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옆집 - 말하면 다 현실이 되는
조윤민.김경민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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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당연히 에세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아르테에서 나온 책이고, 표지나 제목만 보면 누가 봐도 에세이였으니까. 하지만 책을 읽고나니 전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창업을 위한 지침서, 혹은 경영도서가 아닐까 하는. 과거에 식당 창업에 관련한 경영도서를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책과 이 책은 서술방식만 조금 다를 뿐 이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에세이라는 가면을 쓴 창업지침서, 혹은 부업지침서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오해는 금물이다. 이 책은 그저 그런 창업지침서나 부업지침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주인장 1,2는 모두 직장인이다. 나처럼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그런 직장인 말이다. 그런 주인장 1,2 자주 만나서 삽질을 하다가 시작하게 된게 바로, 맥주슈퍼 ‘세탁소옆집’이다. 주인장 1,2는 지금도 회사를 다니면서 세탁소옆집을 운영한다. 그것도 금호동 본점과, 한남동 2호점 두 군데를!



월급을 맏고 회사를 다니는 것과 순수하게 나의 사업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내가 모든 것을 결저알 수 있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의 엄청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우리가 택한 삽질은 바로 ‘사이드 허슬’ 이다. 사이드 허슬은 미국 스타트업의 성지인 실리콘밸리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회사를 다니면서 자기 개발을 하거나 혹은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의 일을 과외로 해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회사를 그만두고 퇴사 후에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의 시간을 활용해서 해보는 일을 말한다. p242







그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한 대사일 뿐이지만, 삽질하는 걸 좋아하는 주인장 1,2는 이 대사를 참 좋아한다. 삽질은 남들이 보기에는 참으로 의미없는 일이지만, 그런 의미없는 일을 함으로써 인생이 즐거워진다. 그래서 그런지 주인장 1,2는 이 대사처럼 남들이 보기에는 의미없는 삽질을 꾸준히 해왔다. 맥주슈퍼, 세탁소옆집의 탄생도 그런 삽질에서 태어났기도 했고.



‘집에서 마시는 것보다 돈도 벌고 좋은데? 그래. 이왕마시는 술, 생산적으로 마셔보면 어떨까?’ p. 020



세탁소옆집의 시작에는 사워 맥주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워 맥주를 열심히 마시면서부터 맥주의 종류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고, 새로운 정보에 즐거워하는 우리를 발견했기 대문이다. p.063



그저 덕질의 일부였던 맥주 라이프였는데, 지금처럼 마시고 사라지는 게 아닌 조금은 더 생산적인 방법으로 하고자 생각한게 바로 사이트 허슬을 이용하는 것. 그렇게 주인장 1,2는 퇴근 후 매일 맥주와 함께 하는 삶을 택했다.



금호동 주민들은 주로 동네에서 소비하고 문화를 즐기기보다 근처의 압구정 혹은 이태원으로 이동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분명 동네 상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리라 생각했고, 여기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 예감했다. 그래, 금호동으로 가자! p. 035



우리는 우리의 맥주 슈퍼가 맥주를 매개체로 하지만 단순히 맥주를 사는 공간만이 아닌, 콘텐츠가 살아 숨쉬는 문화 공간이 되기를 원했고 합의점을 도출했다. 첫째, 맥줏집이라고 해서 꼭 ‘맥주’ 라는 말이 상호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둘째, 트렌디하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두 방향을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기 시작했다. p.038



인테리어에서도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이다. 원하는 것에 대해서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 오해를 줄이고 합의점을 만들어가는 것이 시간 낭비를 줄이는 최선의 길이라는 걸 크게 배웠다. p.045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일방적이고 객관적인 정보의 제공이 아닌 주인장이 직접 하나하나 마셔보고 열심히 고민한 흔적이 담겨 있는 세탁소옆집만의 언어! 맥주 진열에도 저마다 개성이 담긴 맥주 설명 태그를 만들어 그 맛을 전달한다. p 073



맥주슈퍼 창업을 결정한 뒤로는 어디까지나, 창업자로써, 경영자로써 마인드를 가지고 접근했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퇴사하고, 제 2 인생을 산답시고 창업을 했다가 망하는 상황을 참 많이도 봤다. 그런 사람들이 실패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사전조사 부족과 현장경험 부족에 있다. 주인장 1,2는 적어도 준비부족으로 인한 실패만큼은 없게끔 철저하게 사전조사를 했다. 철저한 상권분석과 미래가치 분석, 거기에다 단순히 맥주 슈퍼가 아닌 여러 콘텐츠를 융합시킬 수 있는 방법 등. 정말 회사 퇴근 후 제한된 시간만으로 이 모든 것을 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초보 창업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씸히 조사하고 두 발로 뛰었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금호동의 ‘세탁소옆집’ 이다.




세탁소옆집의 맥주 셀렉션은 두 주인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고객과 함께 만든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자주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빅데이터 분석이다. 세탁소옆집의 맥주 셀렉션에서 고객이 중요한 까닭은 근본적으로 빅데이터 분석의 목적과 같다. ‘데이터를 통해서 고객을 이해해야 성공적인 비지니스가 이루어진다.’ 바로 그것이다. p.069



주인장들에게는 이런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생기고 우리가 만든 브랜드를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사실이 엄청난 자산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주변에 브랜드를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까지 도맡는다.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소문을 내준 많은 손님들과 단골들이 세탁소옆집의 성장에 정말이지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p.114



브랜딩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사실을 세옆을 통해 경험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 속에서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태그라인으로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으니까. p.091



주인장1,2는 세탁소옆집은 창업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잠깐만 하고 문 닫을 가게도 아니니까. 본업은 회사는 회사대로 다니면서, 사이드허슬인 세탁소옆집도 즐겁게 운영하는 것. 하지만 두 가지 일을 한번에 하는 건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닐진데, 주인장 1,2는 어떻게 이 모든 걸 해내는 걸까? 그 저변에는 단연 세탁소옆집을 찾는 단골들이 아닐까 싶다. 



주인장 1,2가 바라던 건 세탁소옆집이 본인들만의 아지트가 아닌, 세탁소옆집을 찾는 모든 이들의 아지트가 되는 것. 그 바람은 이루어졌고, 실제로 뭐라고 해야할까? 지금의 세탁소옆집은 세탁소옆집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꾸려가는 공간이 되었다.




