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릭 게임
데릭 테일러 켄트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1. 요즘도 그런 행사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어릴때에는 지역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라디엔티어링이라는 대회가 자주 벌어지곤 했습니다.. 가족들이나 학생들이 라디오에서 보물찾기처럼 퀴즈를 내어 정해진 장소에서 문제를 풀고 나면 그 다음 장소로 이동하면서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일종의 걷기대회의 이벤트정도 될겝니다.. 몇번 참여도 해본 기억도 나구요, 수백, 수천명이 모여서 경쟁을 하다보니 늦을까봐 발빠르게 움직이고 가능하면 퀴즈을 잘 푸는 사람이 있으면 빠르게 앞서나갈까 싶어 공부 잘하는 이웃집 형을 꼭 데려갈려고 했던 기억도 나구요, 물론 퀴즈는 어린 저조차도 맞출 수 있는 평이한 퀴즈였던지라 기동력이 빠른 사람들이 우승하는 뭐 그런 이벤트였습니다.. 재미있죠, 언제나 뭔가를 하나씩 밝혀나가며 이뤄나가는 즐거움은 엄청난 희열을 느끼게 해줍니다.. 지금은 종방이 된 무한도전도 그러한 설정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곤 했던 기억도 나구요, 경쟁과 눈치와 재치가 가득한 그런 것들 말입니다.. 근데 나이가 들고 가족의 중심이 예전과는 달라져 개인적 휴식이나 힐링에 더 중점을 두는 스타일이 강한 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참가하는 행사나 이벤트에 큰 관심을 가지지 못하게 되는군요, 어린시절 제가 기억하는 그런 즐거움을 아이들도 느껴보면 좋을텐데 말이죠, 역시 독서란 좋은겁니다.. 이렇게 또 좋은 일들을 할 기회를 만들어주니, 책 마이 봅시다...


    2. 영화를 좋아하지만 분석을 하거나 내용의 많은 부분에 대한 집중이 높은 편은 아니에요, 재미와 즐거움과 감흥과 공감과 감성을 중심으로 책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다를 바 없는 직접적인 입체적 감정을 전달받는 것을 좋아하죠, 그렇다보니 어렵고 클래식하고 뭔가 심오한 메티포가 가미된 그런 미장센이나 영상기법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이 그냥저냥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영화를 많이 봅니다.. 스탠리 큐브릭이라는 아주 위대한 영화감독의 영화는 나름 젊은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봐야되는 조금은 고급스러운 작품들이라 남들처럼 타임지는 못들고 댕길지언정 어디가서 큐브릭 영화 몇편은 봤다는 이야기를 하는게 조금은 있어보이는 관계로다가 몇몇편을 보고 그냥저냥 내용만 파악하곤 했습니다.. 대단히 이미지적으로 파격적인 인식을 안겨준 영화들의 장면들이 아직도 머리속에 떠오르곤 합니다.. 시계태엽 오렌지의 춤이 그랬고,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유인원도 그러했고 풀 메탈 쟈켓의 고함소리가 그러했고 샤이닝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즈 와이드 샷의 베네치아 가면이 그러헀습니다.. 의도했던 그러지 않았던 큐브릭은 그런 이미지의 잔향을 오랫동안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게 만드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작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그의 위대한 작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설정의 허구성을 중심으로 한 매력적인 미스터리스릴러를 이번에 만났습니다.. 큐브릭을 알고 보면 더욱 즐거울 것이고 그를 모르면 이번에 알게되는 계기가 될 것같은 작품 데릭 테일러 켄트의 "큐브릭 게임"입니다..


    3. 필름 보관소에서 근무하는 토니라는 사람에게 의문의 소포가 도착합니다.. 내용물을 확인한 그는 바로 그에게 미리 언질을 주었던 UCLA 영화과 교수인 마스카로에게 전달하죠, 그 소포에는 큐브릭의 친필로 써여진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한장의 사진과 함께,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는 숀 헤이건이라는 주인공이 자신의 수업을 진행하던 마스카로 교수의 눈에 띄죠, 그리고 마스카로는 숀을 자신의 교수 연구실로 불러 큐브릭이 보내온 소포에 대한 이야기를 건넵니다.. 사망한 지 15년이 지난 큐브릭의 친필 메시지에는 Q라는 인물의 정체를 밝혀 이 수수께끼를 풀길 바라는 큐브릭의 의도가 담겨져 있었죠, 숀 헤이건은 스탠리 큐브릭의 모든 작품을 수백번을 보면서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약간의 자폐증상이 있는 뛰어난 천재이죠, 그리고 그는 마스카로 교수의 요청으로 이 미스터리의 모험에 뛰어듭니다.. 단순히 자신이 애정해마지않는 큐브릭의 게임으로 들어선 숀은 새미와 윌슨이라는 친구들과 함께 미스터리 퀴즈를 풀어나갑니다.. 단순하지 않은 큐브릭의 영화속 미장센과 이미지의 은유속에서 단서를 찾아나가는 것이 쉽진 않습니다.. 그런 와중에 자신들만 이 모험에 관여된 것이 아닌 많은 참여자가 경쟁을 하며 큐브릭의 게임의 진실을 찾아나가는 것을 알게 되죠, 그 이면에는 끔찍한 의도를 가지고 이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대상들도 있습니다..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기 시작할수록 조여오는 위협의 그림자에 숀과 그의 크루들은 어떻게 대처할 지,


