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옆집 - 말하면 다 현실이 되는
조윤민.김경민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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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당연히 에세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아르테에서 나온 책이고, 표지나 제목만 보면 누가 봐도 에세이였으니까. 하지만 책을 읽고나니 전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창업을 위한 지침서, 혹은 경영도서가 아닐까 하는. 과거에 식당 창업에 관련한 경영도서를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책과 이 책은 서술방식만 조금 다를 뿐 이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에세이라는 가면을 쓴 창업지침서, 혹은 부업지침서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오해는 금물이다. 이 책은 그저 그런 창업지침서나 부업지침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주인장 1,2는 모두 직장인이다. 나처럼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그런 직장인 말이다. 그런 주인장 1,2 자주 만나서 삽질을 하다가 시작하게 된게 바로, 맥주슈퍼 ‘세탁소옆집’이다. 주인장 1,2는 지금도 회사를 다니면서 세탁소옆집을 운영한다. 그것도 금호동 본점과, 한남동 2호점 두 군데를!



월급을 맏고 회사를 다니는 것과 순수하게 나의 사업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내가 모든 것을 결저알 수 있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의 엄청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우리가 택한 삽질은 바로 ‘사이드 허슬’ 이다. 사이드 허슬은 미국 스타트업의 성지인 실리콘밸리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회사를 다니면서 자기 개발을 하거나 혹은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의 일을 과외로 해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회사를 그만두고 퇴사 후에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의 시간을 활용해서 해보는 일을 말한다. p242







그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한 대사일 뿐이지만, 삽질하는 걸 좋아하는 주인장 1,2는 이 대사를 참 좋아한다. 삽질은 남들이 보기에는 참으로 의미없는 일이지만, 그런 의미없는 일을 함으로써 인생이 즐거워진다. 그래서 그런지 주인장 1,2는 이 대사처럼 남들이 보기에는 의미없는 삽질을 꾸준히 해왔다. 맥주슈퍼, 세탁소옆집의 탄생도 그런 삽질에서 태어났기도 했고.



‘집에서 마시는 것보다 돈도 벌고 좋은데? 그래. 이왕마시는 술, 생산적으로 마셔보면 어떨까?’ p. 020



세탁소옆집의 시작에는 사워 맥주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워 맥주를 열심히 마시면서부터 맥주의 종류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고, 새로운 정보에 즐거워하는 우리를 발견했기 대문이다. p.063



그저 덕질의 일부였던 맥주 라이프였는데, 지금처럼 마시고 사라지는 게 아닌 조금은 더 생산적인 방법으로 하고자 생각한게 바로 사이트 허슬을 이용하는 것. 그렇게 주인장 1,2는 퇴근 후 매일 맥주와 함께 하는 삶을 택했다.



금호동 주민들은 주로 동네에서 소비하고 문화를 즐기기보다 근처의 압구정 혹은 이태원으로 이동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분명 동네 상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리라 생각했고, 여기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 예감했다. 그래, 금호동으로 가자! p. 035



우리는 우리의 맥주 슈퍼가 맥주를 매개체로 하지만 단순히 맥주를 사는 공간만이 아닌, 콘텐츠가 살아 숨쉬는 문화 공간이 되기를 원했고 합의점을 도출했다. 첫째, 맥줏집이라고 해서 꼭 ‘맥주’ 라는 말이 상호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둘째, 트렌디하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두 방향을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기 시작했다. p.038



인테리어에서도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이다. 원하는 것에 대해서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 오해를 줄이고 합의점을 만들어가는 것이 시간 낭비를 줄이는 최선의 길이라는 걸 크게 배웠다. p.045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일방적이고 객관적인 정보의 제공이 아닌 주인장이 직접 하나하나 마셔보고 열심히 고민한 흔적이 담겨 있는 세탁소옆집만의 언어! 맥주 진열에도 저마다 개성이 담긴 맥주 설명 태그를 만들어 그 맛을 전달한다. p 073