삽질은 절대 다 성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삽질 한 번에 배움 한 번은 가능하다. 삽집의 중독성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삽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함부로 열지 마시라. 계속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또 다시 삽질을 계속 할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생기니까. p.099



“어떻게 회사 일과 가게 운영을 같이 하세요?”


사람들이 이렇게 물어볼 때 마다 하는 대답이 있다.


“충분히 가능해요. 부모들은 회사 일 하면서 육아도 하잖아요. 실제로 아기는 스물네 시간 챙겨야 하지만, 저희아기(세탁소옆집)은 주 오 일, 하루 딱 다섯 시간만 봐주면 알아서 자거든요.” p247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굳이 퇴사를 하지 않아도, 의지만 있다면 창업을 할 수 있다는 것! 심지어 이런건 미국에서 ‘사이드 허슬’이라는 개념으로 너무 당연한 일이라는 것까지도. 물론 모든 직장인이 이렇게 사이드 허슬러를 꿈 꿀수 있는 건 아니다. 직장인이라는 건 같지만, 어느 직장을 다니는지에 따라 사이드 허슬 개발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까. 다행스럽게도 주인장 1,2는 우리가 꿈의 직장이라고 일컫는 그런 외국계 기업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이렇게 성공한 사이드 허슬러가 될수있었다. 조금은 슬픈 사실이지만 직원을 소모품 취급하는 일부 국내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사이드 허슬은 꿈도 꾸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렇게 재미없는 집-회사-집-회사 루틴으로 고단한 일주일을 보내느니, 차라리 조금이라도 잠을 줄이고 주인장 1,2처럼 ‘나를 위해서’ 사이드 허슬을 개발해보는 건 어떨까?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지금 우리가 다니는 회사는 우리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책임져야하니, 한번쯤 사이드 허슬 개발을 해보는 것도 나를 위해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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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6
이서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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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보고, 남부지방을 간다면 꼭 가보리라 싶었던 지역 통영. 하지만 지금까지도 멀다는 이유로 못 가본 통영. 언제쯤 가보나 고민만 하고 있던 통영인데, 때마침 「대한민국 도슨트」 다음 시리즈로 통영 편이 나왔다. 








난 통영은 이순신 장군으로 시작해서, 이순신 장군으로 끝나는 도시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니 사실, 어느 도시는 그 도시를 대표하는 유명인물이 하나 둘쯤은 있지만, 통영은 참 여러사람이 있었다. 이순신 장군 처럼 관광을 위해 내세우는 인물들도 여럿이고,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통영을 만든 사람들도 있었다. 통영은 ‘사람들’이 만든 도시이자, 그 ‘사람들’ 덕분에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도시 통영이 되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7년 후 당시 제6대 이경준 삼도수군통제사는 새로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할 장소를 찾고 있었다.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해안을 다 뒤지던 그가 ‘여기다!’ 하고 찾은 곳이 두룡포였다. 선조 임금의 허락이 떨어진 게 1604년 9월 9일이다. 조선 최초 군사계획도시였던 통영 역사는 사실상 이때부터가 시작이다. p 023






이 때부터 300년 가까이 통영은 전함 500여 척, 수군만 3만여 명이 주둔하는 조선 최대 군사도시였다. p 069






통영하면 떠오르는 이순신 장군. 이순신 장군이 처음 통제영을 설치한 곳은 통영에 속한 섬인 한산도였다. 하지만 한산도 통제영은 짧은 순간에 사라졌다. 선조의 못난 질투심으로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할 때였다. 선조와 마찬가지로 이순신 장군에게 못난 시지, 질투를 갖던 원균. 그는 이순신 장군의 자리였던 삼도수군통제사에 올랐고, 한산도 통제영을 지휘했다. 그리고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했다. 조선의 수군은 궤멸했다. 이순신 장군이 다시 돌아왔을 때, 통제영은 완도에 속한 섬인 고금도에 설치되었다. 그러니까 이순신 장군이 통영에 있었던 때는 그리 길지 않았다.






그리고 1603년. 제6대 통제사인 이경준이 바로 이곳, 통영에 다시 터를 잡았다. 그 때부터 ‘통제영=통영’이 성립되었고, 조선최대군사도시 통영이 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 이순신 장군이 아니라, 바로 이경준 장군에 의해 시작된거다. 




원래는 100여개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있었던 통제영 관아는, 현재 세병관(객사) 한 동만 남았다. 일제강점기 때 죄다 허물었기 때문이다. 세병관이 살아 남은 이유는? 학교건물로 사용하기 적합했기 때문이다. 이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지. 이쯤에서 눈치채겠지만, 일제강점기 통영도 많은 수난을 겪은 도시이기도 하다. 이렇든 저렇든 통영은 일본을 대파한 이순신 장군이 머물렀던 곳이기에, 일본입장에서는 통영은 짓밟아야 할 도시였던 것이다.




통영반도와 미륵도 사이에 나있는 좁은 물길, 통영운하. 이 운하를 만든 시기는 일제강점기다. 그러니까 일본인의 의지로 파낸 운하다. 물론 기존에도 물길이 있었긴 하지만, 일본이 이렇게 본격적으로 운하를 만들어낸 이유는 무엇일까. 책에는 별다른 말이 없었지만, 이유는 뻔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 것이다. 그래서 통영8경에도 뽑히는 이렇게 멋진 통영운하가, 한없이 멋지게만은 보이지 않는 이유다. 






통영운하 아래에는 해저터널도 있다. 그 해저터널 역시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무려 ‘동양최초’ 해저터널이다. 이 해저터널이 지어졌을 당시, 일본인들이 붙였던 이름을 보면 더 씁쓸하다. 그 이름은 바로 ‘태합굴’.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의 ‘태합’자리에 있었다. 그러니까 이 해저터널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임진왜란 당시, 통영 한산도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대패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임진왜란 이후 약 300여년이 흐른 뒤, 일본은 본인들이 대패했던 그 통영바다에 보란듯이 해저터널을 만든것이다. 과거에는 일본이 졌지만, 지금은 일본이 이겼다는 사실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그런 가슴아픈 곳이 바로 통영해저터널이다.






