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싱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8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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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늦은 오후 석양이 내리쬐던 날 그야말로 옛날식 베란다에 앉아 버번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재즈 음률을 들으며 새빨간 석양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선셋 스티릿과 천천히 짙어가는 LA의 야경을 바라보며 탁자에 놓여진 사건일지를 바라보는 사이로 짙은 재즈 소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제와 새삼 그 나이에 퇴직의 후련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중년의 남자의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떠올려 본다..

 

2. 여차저차해서 경찰 내부의 기득권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경찰로서의 업무에서 벗어나 퇴직을 한 보슈는 그동안 가지지못했던 시간적 여유를 클래식한 할리 오토바이의 조립에 할애하는 중입니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동생인 미키 할러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한 여성이 살해되었고 그 여성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현재 구속중인 한 남자의 변호를 맡은 할러는 재판이 시작되는 시점까지 현재 범죄 피의자로 지목된 디콴 포스터의 무죄를 밝힐 업무를 같이 하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보슈는 그렇게 경찰과 관련된 피의자의 사건을 수사하게 되면 경찰조직 전체와 맞서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탐탁찮게 생각하죠, 그가 평생을 바친 경찰조직속에서 그가 경험했던 것들이 그대로 그에게 몰아부칠 것을 그는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살해된 유명인 여성 렉시 파크스의 진범이 따로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그는 오로지 정의만 바라보고 모든 경찰조직의 적이 될 위험을 감수하고 사건을 수사해나가기 시작합니다...

 

3. 보슈가 갈수록 나이를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국내 신작이긴 하지만 해리 보슈의 18번째 작품이자 2015년 발간된 작품이니 10년이나 이전에 나온 작품입니다.. 여전히 국내 번역작은 보슈의 나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죠, 여하튼 그동안 보슈는 경찰로서 그리고 탐정으로서 부침이 많았던 세월을 뒤로하고 이젠 퇴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본성은 언제나 정의를 갈구하는 사람이죠, 언제나 그렇듯 이 작품 또한 하나의 사건속에서 발생한 작은 단서로 진실을 찾아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조금씩 틈이 보이는 사건의 내막속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천천히 그리고 확실한 의도가 눈에 띄는 법이니까요.. 그렇게 보슈는 대단히 단단해보이는 사건의 틈속에 약간의 균열속에서 하나하나 그 균열을 건드려보기 시작하니까요.. '모두가 중요하거나 아무도 중요하지 않다'를 찾아나가는 그런 묘미가 있죠,

 

4. 이 작품은 말그대로 보슈와 할러가 함께하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할러는 미미한 영향력을 발휘하죠, 그래서 보슈 시리즈인겝니다.. 제가 수사기법이나 경찰조직의 전문적 영역을 전혀 알지못하는 일반인이지만 코넬리횽아의 소설속 수사기법과 서사만으로도 경찰대학 수준의 능력을 보여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게 매우 치밀하고 틈새없이 수사라는 기본적 뼈대속에서 주변의 이야기라는 혈관과 소설의 심장인 캐릭터의 심리를 비롯한 모든 창조를 그동안 이어져온 역사의 몸통속에서 숨쉬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가장 큰 의도는 그동안 보슈가 평생을 속했던 사회속의 존재감이었던 경찰이라는 조직과 대치되는 홀로 떨어진 진실과의 대면이라는 영역을 보여주며 독자들로 하여금 사회 정의의 원칙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려고 한다는 것이죠, 그동안의 시리즈를 통해 조직의 부당성과 조직의 부패와 조직의 이중성을 끊임없이 보여주었던 코넬리횽아이기에 이 작품 '크로싱'에서도 이러한 그의 명분은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5. 솔직히 전 코넬리횽아의 작품에서 큰 단점을 발견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찾으려면 찾을 수 있겠지만 딱히 어떤 작품을 비교해서도 모자란 부분을 끄집어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독후감이랍시고 뭔가 단점을 찾으려고 하진 않습니다.. 그만큼 개인적으론 충분히 만족하는 작품들이라고 해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ㅋ 이 작품은 시리즈를 이어져오며 제가 느꼈던 부분들과 비교해서 조금은 밋밋한 느낌이 있다 정도.. 이유인즉슨 많은 작품들이 여러가지 얽히고 설킨 구조와 서사의 틀속에서 많은 반전과 주변 상황들의 변화를 주는 매력이 있는 반면 이 작품은 하나의 서사속에서 끝까지 변함없이 이어지는 직선적 구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 단점이라고 보진 않습니다만 혹자에 따라서는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구요, 물론 꾸준히 이어져온 시리즈의 영역속에서 제가 드리는 말씀인만큼, 따로 떼어내 이 작품만 접해보신 분들이시라면 오히려 더 매력적인 가독성을 가져다줄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하겠습니다.. 여하튼 대단히 빠르고 다이렉트적인 결말까지 이어지는 작품이니만큼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생각하는 것보다 더 후련함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아님 말고,

