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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팝니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8월
평점 :

1. 타인은 잘 모르겠고, 날 기준으로 스스로를 바라볼작시면 나이가 들 수록 삶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보곤 합니다... 중년을 나이를 넘어선 입장에서 젊은 세대들의 삶보다는 어른들의 삶에 더 가까워지는 걸 느끼기에 주변의 많은 어른들이 조금씩 돌아가시는 경험을 하기 시작하면서 삶이 얼마나 허망한가에 대한 우울함을 견디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 하지만 그럴수록 주변의 어른들은 여전히 삶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지는 것을 목도하기도 합니다. 혼자 가만히 난 어떠한가, 삶에 대한 욕심과 집착과 허망함에 대해 어떤 인생의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자주 떠올리게 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갱년기라는 말입니다... 살아온 인생과 살아갈 인생의 의미를 어느정도 가늠이 가능한 지천명의 시기가 되니 겪게 되는 일상입죠, 오늘 나의 옆에 누군가가 있지만 내일 그 존재가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는건 참 아이러니합니다... 기억은 그렇게 간단하게 삭제되지 않으니까요, 특히 가족이라면 더욱 그러하죠, 어떠한 존재가 현실속에서 죽는다는 것이 기억속에서 존재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 지 조차 잘 모르겠습니다... 돌아서 문만 열면 여전히 그 자리에 변함없이 존재할 것 같은 느낌.. 그게 기억이든, 현실이든
2. '목숨을 팝니다'라는 제목은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어떠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러한 소재로 작품의 서사를 이끌어내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는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는 멋짐이 뿜뿜합니다... 여하튼 젊은 한 남성은 세상에 대한 염세적 감정이 끓어넘치다못해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하고자합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살아나죠, 죽음을 선택한 하니오에게는 굳이 되살아날 세상이 아님에도 어쩔 수 없이 선택적 인생을 추가로 살게 된 것입니다.. 그런 그는 삶에 대한 애착이 의미가 없어 자신의 목숨을 파는 광고를 게제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광고를 신문에서 본 누군가가 그의 목숨을 사기위해 그를 찾습니다.. 그렇게 한번밖에 없는 목숨을 팔아서 그는 의뢰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뒤끝이 남지않을 것이지만 그들이 하니오에게 요구하는 목숨을 사는 의도는 여러가지 황당함이 깔려있는 것들이다보니 뭐랄까요?... 그가 판 목숨에 따라 의뢰는 성공하지만 항상 그는 죽지않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렇게 하나둘씩 일들이 조금씩 진행되면서 하니오는 삶이라는 것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그가 판 목숨값에 따른 또다른 의도치않은 진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3. 먼저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 한번 찾아본 바가 있습니다.. 미시마 유키오라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다보니 제가 책을 읽은 적이 있나 싶어 찾아보기도 하구요... 하지만 작품을 만나본 적은 없더군요.. 결론적으로 이 양반 대단히 유명한 사람입디다... 작가가 살았을 당시의 일본의 사회는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패전후의 힘겨운 사회속에서 한국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경제적으로 반사이익을 엄청나게 얻게 되죠, 이로 인해 일본은 생각보다 빠르게 복구가 되면서 이에 따른 젊은세대의 사회적 활동이 자유롭고 생각의 공간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전쟁의 후유증과 패전후의 불만들이 극우로 성장하고 공산주의적 사상이 사회를 뒤흔들기도 하고 또다른 민족주의적 사고가 극우와 뭉쳐 정치적 성향이 강해진 측면도 보입니다.. 그 중심에 미시마 유키오라는 뛰어난 작가가 그의 사상적 의도로 자신의 최후를 할복이라는 극악스러운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준 작품 '목숨을 팝니다'는 그런 그의 사상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게 와닿는 좋은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4. 이 작품은 수차례 노벨문학상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뛰어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편안하면서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삶과 그 내면에 대한 황당한 유머와 그 의도가 짙게 깔린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지않을까 싶네요..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고, 굳이 뭔가 예술적 감응을 이끌어내는 그런 장치가 없는 것도 매력입니다... 소재와 그 서사의 참신함이 오히려 독자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장르소설로서의 흥미를 가득채운 재미진 작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모든 에피소드는 이어져있지만 각각의 상황들이 주는 서사들은 황당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독자들의 가독성을 이끌어내는 매력이 가득합니다.. 이 작품 '목숨을 팝니다'는 어떠한 정치적 성향이나 극우적 판단들이 소설속에서 사상적 검증을 이끌어내고자하는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죽길 원하는 한 남자의 삶에 대한 허허로움을 주제로 이러한 그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에 집중하고 있죠... 그 모든 서사의 중심은 인간관계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5. 하지만 후반부에 들어서면 하니오라는 인물의 성향과 그가 의도했던 상황들이 조금씩 틀어지면서 그가 감정선과 그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서사의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하죠... 하지만 그 내막과 반전의 이야기가 조금은 뜬금없는 상황이라는 황당함이 있습니다.. 물론 그가 가진 사상적 의도가 어느정도 감지되는 부분도 없진 않지만 초중반부의 인간의 내면과 그 주변의 상황적 흐름이 보다 탐미적이고 감정적 농밀도가 강했다고 하면 후반부는 너무 빠르게 변화된 느낌이 생기더군요... 흐름에 따라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변화시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벌어지는 상황들은 조금 어이가없을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마무리의 오픈된 결말의 의도는 아시잖아요, 큰일을 시원하고 행복하고 보고나서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않은 찜찜함같은 너낌적인 느낌이랄까요, 아님 말고...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목숨을 팝니다'는 전반적으로 아주 신선하고 창의적인 소재와 내용으로 진행된 점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위트넘치고 유머러스한 상황적 반전과 인물들의 특성들이 주는 매력도 시너지가 되죠, 크게 과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의도를 똑똑하게 드러내는 작가의 의도는 굳이 인상쓰고 내용을 파악하려는 그런 어려운 작품이 아니라도 충분히 즐거울수 있습니다... 비교하기는 그러하지만 전혀 그 내용과 작가의 의도를 모르겠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읽어볼작시면 잘 읽히잖아요, 뭔가 있는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똑똑한 느낌이 들면서 작가가 하고자하는 의도가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와서 박히는 그런 자연스러운 독서의 즐거움, 그러니 이러한 작가들이 노벨문학상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로서의 필력보다는 정치적이고 사상적인 이슈가 더 크게 부각된 미시마 작가지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극악적인 방법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작가이니 더 많은 작품을 볼 수없는 아쉬움은 있겠지만, 이 작품으로 그의 어느정도의 작가적 면모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이 아니었나 싶네요...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