

'유일무이한',' 독특한'이란 뜻의 'unique'라는 단어가 있다. 

일본 장르소설을 읽을 때 부딪치는 문제가 있다. 
우리랑 정서가 비슷하다 싶어 감정이입하여 읽어볼라치면,
뭔가 독특하다 싶고 거슬리는 구석을 만난다. 
그게 결혼 관련문제가 아닐까 싶었었다.
예를 들어,이 책에서처럼 동생이 언니의 남편과 바람을 필 수 있는 것이며,
언니가 그런 동생의 남편과 재혼을 할 수 있는 걸까?
물론 이 나라에서도 도덕적인 손가락질은 받는다. 

이쯤에서 또 엉뚱한 생각으로 널을 뛰었는데, 
학교다닐 때 주입되었던 '우리는 단일민족 국가다.'하는 
출처 불명,사실 불명확한 자긍심 관련해서이다.  

그런데 진짜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 맞는걸까?
그리고 단일민족이 자긍심을 가질만한 것인가?
단일민족이라는 건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형제자매끼리 결혼하게 된다는 게 아닐까?
적어도 단일민족이기 때문에 엉뚱한 자긍심을 갖지 않던지,
일본의 결혼체계에 대해서 혼혈 운운 해가며 비난을 하지 말던지 해야 할것이다.
그냥은...뭔가 억지스럽고 모순이다. 

물론 장르소설에나 나올법한 상상이지만,
지금은 국제결혼의 시대이고,우리나라도 다민족 다문화가정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서 조금 더 발전하여 메트릭스에서처럼 외계인과 결혼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어떤 잣대나 기준을 만들고,거기에 꿰어 맞추다...안 되면 이리저리 잘라내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여기서 '일본'에 장애인이나,유색 인종,다문화 가정 등을 대입시켜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지금보다 훨씬 젊고,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었더라면,린타로는 분명 그 순간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37쪽)'

'마치 약산성 수용액에담근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빛깔이다.(46쪽)'
 
같은 문장표현도 맘에 들었지만,

'도카이 지방에 태풍이 몰려오고 있어서인지 아침부터 하늘은 끄무레했다.기세등등한 늦더위에 높은 습도까지 더해지는 바람에 며칠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이렇게 어중간하게 습할 바에야 차라리 본격적으로 비나 쏟아지는 편이 나으련만...(70쪽)'
날씨에 대한 견해도 요즘 나의 심기랑 많이 닮아 애착이 갔다.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다는 표정을 자주 사용하지만,에치카의 경우에는 뻥 뚫린 구멍이라기 보다는 볼링공처럼 무거운 응어리를 갑자기 껴안게 되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같았다.(92쪽)'

'소재나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라,대상을 보는 눈 그 자체가 일그러진 것 같거든요.(97쪽)'

'대중들이 원하는 건 예술적인 일관성이 아니야.마음의 갈망을 치유해 줄 이해하기 쉬운 대중가요지.(246쪽)'

'헛수고라고 해도,발로 직접 뛰어서 하나하나 확인하는 게 수사의 기본이다. (378쪽)
가슴에 뻥 뚫린 구멍과 볼링공처럼 무거운 응어리를 갖는게,어떻게 다른지 알고 표현해 낼 수 있는 작가가 엄청 멋져보였던 부분이고,
역지사지의 입장이 그의 내공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눈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뜬 눈을 만들어낼 수 없어서,고뇌하는 예술가의 자화상을 본 듯도 하다. 
감은 눈으로 해결할 수 없어서,
선그라스로 대신하는 거나,
목없는 조각상,
거기서 메두사의 머리를 상상해 내는 것 등 다 기발하다. 

'치밀한 구성,세밀한 복선,시간의 경과에 따른 서술이라 반전은 없다.'라고 하지만,
진정한 반전은 독자들의 오해이다.

역자후기의 한 구절은 이렇다. 

'...미스디렉션을 유발했던 '동생'이란 단어의 원문운'의제'입니다.일본에서는 남편의 동생,여동생의 남편,의붓동생 등 직접적인 혈연관계가 없는 인척을 지칭해 폭넓게 쓰이는 말이지만,어쩔 수 없이 동생으로 표기했습니다.' 

이 모두를 의붓자매라고 한다면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럴 수도 있겠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0-08-23 18:27   좋아요 0 | URL
unique, 유일무이한, 독특한.
그거랑 단일 민족이랑....... 비슷한 심상인가요?
차라리, 일원화, 몽땅 똑같은 기준으로 적용하는, 똑같이 만들려는...
머 이런 용어 없을까여? 난 우리나라가 이런 논리인거 같애염~

sslmo 2010-08-24 10:01   좋아요 0 | URL
역쉬,울 마고님 개떡 같이 말해도 콩떡 같이 알아들으신단 말야.
(아냐,아냐~난 개떡이 더 맛있더라~^^)

증말 오랫만에 읽은 괜찮은 미스터리물인데...
제가 중언부언하는게 스포일러가 될까봐 우려가 되어,
생각을 쭉 풀어서 애기할 수가 없었어요.

암튼,콩떡을 알아 차리신 마고님 자꾸 좋아질라구 하구요~
일독을 이 리뷰어 강력히~ 권합니다.^^

마녀고양이 2010-08-24 11:24   좋아요 0 | URL
일단 장바구니로~ ^^

어제 자면서 알맞은 단어를 생각해냈는데,
감기 걸려서 아침에 홀랑 날아갔어요.. 내 단기 기억 메모리여!

sslmo 2010-08-25 00:46   좋아요 0 | URL
오늘 잘 자고나면 다시 생각날거예요~
'코~~~~'
'Z~~~~~'

2010-08-23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0-08-24 10:13   좋아요 0 | URL
네,네...꼭 다음 리뷰들도 지켜봐 주세요~

음~위 리뷰는요,한참 더 길었던 내용인데...
중간에 스포일러가 된다 싶어 날려 버렸어요~
그걸 간파해 내신 님,정말 멋지십니다.

두가지 가르침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제목을 주제가 잘 드러나도록 붙여라.
불필요한 부분을 가지치기 하고(아웅~필요한 부분도 벌써 엄청 가지치기 했구만~ㅠ.ㅠ)적당한 접속사를 넣어줘라.

진짜 진짜 감사합니다,꾸벅~^^

비로그인 2010-08-24 02:32   좋아요 0 | URL
요새 .. 양철님의 심기가 그러하시군요 !!
지난번 이후로 어떻게 되어가고 있으신지 살짝 궁금해지는 밤입니다.


sslmo 2010-08-24 10:17   좋아요 0 | URL
지난번이라 함은...'백프로 퓨어'그 처자 사건을 말씀하시는 건가여?
저도 바람결님처럼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는 1人입니다여~^^

저절로 2010-08-24 11:11   좋아요 0 | URL
난, 콩떡!

아놔, 이 책 아껴읽으려 꼬불쳐놨는뎅.뎅.뎅...양철댁이 또 선수쳤엉!!<미버!!>

마녀고양이 2010-08-24 11:25   좋아요 0 | URL
난 개떡이 더 맛나던데... ㅋㄷㅋㄷ

sslmo 2010-08-25 00:47   좋아요 0 | URL
오홀~개떡 두표!!!

pjy 2010-08-25 00:36   좋아요 0 | URL
아, 저는요, 스포일러 필요한데요^^; 사놓고 언제 읽을지는 모르지만 대기중입니다..

sslmo 2010-08-25 00:49   좋아요 0 | URL
아웅,스포일러 날렸어요~ㅠ.ㅠ
음,'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상을 받은'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보다 훨 나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