 

6. 항상 느끼고 하는 말이지만 어떻게 이렇게 딱딱하고 건조한 수사기법과 내용과 서사로 독자들에게 긴장감과 상황적 스릴감을 끝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해 궁금해하는 독자입니다.. 소설속에서 작가는 시대의 흐름속에서 고독하게 홀로 선 주인공의 삶이 대단히 구시대적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드러냅니다.. 보슈가 자신의 딸 매디와 나누는 이야기와 그가 받아들여하는 신문물의 정보들이 끊임없이 그를 혼란시키기도 하니까요, 그런 공감적 재미까지 중년을 함께하며 수십년동안 저와 함께했던 보슈는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제가 해리보슈의 첫 작품인 '블랙 에코'를 처음 접했던 시점이 거의 30년이 다된 시점이니 그때 코넬리의 모습은 파마머리를 길게 기른 젊은 작가였고 보슈 역시 베트남에서 땅굴쥐로서 그가 가진 트라우마와 그의 정의를 경찰로서 진행하던 시절을 함께 했고, 이제는 같이 지긋한 나이에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지나간 시절보다는 남은 날에 대한 삶을 그려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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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오브 도어즈
개러스 브라운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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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은 끝이 없습니다...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감당하기 힘든 것까지 그 욕심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거나, 해보지 못하거나, 가지지 못하거나, 가보지 못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모든 것에 대해 욕망을 드러내게 되죠... 생각이라는 것이 인간의 머리속에 싹을 틔운 이후로 이러한 욕망의 무게는 한없이 커져만 가는것 같기도 합니다... 아주 작은 욕망의 성취에도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 나라를 쥐고 흔들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과오를 저지르는 인간들은 역사이래 무수히 봐왔고 우린 지금도 그런 인간 유형들을 하루에도 수없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러한 과오들은 그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기에 세상은 굴러가고 대다수의 작은 만족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중심으로 세상은 꾸준히 변해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소탐대실, 견물생심, 과유불급... 역시 사자성어는 뭔가 똑똑해 보여.... 아님 말고,


  2. 뉴옥의 서점 켈너북스에서 근무하는 캐시에게는 저녁 늦은 시간까지 독서를 즐기는 연세가 지긋한 웨버씨가 있습니다.. 그는 변함없이 마감시간까지 서점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캐시와 함께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그리고 오늘 웨버씨는 서점에서 독서중 심장마비로 사망을 하게 됩니다.. 오랜기간 웨버씨를 알고 지냈던 캐시에게는 예전 할아버지의 암사망 이후 또다른 아픔을 느끼게 되죠, 갑작스런 웨버씨의 사망으로 슬픔에 빠졌던 캐시에게 웨버씨가 앉았던 자리에서 한권의 책을 발견하게 됩니다.. 손크기의 작은 가죽표지의 책이었고 그 책에는 웨버씨가 캐시에게 남는 것이라는 메모가 있었죠... 그렇게 캐시는 한권의 책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캐시는 그 책이 '문의 책'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그 책을 쥐고 이미지를 그리면 그녀가 문을 여는 곳에는 그녀가 생각했던 곳으로 향하는 마법이 펼쳐집니다.. 그런 마법의 현실을 자신의 친구인 이지와 함께 경험을 하게 되고 이 책이 주는 매력에 빠져버리죠, 하지만 이지는 마법이 가득한 책으로 인해 캐시에게 위험이 발생할지도 몰라 걱정을 하게 되죠, 그리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됩니다.. 단순히 장소의 문만 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여 머리속에 상상하는 모든 곳의 문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무엇보다 마법의 책은 '문의 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책사냥꾼들이 각각의 마법책을 가지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알게되면서 누군가 '문의 책'을 찾기위해 그들에게 다가올 위험을 조금씩 감지하기 시작하는데....