이순신 장군도, 박경리 소설가도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사람이다. 그분들의 자취가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그분들을 기리는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통영 음악가 ‘윤이상’. 이 음악가는 오래도록 수면아래에 있었다.






“그러게 왜 간첩질을 해! 간첩질을 안 했으면 영웅이 됐을건데!” p. 120







아직까지도 일부 사람들은 윤이상 음악가를 저렇게 바라본다. 간첩, 빨갱이, 배신자…. 그에게 따라붙던 꼬리표다. 대체 왜일까?






1967년, 박정희 정권. 중앙정보부에서 간첩단을 대거 잡아들인다. 일명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이다. 독일에 체류중이던 수 많은 한국인들이 다짜고짜 납치되어, 한국으로 끌려와 간첩이라며 고문을 당했다. 윤이상도 그 중 하나였다. 세계적인 음악무대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리고, 기립박수를 받았던 음악가였던 윤이상이 말이다(윤이상 외에도 서독에 있던 수 많은 교민들이 간첩이라는 죄명하게 죄다 납치되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외국에 머물던 이들에게 북한에 대한 반감은 있었으나 ‘분단’이라는 인식은 강하지 않던 시기였다. 실제 북한과 은밀하게 정보를 주고받은 이도 있었겠지만, 정치적인 일이라 생각치 못하고 동베를린으로 넘어가 북한 사람을 만난 이들도 많았따. 잡혀 온 이들이 받은 고문은 혹독했다. 윤이상도 결국 그를 죽기 직전까지 몰고 간 물고문 끝에 ‘북한에 봉사하는 공산주의자’ 라는 자백을 하고 말았다. 그해 12월에 열린 1심 재판에서 무기 징역, 2심에서 징역 15년, 3심 최종에서는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동베를린 사건은 이미 수사 과정에서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고, 독일 정부는 윤이상이 무리하게 끌려가 수사를 받았다며 특별사면을 요구했다. 세계적인 음악가인 스트라빈스키, 카라얀 등을 포함한 음악인 200여 명도 한국 정부에 공동 탄원서를 보내 항의했다. 결국 1969년 2월 25일 윤이상은 대통령 특사로 풀려나 독일로 추방됐다. p 126







동백림 사건으로 간첩으로 지목된 194명. 과연 이들 중, 저들이 말하던 진짜 간첩이 얼마나 있었을까? 분명 그들이 동독 북한대사관을 자주 찾기는 했다. 다만 당시는 남한보다 북한의 국력이 조금 더 나은 편이었기에, 북한대사관에서는 남한 유학생들에게 밥한끼 먹여주는게 흔한 일이었다. 그 결과 윤이상은 빨갱이가 되었고, 모국에서 추방당했고 죽을 때 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죽은 지 23년이 흘러, 정권이 바뀐 뒤에 그의 유해가 비로소 통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 통영은 윤이상의 도시가 되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빨갱이가 되었었고, 나라의 위상을 빛낸 사람이 되기도 한 윤이상. 그의 기구한 일생이 바로 이곳 통영에 있었다.




 


이 책속에는 통영의 어느 한 시간대에 있던 사람들은 분명 여럿 있었다. 이순신 장군을 필두로, 이경준 장군, 백석 시인, 박경리 소설가, 윤이상 작곡가, 김성수 장인, 김용우 동장 등. 그 중에서도 나는 이상하리만치 빛나는 인물들 보다는, 그늘에 가려진 인물들에게 한없이 마음이 갔다. 비슷한 의미로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지형, 지물에도 마음이 간다. 




지금의 통영은 한려수도 해상국립공원이 떠오를 만큼 푸르른 해양도시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 아픈 역사가 있고, 이렇게 푸르른 해양도시를 만들기 위해 뒤에서 애를 쓴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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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여행 가이드북 - 아이가 좋아하는 사계절 여행지, 2020-2021 최신판
권다현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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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아이여행 가이드북」 개정판이 나왔다. 불과 작년에 초판을 봤었는데 말이다. 겉으로 보았을 땐 눈에 확 띄는 건 표지 색깔. 기존에는 파스텔톤의 초록색이었는데, 이번엔 하늘색이다. 그냥 뭐랄까, 조금 더 아이들의 눈 높이를 맞춘 색깔 같다고나 할까(그냥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 ㅋㅋ)?




코로나19 때문에 집콕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이는 하루하루가 벌써 반년째다. 아직 신혼인 우리 부부도 이렇게 힘든데, 아이가 있는 가정은 얼마나 힘들지, 아니 뭐. 당장 애기 엄마아빠인 회사동료들만 봐도 매일 주말마다 아이 달래느라 진이 빠진다고 한다. 그런 애기 엄마빠들이 조금이나마, 아이들과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만한게 뭐가 있을까 싶었는데, 바로 이 책 「아이여행 가이드북」이 아닐까?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보면서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바로 뛰어 나갈 수 있도록 여행계획을 세우는 거다. 




“봄에는 여기를 가서 우리 ○○이 같은 이쁜 꽃을 볼꺼야, 


여름에는 시원한 바다로 나가서 수영을 해야지!


가을에는 알록달록한 나무 숲길을 걸어볼꺼야, 


겨울에는 ○○가 좋아하는 눈의 나라로 가보자!”



이렇게 말이다.




  

계절별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 좋은 여행지



이 여행가이드북의 주제는 어디까지나 아이가 좋아하는 ‘사계절’ 여행지다. 그렇다보니 목차도 계절별로 구분되어있다. 대부분의 여행가이드북은 여행지에 대해 알려줄 때 지역별로 묶어서 하다보니, 어쩌면 이 책은 여행지를 계획할 때 조금은 보기 어려울수도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은 계절별 목차 뒤에 지역별로도 한 눈에 찾아볼 수 있도록 두번째 목차를 만들어놓았다.



 

혹시 모르니 지역별로 다시 한번!



바로 이렇게! 



그러니까, 계절별 목차에서 여행을 가고 싶은 여행지를 미리 결정한 뒤에, 바로 뒤에 있는 지역별 목차에서 근교 지역에 있는 여행지를 추가로 선택하여 여행코스를 계획하면 된다는 것!



