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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암, 바람의 노래 - 팔만대장경을 둘러싼 역사 무협 팩션
손선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19년 5월
평점 :
1. 갑자기 소림 18동인이라는 영화가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 장면이 아직까지 잊혀지질 않아요, 소림사 승려가 마지막 자신에게 칼을 찌른 놈의 칼끝을 자신의 호랑이이빨로 물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동료들이 처치하는 장면이었죠, 어린시절 그들이 보여주는 소림사의 무술은 저에게는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 소호자 할배에게 술로 무술을 익히던 성룡 역시 잊혀지지 않죠, 그러다가 홍콩의 느와르가 성냥개비 하나로 세상을 바꿔버리고 이연걸이 소림사에서 물을 길러 가는 무공수련이 그러했고 황비홍의 남아당자강이 그러했습니다.. 그런 어린시절의 추억은 고스란히 머리속에 남아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사찰 문화를 어린시절 자연스럽게 인식한 것에는 부모님의 역할이 좀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의 어린시절에는 부모님을 따라 주변의 사찰을 제법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지역에 살다보니 가까운 경남지역의 사찰은 거의 다 가본 것 같아요, 특히나 주변 지역중 진주나 산청 주변의 사찰을 많이 구경했던 기억이 납니다.. 의령이나 산청, 합천, 밀양, 청도를 비롯해서 멀리는 지리산 인근까지 어린시절 많이 가봤어요, 대체적으로 힘겹지 않게 가는 곳들이 많았죠, 고등학교때에는 팔공산도 아주 많이 갔었습니다.. 갓바위에서 드럽게도 못하던 공부를 부처님의 힘을 빌어 우찌 소원성취 함 해보고 싶어셨던 어머니의 마음을 따라 새벽산행을 나섰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오르는 길에 만난 수많은 학부모님과 대화를 나누시는 어머니 덕분에 그때 만나 여학생과 편지를 주고받았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적도 많았구요, 그리고 합천 해인사가 생각이 나요, 새로 고속도로가 뚫려서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다면서 자랑을 하던 전 재산 29만원짜리 대통령이 대한 뉘우스에서 떠들어대던 도로를 타고 멀미를 하며 갔던 곳이었죠,
2.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곳이죠, 이 팔만대장경이 무엇이길래 이 곳에 보관이 되었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에 아부지에게 물어본 기억이 납니다.. 아부지는 국가보물이라서 지키는 것이라는 아주 중요한 답변을 주셨죠, 그렇습니다.. 사실 불교라는 것이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의 사상적 기반이 된 것을 부인할 수는 없죠, 이 부처님의 설법과 이를 해석한 내용들과 불교적 교리등을 담은 수많은 문장들이 팔만개의 목판에 새겨져 전승되어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는 것이죠, 그때 뭘 알겠습니까, 유일하게 인식한 것은 해인사의 건물을 보면서 누군가가 감탄하며 말헀던 요기서 보관된 나무가 안썩고 천년을 견뎌왔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보물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곤 세월은 흘러 언젠가 해인사를 방문하면서 의령부터 시작된 국도를 거슬러 가 본 기억이 납니다.. 꼬불꼬불, 산길을 넘어 합천을 들렀다가 초계를 지나 고령을 거쳐 가야산을 지날때 가야천에 내려 잠시 내리는 빗물에 우산을 받쳐쓰고 라면을 끓여먹던 기억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잠시의 비로 물길이 얕던 가야천이 콸콸콸하면서 큰 물소리에 깜짝 놀란 기억도 나구요, 물론 그때 함께 라면을 먹던 즐거움을 나눈 분은 지금도 라면을 즐겨 드시고 계시죠, 그런 산세속에 감춰진 곳이 해인사였기에 쉽게 잊혀지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이번에 좀 더 '학실'하게 즐기게 된 느낌입니다.. 손선영 작가의 "소암, 바람의 노래"속에서 1592년 조선중기 선조때 양반이라는 족속들이 나라보다는 자신들의 인위를 더 탐하던 시절에 발발한 임진왜란의 전란통에 나라의 보물을 지켜내어 국란을 막고자헀던 한 승려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거죠, 그가 지켜낸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여전히 장경판전에서 지금까지 나라를 지켜내고 있는 듯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몰랐던 한 역사적 인물의 밝혀지지 않은 역사를 팩션이라는 이름으로 그려낸 작품속으로 들어가봅시다..