  3. 제목 '북 오브 도어즈'는 직역 그대로 "문의 책"이라는 소설의 첫느낌 그대로 따라갑니다... 일종의 판타지소설과도 같은 제목과 서사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현실의 세상속에 존재하는 일종의 마법의 책과 관련된 대단히 스펙타클하면서도 입체감이 넘치는 즐거움을 선사하네요.. 판타지소설의 부류이지만 나름 독창적인 매력이 가득합니다.. 무엇보다 시공간을 초월한 타임슬립의 서사구조를 중심으로 짜임새있는 스토리라인을 그려낸 점을 정말 칭찬하고 싶습니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각종 마법책의 용도와 관련하여 펼쳐지는 입체적 이미지는 이 작품이 주는 장점이 아닌가 싶구요, 마법책을 찾고자하는 사람과 지키고자하는 사람의 구도는 익히 봐온 것들이지만 이를 지키는 주인공들의 캐릭터적 친밀감도 책을 읽는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무엇보다 속도감 넘치게 상황을 이어나가면서 스릴러적 감성을 복합시킨 판타지적 느낌은 무척이나 흥미롭기까지 합니다..


  4. 무엇보다 이 소설의 서사의 중심은 시공간을 초월한 타임슬립의 구조속에서 각각의 타임라인이라는 틀속에서 어떤 상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가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탄탄한 서사의 짜임새를 이어갈 수있는 고민이 없으면 대단히 허접하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그런 허술함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일종의 시간상의 타임라인이라는 구조의 틀에 집착하는 것과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에 대한 대비를 명확하게 그려내려는 것에 집중하는 것에 따라 각각의 인물들의 이야기와 실질적인 마법의 책이라는 소재에 대한 구체적인 내막이나 의도에 대한 부분은 생각만큼 꼼꼼하게 엮어나가지 못한 느낌도 없지않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걸로 개인적으로는 판단해봅니다.. 뭔 말인 지, 여하튼 캐릭터들의 존재감에 대한 부분도 조금은 아쉬웠고 무엇보다 마법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지만 실질적인 마법책에 대한 존재와 그 의도와 관련된 궁금한 부분들을 그려내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만큼 자세하게 다루지않아 아쉬움이 있었다.... 이런 마법 책들이 대결구도에서 사용되는 방법 외에 여러 상황을 통해 충분히 그 의도를 살릴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지않을 수 없지 않았던가하고 잠시 그런 생각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 맞나하는 판단.... 죄송합니다...


  5. 이 작품은 작가의 데뷔작이랍니다.. 그런 점만 따져보면 대단히 멋진 작품을 집필하셨다...라고 생각합니다.. 나름의 타임슬립의 구조속에서 탄탄한 서사라인을 꾸며내고 설득 가능한 즐거움을 주신 부분, 그리고 단순하고 흔한 판타지소설의 느낌보다는 보다 서스펜스가 가득하고 스릴러적인 감성이 충만한 작품이라는 부분, 무엇보다 이야기의 흐름속에서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진정성이 부족한 판타지적 감성이 아니라 현실적 감성충만한 시공간적 마법책 사용법을 중심으로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이끌어내는데 어느정도는 성공한 작품이 아닌가 싶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뭐랄까요, 갑자기 독서가 재미없어지거나 읽는 속도감이 떨어진 느낌이 드시는 분들에게 즐겁게 시간보내시기 적합한 작품이라고 전 생각했습니다.. 한마디로 재미진 작품,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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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팝니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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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인은 잘 모르겠고, 날 기준으로 스스로를 바라볼작시면 나이가 들 수록 삶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보곤 합니다... 중년을 나이를 넘어선 입장에서 젊은 세대들의 삶보다는 어른들의 삶에 더 가까워지는 걸 느끼기에 주변의 많은 어른들이 조금씩 돌아가시는 경험을 하기 시작하면서 삶이 얼마나 허망한가에 대한 우울함을 견디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 하지만 그럴수록 주변의 어른들은 여전히 삶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지는 것을 목도하기도 합니다. 혼자 가만히 난 어떠한가, 삶에 대한 욕심과 집착과 허망함에 대해 어떤 인생의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자주 떠올리게 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갱년기라는 말입니다... 살아온 인생과 살아갈 인생의 의미를 어느정도 가늠이 가능한 지천명의 시기가 되니 겪게 되는 일상입죠, 오늘 나의 옆에 누군가가 있지만 내일 그 존재가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는건 참 아이러니합니다... 기억은 그렇게 간단하게 삭제되지 않으니까요, 특히 가족이라면 더욱 그러하죠, 어떠한 존재가 현실속에서 죽는다는 것이 기억속에서 존재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 지 조차 잘 모르겠습니다... 돌아서 문만 열면 여전히 그 자리에 변함없이 존재할 것 같은 느낌.. 그게 기억이든, 현실이든