여행을 어떻게 계획해야할 지 고민이 끊이지 않는 부모님들을 위해서, 계절별 1박 2일 추천여행코스도 있다.



 

계절별 1박2일 추천코스!



이 추천코스에는 대체적으로 아이들이 체험을 할 수 있는 여행지와, 그 지역 맛집까지 함께 있기 때문에 힘들게 여행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다. 1박 2일이 버겁다면 당일로 나들이를 떠나도 좋다.




베스트 여행지로 선택된 이런 장소들은 당일로 나들이를 떠나도 정말 좋은 장소들이니까!



이 책에는 그저 아이와 함께 여행하면 좋을 여행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10년간 아이와 함께 여행을 했던 경험을 살려서, 아이와 여행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아이를 어떻게 케어해야하는지도 알려준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아이를 위해 필요한 짐을 전부 챙겼는지, 혹은 너무 과하게 챙긴건 아닌지 다시 한번 체크해본다.



※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 QnA 



1)  아이와 나들이, 키즈카페가 답일까요?


- 키즈카페에 가면 부모들도 여유가 생기는 건 맞지만, 때로는 아이와 즐거운 나들이를 떠나요! 몸은 힘들어도 눈과 마음은 즐겁고, 아이들의 창의력에도 도움이 될꺼에요.



2) 카시트에 앉기 싫어하는 아이 때문에 장거리 여행은 엄두도 못내요.


- 카시트는 아이의 생명을 지켜주는 장치이니 절대 예외가 있을 수 없어요. 신생아 때부터 카시트에 앉는 습과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아이가 불편해한다면 다른 보상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어요.



3) 아이가 걷는 걸 싫어해요.


- 걷는 걸 싫어한다고 여행을 포기할 게 아니라, 아이가 걸을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지속적으로 시도해보길 추천해요. 아이가 스스로 걸어냈을 때는 폭풍칭찬도 해줘요.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도 자연스레 성취감을 느낀답니다.



4) 남매(혹은 형제자매)가 성향이 너무 달라서 여행지를 고를 때마다 고민이에요.


- 수목원이나 공원처럼 무난한 여행지를 고르거나, 하루에 하나씩 각자의 성향에 맞는 여행지를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양보를 가르치는 것이 좋아요.



5) 아이가 어려서 ‘이 여행을 기억이나 할까?’ 생각하면 회의적인 기분이 들어요.


-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언어를 통해 기억하는게 아니라, 저마다의 이미지와 감각들로 여행을 기억한다고 해요. 아이의 여행 경험을 더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려면 함께 여행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아요.



6) ‘노키즈존’ 때문에 여행 가서 밥 한기 먹는 것도 눈치 보여요.


- 상대방을 원망하기 전에 일단 우리부터 아이들이 공공의 질서를 잘 따르도록 조금은 엄격한 부모가 되어야 해요. 그리고 식당을 선택할 때 아기의자가 있는지 미리 확인해요. 아기의지가 비치되어 있는 곳은 그만큼 가족손님을 배려한다는 의미니까요.



p.24~26, 요약



이렇게 아이 엄마에게 피가되고 살이되는 여행꿀팁이 끝나면, 이제부터는 아이여행 가이드북의 메인인 본문이 나온다.





본문의 구성은 이렇다. 



1) 추천 연령과, 추천 시기: 예를 들자면, 이제 유모차 타는 아이에게 직업체험 테마파크 이런 곳은 조금 시기상조니까.


2) 여행 지역: 우리 집에서 해당 지역까지 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이동시간 체크가 필수!


3) 해시 태그: 해당 여행지의 특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4) 여행지 기본 정보: 입장료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인지, 몇 시까지 운영하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는 필수!


5) 주변 정보: 해당 여행지 주변에 있는, 같이 돌아보면 좋을 여행지나 ‘키즈 프렌들리’ 맛집을 소개한다.





본문은 여행지별로 1페이지씩 있지만, 간혹 위 안면도 쥬라기 박물관 처럼 2페이지인 경우도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지금,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그 때를 위해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보며 여행계획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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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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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북클릭 도서를 고르던 중, 눈에 딱 띄던 책 「쾌락독서」. 


연이어 무거운 책만 읽다보니, 가벼운 에세이를 읽고 싶었던 시기였다. ‘독서’가 무엇인지, 내가 왜 책을 읽는지에 대해 생각하던 때였다. 세상 최적의 타이밍이랄까?



나는 읽을 책이 떨어지면 불안 초조해져서 집 구석구석을 뒤진 끝에 전혀 관심도 없는 불교책, 한자투성이 옛날 책, 심지어 요리백과사전까지 읽었다. 재래식 화장실에 앉아서는 벽에 붙어 나풀거리는 찢어진 신문지의 광고와 부고까지 읽었다. 말 그대로 활자중독이었다. p 027




어려서부터 워낙 책을 자주 읽었기에, 나는 내가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관광지에 세워진 안내판이나, 혹은 동영상 광고를 보면서 새삼 깨닫게 된 사실이 있었으니, “아, 나는 텍스트 읽는 행위를 좋아하는구나!” 였다. 유적지 앞에 세워진 안내판이나, 박물관에 쓰여진 안내문 등은 정말 한 글자도 빼먹지 않고 다 읽는다. 반면에 동영상으로 만들어진 안내영상은, 정말 이상하게도 눈에 안들어온다. 진득히 보려고 하다가도 그냥 일어나서, 텍스트로 쓰여진 안내문을 다시 읽는다고나 할까?



