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백세희 지음 / 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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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에 혹해서 사게 되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을 내 식대로 해석했다고나 할까.

책의 띠지를 보면,

'자기가 지금 힘든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이 많아요. 이유 없는 허전함에 시달리면서.'

라고 되어 있는데, 그 마음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책의 제목을 내 식대로 해석했다는건 뭘 얘기하냐면,

나 또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떡볶이'였으나,

먹고나면 쓰린 속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려야 하는고로,

이젠 먹고 싶으나 두려움으로 잘 못먹는 음식이 되겠다.

쓰린 속을 부여잡고 울때는 다시는 먹지 말아야지 하지만,

날이 밝으면 언제 그랬느냐 잊어버리고,

또 다시 떡볶이를 먹기 위하여 바람을 잡는다.

 

이 책은 내겐 좀 가벼웠다.

내용이 별로라거나 가벼웠다는 그런 얘기가 아니라,

내 나이 또래에서 이 책의 지은이 같은 고민을 한다는게 좀 배부른 고민처럼 여겨진다는 거다.

나보다는 아랫세대에게 잘 맞겠다.

 

선생님 

영화를 보면 꼭 의미를 찾아내야 할까요? 내가 좋아썬 부분을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고, 나는 재미 없었는데 타인은 좋았을 수도 있잖아요. 모든 것을 너무 지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감정에 중점을 두는 거죠. '아무렴 뭐 어때'라는 생각이 중요해요.(45쪽)

 

선생님

부러움은 누구나 느낄 수 있겠죠? 이상향을 가지고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부러워하는 것과 자신을 계속 비교하고 비하하는 건 다른 거죠. 지금은 동경하는 정도로 느껴지고, 심해보이지는 않아요.(55쪽)

 

선생님

ㆍㆍㆍㆍㆍㆍ그런데 그렇게 해서 '행복했다'라는 기억이 남았다면, 그 부분이 편한 거죠. 나를 편하게 하는 나만의 방법을 계속 찾는 건 중요해요.(74쪽)

 

선생님

너무 강박적으로 이상화된 잣대를 계속 가져와서, 그 기준에 맞추려고 하는 거죠. 자신을 벌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82쪽)

 

이 책의 앞부분에는 '기분부전장애(심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주요우울장애와는 달리, 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앓는 지은이의 상담내용이 녹취록의 형태로, 뒤에는 문창과 출신이라는 저력을 살려 가벼운 단상들이 실려있다.

 

떡볶이를 먹는 그 순간에는 나중에 속이 쓰려서 배를 부여잡고 뒹굴게 될 줄은 까맣게 잊게 된다.

그렇듯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서 다가가지 않는다면 젊음이 아니다.

상처는 옹이를 남기고 단단해지지만 우리는 그걸 흉터라는 이름 대신 훈장이란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니까 말이다.

 

남우세스러워서 안아주지는 못할 것 같고,

어깨를 아무렇지않게 툭 치며 술 한잔을 권할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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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6-22 18:19   좋아요 1 | URL
이 책 제목을 보고 저는, 매워서 나중에는 괴로워도 일단 떡볶이를 먹겠다,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페이퍼를 읽으니 그런 내용이 아닌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어서 그렇게 보였나봐요.
맛있긴 하지만 너무 매워서 요즘 못 먹거든요.;;

양철나무꾼님, 기분좋은 금요일 저녁시간 보내세요.
떡볶이 보다 더 맛있는 저녁도 드시고요.^^

양철나무꾼 2018-06-23 09:34   좋아요 2 | URL
그러고보면 주변에 매운걸 좋아하고 매운걸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많지만,
의외로 매운걸 잘 못먹는 사람도 많더라구요.
대체음식으로 간장 떡볶이 어때요?
아님 감자를 크게 썰어넣은 짜장 떡볶이요.

저는오늘 날이 더울걸 대비해서 오이랑 토마토 적당하게 썰어 고명으로 얹은 콩국수요~^^

단발머리 2018-06-23 09:59   좋아요 2 | URL
일단 떡볶이라면~~~ 저희 집 아이들이 워낙 좋아해서 자주 먹고 있어요.
국민 간식 아니고 우리집 간식으로요..... 사 먹기도 하고 만들어먹기도 합니다.
사실, 어제 저녁에도 먹었어요^^

양철나무꾼님의 ‘내겐 좀 가벼웠다˝ 이런 게 전 좋아요.
뭐랄까요. 책을 읽고 나서 그런 솔직함이 필요한데 전 아직도 별로인 책에 대해 별로라고 잘 말하지 못한다고 할까요.

그리고 마지막 문단도 좋아요.

남우세스러워서 안아주지는 못할 것 같고,

어깨를 아무렇지않게 툭 치며 술 한잔을 권할 수는 있겠다.


키햐~~~~~~~~~~~~!!!

양철나무꾼 2018-06-23 10:20   좋아요 1 | URL
아침부터 단발머리 님께 칭찬받고 완전 기분이 업되어 트렘폴린 위를 날아다니는 기분입니다.
사실 저도 ‘별로‘여도 ‘별로‘라고 잘 못하는 편이어서,
별 셋 미만은 페이퍼로 돌려버리기도 하고 그래요~^^

이 책은 내용이나 기획의도 이딴 게 별로였던게 아니라,
이 처자가 힘들어하는 그 부분이,
제 나이에 이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고 부질없는 것이 되더라 하는 그런 소심한(?) 제 의사표현이었습니다.

저희집은 남편도, 아들도 별로라 하고 저 혼자만 좋아해서 만들어 먹지는 잘 않습니다.
(제가 은근 손이 커서 1인분을 해도 하다보면 한솥이 되는지라~--;)
저희 동네엔 수요미식회에 나왔던 소문난 떡볶이집이 있어서 거길 애용한답니다.(속닥~^^)

AgalmA 2018-06-24 13:58   좋아요 1 | URL
죽고 싶지만 울고 싶지만... 대신 다른 걸 하는 게 많죠.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그럴 때 많고요. 맛있는 걸 먹는 것도 그런 대용일텐데 굳이 떡볶이인 게 더 짠함.

양철나무꾼 2018-06-25 09:14   좋아요 0 | URL
저는 오히려 떡볶이라서 이 책을 사 읽었어요~^^

이 친구 홈페이지를 가봤는데 얼굴도 완전 예쁘고, 분위기 있는 맛집도 찾아다니고,
떡볶이만 먹고 살지는 않더라구요, 적어도.
암튼 마음 속의 우울한 기조를 이렇게 책이란 예술로 승화시키는게 멋져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