2. '목숨을 팝니다'라는 제목은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어떠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러한 소재로 작품의 서사를 이끌어내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는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는 멋짐이 뿜뿜합니다... 여하튼 젊은 한 남성은 세상에 대한 염세적 감정이 끓어넘치다못해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하고자합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살아나죠, 죽음을 선택한 하니오에게는 굳이 되살아날 세상이 아님에도 어쩔 수 없이 선택적 인생을 추가로 살게 된 것입니다.. 그런 그는 삶에 대한 애착이 의미가 없어 자신의 목숨을 파는 광고를 게제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광고를 신문에서 본 누군가가 그의 목숨을 사기위해 그를 찾습니다.. 그렇게 한번밖에 없는 목숨을 팔아서 그는 의뢰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뒤끝이 남지않을 것이지만 그들이 하니오에게 요구하는 목숨을 사는 의도는 여러가지 황당함이 깔려있는 것들이다보니 뭐랄까요?... 그가 판 목숨에 따라 의뢰는 성공하지만 항상 그는 죽지않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렇게 하나둘씩 일들이 조금씩 진행되면서 하니오는 삶이라는 것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그가 판 목숨값에 따른 또다른 의도치않은 진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3. 먼저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 한번 찾아본 바가 있습니다.. 미시마 유키오라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다보니 제가 책을 읽은 적이 있나 싶어 찾아보기도 하구요... 하지만 작품을 만나본 적은 없더군요.. 결론적으로 이 양반 대단히 유명한 사람입디다... 작가가 살았을 당시의 일본의 사회는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패전후의 힘겨운 사회속에서 한국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경제적으로 반사이익을 엄청나게 얻게 되죠, 이로 인해 일본은 생각보다 빠르게 복구가 되면서 이에 따른 젊은세대의 사회적 활동이 자유롭고 생각의 공간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전쟁의 후유증과 패전후의 불만들이 극우로 성장하고 공산주의적 사상이 사회를 뒤흔들기도 하고 또다른 민족주의적 사고가 극우와 뭉쳐 정치적 성향이 강해진 측면도 보입니다.. 그 중심에 미시마 유키오라는 뛰어난 작가가 그의 사상적 의도로 자신의 최후를 할복이라는 극악스러운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준 작품 '목숨을 팝니다'는 그런 그의 사상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게 와닿는 좋은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4. 이 작품은 수차례 노벨문학상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뛰어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편안하면서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삶과 그 내면에 대한 황당한 유머와 그 의도가 짙게 깔린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지않을까 싶네요..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고, 굳이 뭔가 예술적 감응을 이끌어내는 그런 장치가 없는 것도 매력입니다... 소재와 그 서사의 참신함이 오히려 독자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장르소설로서의 흥미를 가득채운 재미진 작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모든 에피소드는 이어져있지만 각각의 상황들이 주는 서사들은 황당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독자들의 가독성을 이끌어내는 매력이 가득합니다.. 이 작품 '목숨을 팝니다'는 어떠한 정치적 성향이나 극우적 판단들이 소설속에서 사상적 검증을 이끌어내고자하는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죽길 원하는 한 남자의 삶에 대한 허허로움을 주제로 이러한 그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에 집중하고 있죠... 그 모든 서사의 중심은 인간관계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5. 하지만 후반부에 들어서면 하니오라는 인물의 성향과 그가 의도했던 상황들이 조금씩 틀어지면서 그가 감정선과 그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서사의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하죠... 하지만 그 내막과 반전의 이야기가 조금은 뜬금없는 상황이라는 황당함이 있습니다.. 물론 그가 가진 사상적 의도가 어느정도 감지되는 부분도 없진 않지만 초중반부의 인간의 내면과 그 주변의 상황적 흐름이 보다 탐미적이고 감정적 농밀도가 강했다고 하면 후반부는 너무 빠르게 변화된 느낌이 생기더군요... 흐름에 따라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변화시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벌어지는 상황들은 조금 어이가없을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마무리의 오픈된 결말의 의도는 아시잖아요, 큰일을 시원하고 행복하고 보고나서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않은 찜찜함같은 너낌적인 느낌이랄까요, 아님 말고...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목숨을 팝니다'는 전반적으로 아주 신선하고 창의적인 소재와 내용으로 진행된 점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위트넘치고 유머러스한 상황적 반전과 인물들의 특성들이 주는 매력도 시너지가 되죠, 크게 과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의도를 똑똑하게 드러내는 작가의 의도는 굳이 인상쓰고 내용을 파악하려는 그런 어려운 작품이 아니라도 충분히 즐거울수 있습니다... 비교하기는 그러하지만 전혀 그 내용과 작가의 의도를 모르겠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읽어볼작시면 잘 읽히잖아요, 뭔가 있는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똑똑한 느낌이 들면서 작가가 하고자하는 의도가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와서 박히는 그런 자연스러운 독서의 즐거움, 그러니 이러한 작가들이 노벨문학상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로서의 필력보다는 정치적이고 사상적인 이슈가 더 크게 부각된 미시마 작가지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극악적인 방법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작가이니 더 많은 작품을 볼 수없는 아쉬움은 있겠지만, 이 작품으로 그의 어느정도의 작가적 면모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이 아니었나 싶네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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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르의 거미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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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릴 적 거미를 하도 많이 보고 자라서 그런 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거미가 주는 공포감이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아이가 펜션에 놀러가서 거미를 보고 놀라는 모습을 보고는 저도 조금 당황한 기억이 있네요... 오래된 나무 사이에 거미줄을 치고 앉아있는 거미였는데 제가 봐도 엄청나게 큰 형체였습니다... 아이는 신기해서 거미줄을 건드려보니 거미가 꿈틀거리며 밑으로 뚝 떨어져 아이의 옷에 붙어버린거죠, 아이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린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 아이는 지금 성인이 되었는데도 거미만 보면 놀라고 기겁을 하곤 합니다... 어릴적 트라우마가 평생 가는 모냥입니다.. 물론 저 역시 쥐를 보면 똑같은 반응을 보이지만요... 저희가 어릴 적에는 쥐를 잡아서 꼬리를 잘라 학교에 가져가던 시절도 있었으니까요... 세월 참..