정말 처음엔 ‘난 책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는데, 뭐랄까 나에게 느낀 묘한 배신감. 거기다 책에 대한 호불호도 이렇게 극명한지 몰랐었기에, 나에게 2차 배신감. 텍스트를 읽는 행위 자체는 엄청 좋아하는데, 그게 이 텍스트를 읽는 것에도 장르에 대한 어마무시한 편식이라니! 하, 대체 이런 편식하는 습관은 왜 만들어졌나..ㅠㅠㅠ



늘 읽을 책을 찾아 헤매던 어린 시절과 달리 요즘은 책이 너무 많아서 외려 읽을 책이 없는 아이러니에 빠질 때가 많다. 아직 못 본 책들도 무수한데 매일 신간이 쏟아져 나온다. 상 받았다는 책은 왜 이리 많으며, 여기 저기서 추천하는 책은 또 왜이리 많은지. 베스트셀러 코너에 꽂혀 있다해서 꼭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사람이 썼다고 꼭 볼만한 것도 아니더라. ‘내 취향의 책’을 찾는 노하우가 필요한 시대이다. p 052



장르 편식은 ‘책’을 고르는 데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지금이야 에세이, 경영서, 여행서 할 것 없이 나름 두루두루 읽는 편이지만, 진짜 한 3년전만해도 오로지 ‘역사’(아 물론 만화책 빼고^^ㅋㅋ). 진짜 책장 꽂혀있는 책들이라곤 죄다 역사역사역사역사. 그나마 다행인건 역사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는 크게 편식을 하지 않는점이랄까? 역사도 세계사, 한국사, 동양사 장르가 다양하고, 여기서도 고대, 중세, 근대 시대별로 또 다양하고, 관점에 따라 여성사, 독립사, 전쟁사 등등등 막 카테고리가 어마무시하게 나뉘는데 말이다. 난 그냥 역사라면 다 좋았나봐. 오죽하면 그 어린나이에 배경지식도 별로 없으면서 대중서적이 아닌, 전문서적까지 사서 읽고 있었으니. 진짜 내 취향이 왜 이런식으로 굳어졌나,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봤었는데. 그 이유도 역시 책이었다. 



때는 바야흐로 초등학교를 다니던 그 시절, 한창 판타지 소설에 빠져있던 그 시절. 우연히 책방에서 집은 책 한권이 내 취향을 이렇게 바꿔놨다. 그 이름하야 이우혁님의 『퇴마록』. 하 진심 퇴마록은 지금봐도 이런 대작은 다시는 없을 것 같달까? 처음 국내편을 볼때만해도 그저 그런 판타지 소설 중 하나인 줄 알았는데. 연이어 이어지는 세계편, 혼세편, 말세편을 보며 그 세계관과, 정말 왠만큼 공부하지 않고서는 감히 써먹지 못할 각종 옛 이야기. 정말 그저그런 판타지 소설과 만화책을 전전하던 나에게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을 열어줬달까? (또래친구들 죄다 해리포터 읽을 때, 나 혼자 퇴마록..)



정말 아쉬운 점 하나는, 그때는 너무 어려서 당시 고가(..)의 책을 살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 머리가 조금 크고 나서야 퇴마록 국내판, 세계판을 샀더니 왠걸, 이후에는 절판되서 사지도 못하고. 정말 그때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언제였나, 회사에서 항상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퇴마록이 애장판으로 발간됬다는 소식이 솔솔 들려왔고. 퇴마록을 처음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이미 재정상태 넉넉한 나는야 직★장★인★. 애장판 발간되자마자 전 권 구매! 하 정말 오백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느낌적인 느낌. 내 취향을 송두리 째 바꾼 『퇴마록』은, 평생 함께할 소중한 동료랄까. 



뭐지, 이 삼천포로 빠진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은? 뭐 여튼, 퇴마록으로 인해, 어린날 내 취향은 ‘옛것’에 빠졌고, 그게 갈고 닦여 어느새 ‘역사’라는 범주안에 안착. 그렇게 지금의 독서취향이............크흡. 여튼 퇴마록 만세!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새삼 깨닫기도 했다. 고전문학 전집을 뒤적이다가 『춘향전』 원본을 발견하여 무심코 펼쳐보았는데, 손에 신기라도 있었는지 하필이면 펼친 곳이 ‘도련님 춘향 옷을 벗기려 할 제 넘놀면서 어룬다’ ‘흐르릉 흐르릉 아응 어루는 듯’.


워후, 국교과서에 ‘절개’ 및 ‘탐관오리 징벌’ 중심으로 후반부 일부만 발췌되어 실린 『춘향전』은 그 진가의 십분의 일도 담지 못한 것이었다! p 046



저자처럼 나 역시도 ‘어려서 읽은 고전과, 다커서 읽은 고전은 다르다’ 라는 것을 깨닫고 얼굴을 붉힐 때가 있었는데 말이다. 이거 참 뭐래햐아하나?



역시나 퇴마록을 접한 이후의 어린시절, 만화로 읽는 「구운몽」, 「박씨전」, 「사씨남정기」, 「인형왕후전」, 「장희빈」 이런 고전을 참 많이 읽었는데, 하나같이 권선징악같은 교훈적인 내용이었다(구운몽 제외ㅋㅋ). 심지어 중/고등학교 때 국어(문학) 교과서에서 다시 접한 고전들은, 와 당대 역사적 사건과 점목해서 알려주는게 아닌가. 박씨전는 병자호란, 사씨남정기는 인현왕후과 장희빈 이야기. 뭐 이런식으로. 정말 그때만해도 병자호란을 일으킨 청나라는 나쁜놈, 인현왕후를 괴롭힌 장희빈은 나쁜년이라고 배웠는데. 



다 커서 다시 읽은 고전은, 나에게 그 의미가 너무 달라졌다. 일단... 야해(!!!!). 뭐 성인용이니 그럴수 있다치고. 두번째는 어린이용 고전이 말하는, 학교 교과서에서 말하는 권선징악적 내용도 다시한번 비틀어봐야한다는 점이랄까?



예컨데 지금의 난 박씨전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한다. 병자호란을 일으킨 청나라가 물론 나쁘긴 하지만 과연 당시 조선의 왕이었던 인조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병자호란 이후에 청으로 끌려갔다가 겨우 돌아온 수많은 여성들을 ‘환향녀’로 몰아세운 조선의 선비들이나, 그에 대해 눈 감은 인조는 죄가 없다고 할수 있는가? 청나라를 이기기 위해 내실을 다져야 하는데, 그 내실을 다지기 위해 청나라의 문물을 가지고 온 소현세자를, 그리고 강빈을 인조는 어떻게 했는가?.... 를 비롯해서 수많은 물음표들이 떠다닌다.