맥주슈퍼 창업을 결정한 뒤로는 어디까지나, 창업자로써, 경영자로써 마인드를 가지고 접근했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퇴사하고, 제 2 인생을 산답시고 창업을 했다가 망하는 상황을 참 많이도 봤다. 그런 사람들이 실패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사전조사 부족과 현장경험 부족에 있다. 주인장 1,2는 적어도 준비부족으로 인한 실패만큼은 없게끔 철저하게 사전조사를 했다. 철저한 상권분석과 미래가치 분석, 거기에다 단순히 맥주 슈퍼가 아닌 여러 콘텐츠를 융합시킬 수 있는 방법 등. 정말 회사 퇴근 후 제한된 시간만으로 이 모든 것을 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초보 창업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씸히 조사하고 두 발로 뛰었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금호동의 ‘세탁소옆집’ 이다.




세탁소옆집의 맥주 셀렉션은 두 주인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고객과 함께 만든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자주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빅데이터 분석이다. 세탁소옆집의 맥주 셀렉션에서 고객이 중요한 까닭은 근본적으로 빅데이터 분석의 목적과 같다. ‘데이터를 통해서 고객을 이해해야 성공적인 비지니스가 이루어진다.’ 바로 그것이다. p.069



주인장들에게는 이런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생기고 우리가 만든 브랜드를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사실이 엄청난 자산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주변에 브랜드를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까지 도맡는다.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소문을 내준 많은 손님들과 단골들이 세탁소옆집의 성장에 정말이지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p.114



브랜딩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사실을 세옆을 통해 경험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 속에서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태그라인으로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으니까. p.091



주인장1,2는 세탁소옆집은 창업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잠깐만 하고 문 닫을 가게도 아니니까. 본업은 회사는 회사대로 다니면서, 사이드허슬인 세탁소옆집도 즐겁게 운영하는 것. 하지만 두 가지 일을 한번에 하는 건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닐진데, 주인장 1,2는 어떻게 이 모든 걸 해내는 걸까? 그 저변에는 단연 세탁소옆집을 찾는 단골들이 아닐까 싶다. 



주인장 1,2가 바라던 건 세탁소옆집이 본인들만의 아지트가 아닌, 세탁소옆집을 찾는 모든 이들의 아지트가 되는 것. 그 바람은 이루어졌고, 실제로 뭐라고 해야할까? 지금의 세탁소옆집은 세탁소옆집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꾸려가는 공간이 되었다.




삽질은 절대 다 성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삽질 한 번에 배움 한 번은 가능하다. 삽집의 중독성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삽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함부로 열지 마시라. 계속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또 다시 삽질을 계속 할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생기니까. p.099



“어떻게 회사 일과 가게 운영을 같이 하세요?”


사람들이 이렇게 물어볼 때 마다 하는 대답이 있다.


“충분히 가능해요. 부모들은 회사 일 하면서 육아도 하잖아요. 실제로 아기는 스물네 시간 챙겨야 하지만, 저희아기(세탁소옆집)은 주 오 일, 하루 딱 다섯 시간만 봐주면 알아서 자거든요.” p247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굳이 퇴사를 하지 않아도, 의지만 있다면 창업을 할 수 있다는 것! 심지어 이런건 미국에서 ‘사이드 허슬’이라는 개념으로 너무 당연한 일이라는 것까지도. 물론 모든 직장인이 이렇게 사이드 허슬러를 꿈 꿀수 있는 건 아니다. 직장인이라는 건 같지만, 어느 직장을 다니는지에 따라 사이드 허슬 개발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까. 다행스럽게도 주인장 1,2는 우리가 꿈의 직장이라고 일컫는 그런 외국계 기업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이렇게 성공한 사이드 허슬러가 될수있었다. 조금은 슬픈 사실이지만 직원을 소모품 취급하는 일부 국내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사이드 허슬은 꿈도 꾸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렇게 재미없는 집-회사-집-회사 루틴으로 고단한 일주일을 보내느니, 차라리 조금이라도 잠을 줄이고 주인장 1,2처럼 ‘나를 위해서’ 사이드 허슬을 개발해보는 건 어떨까?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지금 우리가 다니는 회사는 우리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책임져야하니, 한번쯤 사이드 허슬 개발을 해보는 것도 나를 위해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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