    2. 소설의 시작은 과거 제물로 바쳐진 한 여성 아이에 대한 이야기로 이 소설이 보여주고자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합니다... 하루라는 아이는 한 지역의 촌장의 꼬드김으로 시집을 가게되고 그 시집을 간 촌장의 동네에서는 하루를 숲의 신에게 재물로 바칩니다.. 그리고 하루는 자신이 제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도망치다 한 동굴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신을 마주하게 되죠, 그리고 현재의 홋카이도가 등장합니다... 황천의 숲 인근에서 공사인부들이 무엇인가에 처참하게 살육된 것을 발견하게 되고, 이는 홋카이도에서 살아가는 위험한 불곰의 소행으로 판단한 경찰은 불곰을 쫓게 됩니다.. 그리고 황천의 숲으로 들어가죠, 이 와중에 소설의 주인공인 사하라 아카네는 외과의사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지만 7년전 아카네 역시 황천의 숲 근처 별장에서 실종된 가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살육사건이 자신의 가족의 실종사건과 연관성이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불곰수색작전에 참여하게 되죠.. 그리고 누군가를 발견하게 되고 그로 인해 끔찍한 공포와 마주하게 되면서 소설은 파국으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3. 뭐랄까요, 이 작품은 흔한 헐리우드의 생물학 호러적 개념의 영화를 한편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물론 일본작품이다보니 일본의 신화적 미신등이 혼합된 스토리라인이 조금 더 매력적인 의미로다가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B급 헐리우드 괴기호러영화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거미에서 비롯된 신화적 존재의 생물학적 정체성을 파헤치고 일본이 가진 지역색을 덧붙인 현실적 상황과 맞물려 그려낸 호러 서스펜스라고 보시면 딱 그 느낌 그대로이실거라고 생각합니다.. 홋카이도 지역의 깊은 산속 금기의 장소인 황천의 숲이라는 곳 주변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과 실종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외과의사입니다.. 이정도면 대강 전반적인 상황이 다 이해가시리라 여겨집니다..