사씨남정기나 인형왕후전, 장희빈을 보면 또 이런 생각이 든다. 결국 이 모든건 승자의 기록이 아닌가? 인현왕후를 등에업은 사람들은 서인이며, 이 서인이 나중에 노론으로 갈라지고, 이렇든 저렇든 결국 조선이 망할때까지 계속 권력을 쥔 자들이 아닌가? 인현왕후나 장희빈을 오가며 저울질 한건, 당시 왕이었던 숙종이 왕권 강화를 위해 환국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부수적인 일이지 않나? 왜 모든 화살은 장희빈이 맞아야하나? 결국 장희빈이 폐서인되지않고, 희빈으로써 그 생을 다했다는 건, 큰 죄가 없었다는 건데 말이다.



이런 우리나라 고전 뿐만 아니다. 서양 명작인 세익스피어 희극/비극도 그렇고 어렸을 때 읽은 책은, 커서 다시 한번 읽어봐야한다. 그럼 그 때와는 다른, 한층 다른 시각으로 고전을 씹고 뜯고 맛볼 수 있으니까! 



그에 비하면 요즘의 소설들은 ‘이야기의 힘’ 자체보다는 다른 요소들에만 힘을 기울이는 것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때로는 작가가 독자를 이야기로 끌어들이려 하기보다 한사코 밀어내려 한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생경한 관념어와 뚝뚝 끊어지는 구조, 현란하기만 하고 피로감이 이는 미문 집착, 작가내면 독백의 과잉, 모호한 결말, 그리고 말미에는 평론가의 격찬. ‘일기는 일기장에 쓰세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작품들이 있다. p 118



우와, 최근 몇년간 읽은 소설 중에 정말 별로였던 책들이 있었는데! 문유석판사님 마음 is 내마음!! 소설을 읽으면 정작 알맹이는 없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문장을 꾸미기에만 급급한 그런 소설들. 이해가 안되는 독백, 거기다 정말 이게 결말이야? 싶은 소설들. 솔직히 말하면 그런 소설, 아니 소설이라고도 말하기 싫은 그런 ‘글’들이 책으로 출간된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심지어 그런 글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비단 소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간혹 저자나 출판사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책 제목에만 이끌려 읽는 역사서도 있는데. 저런 문제는 이런 역사서에서도 종종 나온다. 아니, 역사서라고 부르기엔 너무 쓰레기 같은, 종이를 만들게 해준 나무에게 미안한 ‘것’들이랄까. 



단순하다면 단순한 이유들로 하루키의 책을 즐겁게 읽어왔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묘한 찝찝함이 남아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루키의 작품 세계를 낱낱이 분석하며 이건 무엇무엇의 상징이고, 여기서 여기로 들어가는 것은 무얼 의미하고 등등을 남나 빼고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으스대며 설명하는 책들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도 세계 곳곳에서. ‘정말 남나 빼고 다들 잘 이해하고 있는 거였어?’ 하는 불안함이랄까. p 144



정말 작품 분석, 작품 해설도 나에겐 정말 이해 못하는 것중 하나다. 진짜 흥미롭게 소설 한권을 다 읽고 나서, 유명 평론가들의 이야기나 그런걸 찾아 읽으면. 오히려 머리속에 물음표 투성이. 난 몰랐는데 이 단락은 이런의미고, 저 단락은 이걸 상징한단다. 정말 상상치도 못한 반전? 이건 뭐랄까,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옛 고전을 펼쳐놓고 밑줄 쫙 그으며 이건 이런 의미를 담고 있고, 저건 저런 의미를 담고 있으며 블라블라블라 @#$^&^%~(^*(~~.


완전 이런느낌이. 나만 책을 아무생각 없이 읽는건가 싶기도 하고.



그랬는데..! 예전에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님이 그랬다.


우리나라는 답을 찾게 한다. 

문학이라는 건 자기만의 답을 찾기 위해 보는 것이지, 

작가가 숨겨놓은 주제를 찾는 보물찾기가 아니다.

작가는 그런 것 숨겨 놓지도 않는다. 

'찾아봐라' 하고 주제를 숨겨놓고 독자와 게임하지 않는다.

독자가 다양한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다양한 감수성을 개발하는데 문학 작품이 쓰여야 하는데

답 맞히는 쪽으로 가면 안 된다

-김영하



덕분에 내가 책을 잘못 읽는 건 아니구나, 싶었다. 문득 들었던 생각이, 우리가 말하는 고전을 쓴 사람들이, 본인들이 쓴 고전에 대해 현대인들이 해석하는 모습을 보면서, 천편일률적으로 고전을 배우는 학생들을 보면서 무슨생각을 할까 싶다.





아, 이 책을 읽은 뒤 내가 느낀 결론은 단 하나. 


“독서는 정답이 없구나! 읽고 싶은데로 읽으면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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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걸어봐 인생은 멋진 거니까 - 19살 단돈 50유로로 떠난 4년 6개월간의 여행이 알려준 것
크리스토퍼 샤흐트 지음, 최린 옮김 / 오후의서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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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독일인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배낭여행을 한 이야기다. 이렇게 세계를 상대로 배낭여행에 대한 에세이는 꽤 읽었기에, 이 책도 그 범주에서 크게 다를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왠걸? 이 책은 그저그런 배낭여행과 조금은 달랐다. 여행의 방식이 달랐다. 여행을 대하는 여행자, 크리스토퍼의 마인드도 달랐다. 



“처음엔 엄청 반대하셨죠. 저를 앉혀놓고 제 이성에 호소하셨죠,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는 있는거냐? 그래서 전 그럴 수도 있따는 걸 잘 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할 거라고 말했죠. 왜냐면 15년이 지난 어느 날 사무실에 앉아서 ‘아, 그때 했어야 했는데’ 라고 후회하느니 좋아하는 걸 하다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p 030



크리스토퍼가 세계여행을 한다고 가족들에게 선언했을 때, 가족들은 반대했다. 대체 왜? 내 자식이 보다 넒은 세상을 경험해본다는데 왜 반대하지? 싶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크리스토퍼 부모님이라도 아마 격렬하게 반대했을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여행이란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미국이든, 독일이든, 중국이든 한국 이외의 나라로 향하는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토퍼의 세계여행은 달랐다. 그의 여행경로를 보면, 본인이 속하는 유럽에서 대서양을 건너 카리브 제도, 그리고 남아메리카에 남태평양 섬들, 그리고 한국, 일본, 중국, 중동 그리고 다시 유럽이다. 어느 누가봐도 비행기를 수십번은 탔을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크리스토퍼는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가 이용한 교통수단은 튼튼한 두 다리, 혹은 히치하이킹으로 얻어 탄 차, 바다를 건너는 요트였다. 그러니까 지면(또는 해수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거기다가 여행자금은 단돈 50유로였다.