3. 역사적으로 제대로 기술되지 못한 체 숨겨진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소설의 시작인 프롤로그에서는 손선영 작가의 전작인 "마지막 유산"에서 등장한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숨겨진 역사적 '깅가밍가'의 진실찾기로 소암이라는 인물에 대한 구전되는 이야기에서 역사를 끄집어냅니다.. 덕남이는 그 이야기의 진실을 위해 역사학자의 이야기를 듣고 일본의 구마모토로 향하죠,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일본의 무장 고니시 유키나와와 가토 기요마사가 부산포를 통해 동래를 시작으로 나라를 전란으로 몰아넣는 이야기를 전조와 함께 대단히 긴박감 넘치게 펼쳐냅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오사카성의 출병과 그 이야기를 필두로 그들이 해인사로 향하는 이유가 드러나죠, 이 일본족속들은 섬나라에서 갇혀지내다보니 어떻게해서든 대륙을 탐할 수 밖에 없는 욕망에 사로잡히나 봅니다. 토요토미는 정명가도를 내세워 조선에 길을 내라하지만 명색이 유교집안인데 체면이 있지 쉽게 내줄 수 있습니까, 싸우자하니 풍신수길이는 명까지 자신의 야욕을 펼치기 위해서 전란을 획책하고 그 와중에 자신이 진정한 주인임을 내세울 목적으로 자신의 가신 고니시를 통해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거두어오라 명하죠, 고니시는 명을 받아 어리버리한 승려 몇몇을 제거하고 편안하게 팔만대장경을 탈취하여 자신과 가토 기요마사가 그동안 승승장구하며 조선이라는 나라를 단지 며칠만에 아작을 내버렸던 기세로 토요토미의 정명가도에 신작로로 대장경을 바닥에 깔려고 하지만 이거 웬걸, 해인사 '땡중'들이 장난이 아닙니다, 심지어는 해인사 주변에 길러 키우는 개들마저 장난이 아니어서 애초에 고니시가 생각했던 간단한 계획이 틀어져버리죠, 그리고 엄청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의 작은 지혜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는 그들이 아는건 오로지 생존의 방법뿐인 바람의 노래를 전해주는 소암이라는 인물을 말이죠, 단 이틀만에 만명의 왜적을 패퇴시킨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역사속의 인물, 소암....
4. 이 작품은 팩션입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에 두고 허구적 이야기를 덧입힌 것이죠, 하지만 대단히 팩트에 가까운 역사적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물론 무협에 가까울 정도의 상황적 활동성은 소설적 재미에 큰 도움을 줍니다만 그게 또 그렇지 않았다고 말은 못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서산대사나 사명대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설화나 구전으로 부풀어져 내려오죠, 하지만 또 그러지 않았으리라 우리가 장담은 못하잖아요, 이 작품속에서 소암대사라는 한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어 그의 얼토당토않은 부풀린 이야기를 작가가 그려냈다면 이거슨 역사가 아녀, 그냥 무협소설의 재미뿐이야,라고 했겠지만 작가는 그러지 않습니다.. 모든 해인사를 지켜내는 승려들의 이야기와 그 당시의 삶과 함께 해인사에서 비롯된 수많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진실이지 않을까 싶은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죠, 손에서 장풍이 나가고 경공술로 나무를 뛰어넘는 어설픈 이야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좁디 좁은 해인사로 통하는 산길에서 일대백의 싸움을 펼치는 시대적 게릴라전을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입니다.. 읽어보시면 아실테지만, 가 보셨다면 더 이해가 쉬우시겠지만,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해인사의 입구를 생각한다면 작가가 표현하는 해인사를 지키기 위한 승려의 결사항전은 작가적 스토리를 조금 덧붙였을 뿐이지, 있는 그대로의 역사적 이야기라고 전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속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의 존재성과 그 진위와는 무관합니다.. 그날 그 당시 그 시점의 해인사를 지켜내어야만했던 우리나라의 아픔을 그대로 담아낸 역사적 진실과 함께 지금까지 그 아픔을 머금은 체 숨쉬며 견뎌내온 팔만대장경이라는 위대한 문화적 유산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5. 솔직히 조금 더 긴박감이 넘치고 조금 더 스펙타클하고 조금 더 몰입감을 늘여줘도 충분히 좋았을만했지만 작가는 그렇게 하질 않았습니다.. 