    4. 하지만 생물학적 영역속에서 유전자적 변형이라던가 뭐 이런 현실적 검증이 가미된 사실적 기반을 중심으로 신화적 판타지를 추가한 부분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나 일본스러운 미신적 의미를 소설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내면서 상황을 이끌어나가는 스토리라인은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만, 우리가 그 공감을 함께 나누기에는 조금 부족하거나 과한 느낌이 있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로테스크하고 마지막 혈전을 펼치는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입체감은 아주 뛰어난 반면 어색한 생물학적 변형이나 흔한 괴기적 형태의 신화적 존재의 입체감은 어디에선가 본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죠, 그리고 후반부에서 보여지는 반전의 느낌은 전혀 창의적이거나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분명히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여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속에서 초반 불곰의 존재를 쫓는 사냥꾼의 시선속에서 보여주는 긴장감이나 의사로서의 아키네가 보여주는 의학적 기반을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같은 부분은 미스테리로서의 이 작품이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충분히 합니다.. 또한 후반부에 휘몰아치는 토속 신화속의 존재와 마주하는 상황들이 펼쳐내는 공포감과 그 살육의 묘사는 아주 뛰어나다는 것도 외면할 수 없는 즐거움이기도 하구요, 호러 소설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느낌 그대로 이 작품이 그리고자하는 바를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여름 즐길 수 있는 대중장르소설의 작가의 의도는 잘 이루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흔한 B급 헐리우드판 소설이나 영화속에서의 흔한 설정보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미신적 토테미즘등을 복합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 "이메르의 거미" 또는 원제인 '요모쓰이쿠사'라는 제목이 주는 일본스러운 감성의 매력은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제는 잊혀져가는 납량특집같은 작품이었습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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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확장자들
김아직 외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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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실의 삶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비루함을 느끼는 나이가 되어버리면 여러가지로 우울한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특히나 중년의 나이가 되어 아는 이, 친한 이로부터 인간적인 배신이나 멸시를 받게 되거나 이기적인 자기의 시선이 옳다는 방식으로 타인을 몰아가는 것을 보게되면 더욱더 살아온 나의 인생이 허허롭게 느껴지곤 한다. 나름 제대로 된 인생이었고 누구보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가족과 주변인들을 위해 개인적인 배려가 있었을지언정 결국 남는 것은 나 하나라는 것이라는 자괴감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감정에 부딪히곤 한다... 그게 바로 갱년기의 가장 밑바닥에 깔린 자신에 대한 그리고 타인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중년의 삶은 위험하다... 일탈과 탈선의 유혹이 그들을 잠식하지않게 붙잡아놓을 필요가 있다. 이런 중년 인생의 클리셰에서 우린 알아야된다... 이미 당신들이 모르는 사이 탈선과 일탈의 경험이 무지하게 많을 수 있다는 사실.... 단지 아닌 척 할 뿐.... 모든 진실은 항상 거짓속에 숨겨져 있을 수도... 아님 말고

  

