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번지고 스며'라는 말을 주워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귓가에 맴돌고 입에 노래처럼 따라 붙어 흥얼거리다 보니,어니새 '물들다'라는 단어 하나를 더해 문장을 하나 만들었다.
평상시의 나라면 '교집합'이나 '토용 '이라는 다소 무미건조하지만 내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이 떠올랐을텐데,어디서 이렇게 멋지구리한 단어를 골라냈는지 모르겠다,ㅋ~.
'번지고 스며...물들다.'
오늘 하루만은 '번지고 스며'를 '물들다'로 대신해도 좋을 것 같다.
물들다:[동사] 1. 빛깔이 스미거나 옮아서 묻다. 2. 어떤 환경이나 사상 따위를 닮아 가다.
혼자 번지고 스며서는 물들지 않는다.
물들고 싶은 대상도 내어주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이나 본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옮아 가고 닮아 가는 것이다.
본질이나 본성을 잃게 되면,그건 물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나 개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난 시 한 편~

조용한 일
- 김 사 인 -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이 시를 읽다가 생각난 음악 한 곡~
Antonio Vivaldi -Bassoon Concerto/I Musici/Klaus Thunemann
유니버설/2003-11-1(수입)
난 바순이 좋다.
약간 맹하지만 넉넉한 울림이 있다.
그래서 바순은 솔로로는 연주되지 않나 보다.
바순은 특히 조용한 악장의 연주에서 다른 악기들과 잘 어울린다.
'번지고 스며...물들'줄 알지만, 바순 특유의 음색이 묻혀버리는 일도 없다.
'얼마나 더 번지고 스며...물들다.'하며 머리에 꽃꽃은 여자마냥 중얼거리게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