50유로면 현재 기준으로 7만원도 안되는 돈인데, 이 돈으로 4년 6개월 동안 세계여행을 했다? 언뜻 보면 정말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히치하이킹으로 차를 얻어타든, 요트를 얻어타든 분명 어느정도의 사례가 필요했을 건데 말이다. 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바로 ‘노동’이다. 크리스토퍼는 누군가의 교통수단을 얻어 탈 때는, 정당한 ‘노동’을 제공했다. 화물차를 얻어탈 땐 화물 상하차등을 했고, 요트를 얻어탈 땐 요리사를 하거나, 항해를 하는 선원을 했다. 누군가는 돈주고 배워야할 수 많은 경험을, 크리스토퍼는 여행을 통하여 수십/수백개의 일자리를 경험했다. 



난 나의 행운을 믿을 수 없었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난 이미 (이런 조수자리를 찾는 사람으로서 처음으로) 58세 이탈리아인과 그의 아내와 함께 길이 13미터에 넓이 4미터짜리 멋진 요트를 타고 있었다. p 037



여행 중에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 좋은 친구가 되어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다. 심지어 내 결혼식에 와준 사람들도 있었다. 여행은 이렇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을 주었다. p 048



헬리콥터를 ‘히치하이킹’해서 국경을 넘었고, 헬리콥터가 아무도 살지 않는 지역 한가운데에 착륙했기 때문에 여권에 국경을 통과했다는 도장을 찍을 수 있는 베네수엘라 국경초소를 지나지 못했었다. (중략) 아무튼 나는 “좋아, 가!”라는 짧은 말과 함꼐 통과되었고 난 내 행운을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p082



크리스토퍼를 돕는 ‘운’도 한 몫했다. 요트의 선원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은 정말 넘쳐났는데, 그는 타이밍좋게 원하는 곳을 가는 요트 선장을 만날 수 있었다. 히치하이킹을 통하여 얻어탄 차로 국격을 넘을 때, 간혹 국경을 넘었다는 비자를 못 받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이 역시도 운 좋게 넘어갔다. 무엇보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대게 좋은 사람들이었다. 물론 직업 자체는 마약상 같은 불법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람 자체로 봤을 때는 적어도 여행객인 크리스토퍼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숙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뭐, 그렇다고 매일 운이 좋았던 건 아니다. 화물차에 태워준다고 하여, 화물 상/하차를 도와주었더니, 빈 좌석이 없다고 하며 튀는 운전자도 있었다. 노숙을 하는 중에 들개들에게 둘러쌓여 목숨을 위협받은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참 이상하게도 어떻게든 지나갔다. 그것조차도 운인건지, 아니면 크리스토퍼가 워낙 긍정적인 사람이라 좋게 마무리된 것 처럼 보이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크리스토퍼에겐 이 모든게 멋진 경험으로 남았다.



캐나다 아저씨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나중에 다른 사람들의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떤 사람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도록 돕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몇 가지 유용한 팁을 주거나, 중요한 만남을 주선하거나 그저 용기를 북돋우는 몇 마디 말을 건네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p 134



웃기는 일이지만, 냉소적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근데 실제로 그게 도움이 되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은 정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나의 내면에서 말이다. 내가 고통스럽게 선택한 말들이 천천히 나의 내면에 영향을 주는 걸 깨달았다. 어찌보면 간단한 일이다. 내리막길은 오르막길보다 훨씬 쉽다. p 142



크리스토퍼는 이토록 멋진 생각을 하는 여행자였다. 나에게 사기를 친 사람들에게도 화를 내기보다는, 그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랐다. 그가 마더 테레사 같은 성인이라서가 아니다. 내가 사기를 당했다고 분노를 하면,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서,  여행이 엉망이 될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 시간을 그렇게 허투루 쓰고 싶이 않기 대문에 그는 좋게 생각하려고 애썼다. 오로지 ‘나’를 위해서, 세상을 좋게 보려고 한 것이다. 



세계여행도 세계여행이지만, 크리스토퍼의 이런 점이 정말 부러웠다. 나는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곧이 곧대로 짜증을 내고, 짜증으로 인해 그 날 하루를 망친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오늘을, 그렇게 망쳐버리는 것이다. 아, 세계여행 에세이를 읽다가, 삶에 대한 내 태도에 반성을 하게되다니!




  



크리스토퍼가 유럽, 카리브제도, 남아메리카, 남태평양 섬에서 있었던 수 많은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아무래도 먼- 나라라서 그런지, 어차피 내가 가볼 수 없는 나라라서 그런지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사는 한국과는 너무 많이 달랐으니까. 여기서 다름의 의미는 언어, 문화, 사상등을 말한다. 그런데 크리스토퍼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로로 넘어온 순간부터 조금 달라졌다. 엄연히 내가 살고 있는 문화권이고, 내가 사는 나라와 인접한 문화권, 그러니까  내가 너무나 잘 아는 문화권에 대한 이야기였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기서 조금 정말 놀랐던 사실은, 독일인이었던 크리스토퍼의 눈으로 본 아시아 여러나라의 특성이었다. 내가 본 아시아 국가의 특성이나, 독일인이 본 특성이나 어쩜 그리 다른게 하나도 없는지!