   2. 클리셰라는 의미는 뭔가 예측 가능한 진행의 진부함과 전형적인 흐름의 진행이라고 보면 어떨까, 우리네 인생살이가 그러하지 않은가, 고로 인생 패턴의 고착화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삶속에서 그나마 위안이라고 느끼는 것이 대체인생의 목도나 이야기들이 아닐까, 누군가의 일탈적인 삶과 그들의 비현실적인 인생풍파에 우린 귀를 기울이고 흥미롭게 지켜보곤 한다. 그 한 측면에 소설이라는 장르가 존재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수많은 장르소설의 전형적인 서사와 그 결과론적 이야기의 방식에 지겨워진 독자들에게 뭔가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존재하는 미디어가 있다면 찬사를 아끼지 않는 이유도 아마 이러한 인간의 확장적 기대감에서 나오는 것일게다.. 그러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의도에서 몇몇 작가들이 모여서 앤솔러지 작품을 출간했나보다..

 

   3. 다섯명의 작가가 참여한 "클리셰:확장자들"은 전형적인 서사의 방식의 틀을 깨고 나름의 창의성을 전제로 그 의도를 비틀어버리고자 한 내용으로 중편들을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대체적으로 작가들은 국내 장르소설 시장에서 방구깨나 끼시는 분들이시고 나름 독자층이 확보되어있는 분들이시니 서사나 문장력은 어느정도 인정받는 분들이시라 할 수 있겠다.. 각 작가분들의 작품에 대한 줄거리는 넘기자... 김아직 작가의 시골마을 연쇄살인을 다룬 탐정소설도 나쁘지 않았고 박하익 작가의 기자 캐릭터를 내세워 외면적으로 보여지는 인간의 실체에 대한 탐구적 탐정소설의 방식도 좋았고, 송시우 작가의 대단히 일상적이지만 즐겁게 사건을 쫓아갈 수있는 이야기의 흐름도 좋았고 정명섭 작가의 셜록 홈즈의 오마주 뱀파이어 디스토피아 소설도 생경하지만 매력적이었고 최혁곤 작가의 오랫동안 숨겨온 인간의 추억과 그 내면의 악의를 드러내는 방식의 재미진 캐릭터들의 서사도 즐거웠다.

 

   4. 다만 이 모든 작품들의 주제에 걸맞은 클리셰의 확장적 영역에서 그들이 보여주고자한 전형적인 서사에 대한 장르의 틀에 대한 반항적 의도 및 뒤틀림은 무지한 독자로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않았다... 중편의 짧은 단막극의 형태로 이어진 기준에서 볼때 뭔가 반전의 반전의 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장된 서사의 흐름의 변칙성을 느낄 수 있을만큼의 인식이라도 있었다면 좋으려만, 개인적으로는 모든 작품들이 그런 작품의 컨셉에는 부합되지 않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전형적인 결말의 흐름이 어떤 것인 지 말로는 설명하지 못해도 대강 인식은 하는 바, 뭔가 흔한 전형적 결말의 내용에 뒤틀림을 주었다고 여겨지지만 그게 독특하게 이번 앤솔러지에 강조가 되어 뭔가 강렬한 클리셰의 파괴를 느낄 수 있었느냐라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각각의 작품들은 재미는 있으되 그 클리셰가 추측과 기대와 반전에 대한 작가의 의도에 따른 확장의 영역에서 매력적으로 이야기를 노닥거리면서 독자들을 농락하진 못했다는 느낌이 들더만, 아님 말고,

 

   5. 하지만 그동안의 국내 작품들이 보여주었던 작품적 전형성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는 독자로서 이러한 시도는 자꾸 이루어져야되고, 무엇보다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웹툰이나 그런 작품들이 보여주는 서사적 이야기와 함께 시각적 다양성이 주는 매력에 국내 소설이 아직까지는 따라잡기가 어려운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만화성이 주는 멀티미디어적 감성과 이해도에 비해 문장으로 엮어진 소설의 문자의 입체감이 따라가질 못하는건가는 의구심도 많이 들었던 일개 독자의 생각으로서 단순하게 글의 영역에서 문장에 그리고 재미에 집착하기보다는 전형적이고 일반적인 캐릭터성보다는 보다 다양한 캐릭터들과 전형적이지 않고 서사의 변칙성에 어느정도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작품적 이야기도 이번 작품들의 방식을 중심으로 더 많이 보여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앤솔러지의 작가들의 초창기 작품들이 그러한 매력들이 넘쳤듯이 말이지...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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