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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게 어때서
로빈순 지음 / 동아일보사 / 2017년 4월
평점 :
친구가 어제부터 머리가 복잡하다길래,
머리를 빨래처럼 햇살에 내다 말리라고 했었다.
버릴 것 버리고,
헹구고 탈탈 널어서 말리면,
그럼 간단해진다고 너스레를 떨었었다.
그런데 오늘까지도 머리는 맨날 복잡하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하다며,
답이 없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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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이라는 나의 닉처럼 '썸웨어 오버 더 레인부우'라고 흥얼거리고 싶기도 했었지만,
어쩜 그림 속에서처럼 '아 썅 그래도 힘든 건 힘들어...' 라고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좀 과격한 표현이긴 하지만,
때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요즘이야 책이 눈 뻑뻑함과 안구 건조 등 각종 안과질환을 유발하지만,
본디 책은 종류를 막론하고 내게 만병통치약 쯤이었다.
소설 책 등을 읽으며 감정이입하여 대리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전문 분야 서적 을 읽으면서 객관적 지식을 습득하기도 한다.
간혹 이런 종류의 책을 읽긴 하지만,
이렇게 몰입하고 감정 이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무한 위로가 되는 것이 세상엔 이런 종류의 처방전도 있음을 일러주는것 같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 위로가 되었냐고 한다면 딱히 꼬집어 애기할 수는 없으나,
읽고나서 가슴이 말랑말랑하고 넉넉해지는 느낌이랄까,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라며 따뜻한 온기를 나눠주는 느낌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이 책의 제목이 되는 '평범한게 어때서'는 이런 부분에서 비롯한 것 같다.
세상에는 멋진 싱글, 골드 미스, 플레티넘 미스 등 당당한 독신이 많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평범한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165쪽)
라고 하는데,
요즘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것도 '평범한 삶'이지만,
'멋진'이 됐건, '당당한'이 됐건, 설혹 '찌질한'이란 수식어가 붙더라도 그 또한 평범한 삶이 될 수도 있다.
주변을 인식하고 소심한 성격에, 안달을 하고 사는 순간,
자신을 들볶는 순간, 찌질해지는 것이고,
그것 또한 평범한 삶이어서 위로가 되는 것이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안해보던 많은 일들을 아이를 위해 하며 사는 삶 또한 다른 의미로 평범한 삶이어서 위로가 되니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삶의 매순간순간이 때때로 찌질하게 비춰질 수도 있지만,
그게 나의 또 다른 모습이어서 쉽게 공감할 수 있었고,
가슴 뜨뜻해져 오는 것이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다.
여러 부류의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지만,
나처럼 나이 마흔을 넘긴,
직장 생활을 하는,
섬세하고 소심해서 마음이 안달루시아를 넘나드는 사람에게는 특히 무한 위로가 될 것이다.
사실 난 이 책을 만나기 전에,
이 책의 저자 로빈순 님의 블로그(=>링크)를 먼저 만났었다.
기분이 꿀꿀할때면 블로그의 글들과 그림을 혼자 훔쳐보면서 낄낄거리다 보면 나아지곤 했었다.
그런데, 그런 로빈순 님이 요즘 좀 그러하신가 보다.
그런 와중에도 이렇게 반짝이는 글을 쓸 수 있다니~.
스스로 반짝이는 삶도 멋지지만,
더불어 같이 밝아지는 삶 또한 아름답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로빈순 님이야말로 어떻게 해서 더불어 반짝일 수 있는 지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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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로빈순 님의 블로그에서 업어왔다.
나에겐 통치방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나의 남편 또한 재미도 없고 멋대가리도 없지만 내게 사기친 적은 없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