난 진짜로 한국에 있었다. 누가 상상이나 헀을까. 그 순간에야 비로소 지금까지 내가 여행했던 나라들과 한국이 비교되었다. 유럽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나는 다시 제1세계 국가에 있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이 조화롭고 안전해보였다. p 265



이런 무지런함만이 장점만 가진 것은 아니다. 경쟁이 너무 심해서, 모든 고용주들은 관리자가 퇴근할 때까지 직원들이 무료로 초과근무를 하길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고되어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다. 고등학교 졸업생이 상위 5개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면 가족들이 너무 실망을 하기 때문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것 외에 다른 탈출구를 찾기 힘들어진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자살률에서 해마다 앞 순위에 있다고 한다. 극도의 부지런함은 그런 어두운 측면도 갖고 있다. p 283



크리스토퍼는 유럽을 떠난 뒤, 비교적 위험이 도사리고, 치안이 보장되지 않는(...) 남아메리카, 대서양, 태평양을 여행했다. 그러다가 다시 안전이 보장된 국가 한국에 왔다. 독일에 살았을 때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토록 발전하고 안전이 보장된 나라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텐데. 정말 우리나라만큼 야밤에 돌아다녀도 안전이 보장되고, 유럽처럼 날치기 위험도 없는, 자국인에게도 외국인에게도 돌아다니기 좋은 나라가 없을거다. 진짜 이것만큼은 자부심 뿜뿜이랄까? 



크리스토퍼가 바라본 한국은 그야말로 안전강국이었고, 경제대국이었다. 보통의 외국인 여행자라면 여기서 끝이겠지만, 크리스토퍼는 달랐다. 6개월간 한국을 여행하면서 우리말을 공부하고, 우리의 역사도 배웠다. 우리나라가 경제강국이 된 원인과 그림자도 아주 명확하게 분석했다.



독일인인 크리스토퍼에게 한국의 살인적인 근로시간은 이해하기 어려웠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상위 5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기를 쓰는 상황이 놀라웠다. 근데 이건, 대한민국을 사는 나에게도 참 놀랍고 씁쓸한 현실이기는 하다. 상위 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이 최종 목적은 교육이나,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대기업 내지는 공무원에만 목숨거는 취업현실, 그리고 취업해서는 내 시간이라고는 없이 일만 해야하는 근무환경. 언제쯤 이렇게 획일화 된 교육/취업/근로환경이 바뀔까. 과연 바뀌긴 하려나. 아, 씁쓸하다.





입국 거부 이유는 내가 다른 나라로 가는 항공권이나 페리 티켓을 소지하지 않아서였다. 일본 사람들은 내가 그들의 나라에 입국할 뿐 아니라,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 그 나라를 떠나기를 확실히 보장받고 싶어했다. p 298



일본에는 기꺼이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않으려는 문화가 지배적이다. 주목을 받는다면 정말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때뿐이다. p 301



한국을 떠나 일본땅에 들어선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이민국은 크리스토퍼의 입국을 금지하려고 했다. 제3의 국가로 간다는 항공권이나 승선권이 없다는 이유로. 그야말로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경우, 얄짤없이 거부하는 그들의 특성이 저 한 문장에서 확연히 들어난다. 거기다 독일인의 눈으로도 딱 보이는 주목받지 않으려는 문화까지(그래서 일본초딩들이 죄다 똑같은 란도셀을 멘다는 스아실ㅋㅋ)! 



중국 사람들의 호기심이 너무 큰 나머지 자제력을 잃어서인 것 같다. 대부분 사람들은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는 것 처럼 보였다. 소음도, 냄새도, 감금되어 사는 것도 그들에겐 장애물이 아닌 듯했다. p 309



인도는 엄청난 폐기물 문제를 안고 있다. 쓰레기를 처리한다는 생각 따위는 애당초 없는 듯하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이것은 빈곤뿐만 아니라 불행하게도 사회와 문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p 340



이란인 여자 친구가 나에게 그녀의 사촌 얘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그녀의 사촌은 얘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그녀의 사촌은 “난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용서할 거야. 그의 잘못이 아니거든. 그를 유혹한 여자가 잘못한 거야!” 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이런 이야기는 독일과는 아주 먼 것처럼 느껴진다. 물리적 관점에서 보면 난 유럽을 코앞에 두고 있었고. p 376



거기다 중국, 인도, 이란에서 그들을 바라본 크리스토퍼의 시각은 아주 놀랍게도, 나의 시각과 놀랍도록 일치했다. 인종은 달라도 보는 눈은 다 같은가보다. 역시 사람은 다 똑같다.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좋은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다. 주변에 가족과 친구가 있어서 의지할 수 있고 불행한 시기에도 함께할 수 있으며, 그 자신도 가족과 친구에게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만큼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없다. p 352



내게 세계여행은 나만의 교육과정이었다. 사실 난 4년간 인턴십을 한 것이다. 정원사, 수습 선원, 투어 가이드, 주유소의 직원, 배관공, 배우, 요리사, 모델 … 이 목록에 계속 추가할 수 있다. 이 모든 일에서 수많은 귀중한 보물을 발견했고, 더 이상 내게 부족한건 없다. 다른 눈으로 삶을 바라보는 걸 배웠다. 나를 위해 새로 발견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도 새로 발견했다. 내게 새로운 강인함과 무의식적인 나약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친숙한 사람에 대한 나의 태도를 뒤돌아 보았다. 그리고 예전에는 가능하다는 걸 알지 못했던 완전히 개인적인 방식으로 신을 알게 되었다. p 385



본디 여행이란 좁디 좁은 나만의 생활공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좁은 공간에만 갖혀있던 내 시야가, 타 지역을 방문함으로써 넓어진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경험은 돈 주고는 살수 없는 것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를 보다 성장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시간적 여유가 안되서, 금전적 여유가 안되서 여행을 갈수가 없다고 한다면, 독서가 그 대체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대체적으로 틀에 박힌 사고를 하거나, 변화를 싫어하고, 꽉 막힌 사람이 되는 경향이 높다(뭐 소위 말하는 꼰대의 일종일 수도).



 장장 4년 6개월에 걸친 긴긴 세계여행을 끝낸 크리스토퍼는 여행 전과 매우 달라졌다. 시야가 넓어졌고, 사고방식이 달라졌다. 성장했다고 해야하나?그저 책으로만 만난 크리스토퍼지만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크리스토퍼는 모두가 존경할 수있는 정말 멋진 어른이 되어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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