대단히 짧은 시간의 전투에 대해 군더더기를 배제한 체 그 상황을 직시하고 있을법한 현장적 체험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흔한 무협의 이야기처럼 즐겁게 그리고 아프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죠, 물론 작가님께서 이런저런 소설적 장치와 설정과 이야기의 흐름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상황적 해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몰랐던 사실에 대해 알게 되는 호기심을 충족하는 즐거움이 있는 반면 또 한편으로는 이들의 대결속에서 잠시 벗어나는 듯한 집중을 놓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죠, 아무래도 손선영 작가님께서 작품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나 연결고리나 설정들의 논리적 해설을 독자분들에게 전달하고자하는 의도가 강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적확한 상황적 해설이 대단히 짧고 빠르게 인식되게끔 이끌어 나가시는 과감함(?!)을 보여주셔서 저로서는 오히려 새로운 호기심이 증폭되는 듯 했습니다.. 소림사와 관련된 해인사의 승려들의 무술적 연계라든지 우리나라의 사방신에 대한 해석적 이야기들은 아주 좋았습니다.. 이 무술적 이론들은 아마도 실재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흔한 무협지의 상상적 즐거움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이끌어낸 하나의 호국불교의 기준이자 역사적 사실의 틀이 되었던 해인사라는 곳의 민족적 의미속에서 이끌어낸 이야기이다보니 저로서도 그러려니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것이 진실이니 허구이니라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그들이 견뎌낸 역사적 사실만이 가장 중요할 뿐이죠, 시쳇말로 국뽕같은게 아닙니다.. 되먹지도 않는 역사적 미화를 어설프게 그려내지도 않죠, 하지만 역사는 언제나 우리의 삶을 지켜내고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작가님은 하시는게 아닌가, 저도 그렇게 느낀게 아닌가 싶습니다..
6.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실속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를 그려낸 이 팩션은 상당히 재미집니다.. 굳이 그 역사적 진위를 밝힐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속에 혹여나 진실이었을지도 모를 한 존재와 그 시대의 아픔과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그로 인해 현재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역사적 가치의 현실적 고마움만 느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문화적 유산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교육적 가치도 중요하죠, 그리고 이 작품 "소암, 바람의 노래"는 영화적 장치의 느낌이 다분합니다.. 이미지적으로 아주 매력적인 상황적 흐름이 이어지기 때문에 작품속의 이틀동안의 전투와 그들의 치열했던 상흔들이 대단히 현실적으로 와닿는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깔끔하게 과거의 이야기가 정리되고 조금은 허전하게 마무리가 되는 듯 싶었던 상황이 에필로그와 함께 신선한 숨겨진 트랙이 등장합니다.. 아마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등장한 현실속에서 과거를 소환했던 '소암유록'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 당시 의병의 중심이 되었던 홍의장군 곽재우에 대한 드러나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다룬 '망우당유록'에 대한 현대적 장치를 이용한 추리적 스토리도 대단히 흥미로웠습니다.. 말그대로 숨겨진 트랙의 단편적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 같습니다.. 단순한 이메일을 통한 장치와 함께 진실을 밝히려는 설정의 마무리가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과거 국사시간이 지겹고 재미없을때면 항상 슨생님께서 야사를 끄집어내셔서 흥미를 불러일으켜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작품이 역사이든 야사이든 부풀어진 소설이든 상관없이 작품이 의도한 역사적 이야기속의 재미는 충분히 보장했다는 말은 하고 싶습니다.. 상당히 짧고 담백한 이야기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오랫동안 독자들을 검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디다.. 임진왜란은 기억하는데 정유재란을 잊어먹었던 독자, 소서행장과 가등청정은 기억하지만 고니시 유키나가와 가토 기요마사는 몰랐던 분들, 그리고 일본의 전국시대를 통일한 오다 노부나가와 토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에도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야기들, 저로서는 재미와 함꼐 교육적인 호기심과 즐거움이 함께 했던 작품이네요, 읽어들 보셔,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