    4. 막 뭔가 수수께끼를 풀어가면서 진실에 한발자국 다가서는 이런 구성의 스토리는 참 재미집니다.. 분명히 그 답이 있으니 그 답을 찾아나가는 진행과정의 긴장감과 추리적 호기심이 장난아니게 독자의 집중도를 높여주죠, 시작점부터 15년 전에 돌아가신 위대한 영화감독의 이야기와 그의 숨결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은 진실찾기 게임의 구성이 독자들로 하여금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 지를 먼저 보여주고 작가는 그의 작품의 작가주의적 미장센의 여러가지를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큐브릭이 어떤 사람인 지, 이 작품을 통해서 비로서 알게되는 것 같더군요, 이 작품속의 이야기가 진실이니, 허구이니와 상관없이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속 이미지의 잔향과 그 내면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드라마틱한 즐거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큐브릭하면 함께 연관 검색어로 떠오르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률 음모설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실감나는 현실적 음모론으로서의 매력이 가득합니다.. 역시나 역사와 세계의 권력층과 관련된 음모론에서 빠지지 않는 프리메이슨과 관련된 진실게임도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나 니콜라스 케이지의 내셔널 트레져와 다르지 않습니다.. 언제나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의 음모적 이야기는 서양의 음모론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여하튼 이 작품은 영화적인 상상력과 스탠리 큐브릭의 60년대 이후의 그의 영화속 미장센속에 숨겨진 진실적 메타포에 대한 후대의 영화인들의 헌사가 담긴 작품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 헌사적 의도속에 대중적 즐거움이 가득한 어드벤쳐적 스릴러와 미스터리의 매력까지 함께하니 독자로서 아니 즐거울 수 있겠습니까,


    5. 근데 스탠리 큐브릭 작품은 대중적 호응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작품들이죠, 또한 대단히 자극적이고 현실적이면 사회비판적이고 작가주의적 의도가 짙은 아주 클래시컬한 느낌이 가득한 작품이다보니 그의 작품을 알고 또 그 작품의 내면까지 꿰뚫고 본 독자들이 과연 얼마나될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저 역시 적지 않은 큐브릭의 작품들을 봤지만 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미장센과 이미지적 추리영역의 메타포는 이해하기 어렵더라구요, 진실을 찾아내기 위한 수수께끼 풀이에 대한 작가의 구성방식도 솔직하게 잘 이해가 안가요, 그만큼 큐브릭의 영화적 세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일겝니다.. 그렇기 때문에 큐브릭에 문외한 독자들이라면 그만큼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작가가 만들어낸 퀴즈풀이의 상황과 주어지는 퀴즈의 질문들도 일반적이지는 않아서 그 의문의 해답찾기에 동참하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심지어는 주어진 질문과 관련된 영화속 진실찾기의 이야기구성은 조금은 작가의 작위적이고 자의적 상상의 해석이 그려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디다.. 원래는 작위적이든 자의적이든 작가의 의도에 따른 진실의 해석이 나쁘진 않죠, 단지 그 해석이나 진실을 독자로서 쉽게 이해하고 일반화시키지 못한다는게 문제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작가의 의도속에 현존하는 많은 영화적 배경과 인물들이 작품속에서 그대로의 이름으로 등장하는 현실감은 이 작품의 이야기가 단순한 작가의 자의적 해석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6. 현실에 버젓이 존재하는 영화를 중심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한 수수께기적 진실 찾기의 모양새를 갖춘 어드벤쳐스릴러라는 점은 많은 독자들의 즐거움을 끌어들이기에 부족함이 없구요, 그 대상이 스탠리 큐브릭이라는 역사상 가장 뛰어나면서고 괴팍한 영화감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점은 더욱 독특한 매력을 안겨줍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지적 능력이 뛰어난 큐브릭 덕후라는 한 청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어드벤쳐의 감성은 영화적 이미지와 맞닥뜨려져 매우 긴장감 넘치게 이어지고 그 상상적 모습이 머리속에서 입체적으로 그려져지는 것 같더라구요, 아마도 영화라는 매개를 중심으로 연결된 구성이 이런 장점을 주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큐브릭을 모르시는 분이시라면 이제는 알게 될 것이고 큐브릭을 아시는 분들이시라면 이제는 더 잘 알게 될 것이고 이도 저도 아닌 분들에게는 지적 미스터리가 주는 매력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한 값어치가 있어시지 싶습니다.. 다만 큐브릭도 싫고 그의 이야기도 싫고 영화는 관심없고 무엇보다 큐브릭이 내놓는 수수께끼에 별반 감흥이 안생기시는 그러니까 띠지를 보면서 궁금해하실 여유가 없으신 분들에게는 좀 많이 아쉬우실테고, 앞서 말씀드린 고급진 큐브릭의 메타포와 그 내면의 미장센의 의도에 그닥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시는 분들에게도 딱히 큰 즐거움은 없어실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그 외의 스릴러미스터리 독자분들에게는 좋은 즐거움이 있는건 사실입니다.. 저 역시 이 작품 "큐브릭 게임"에 푹 빠져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물론 기회가 된다면 큐브릭의 작품을 다시 보면서 이 작품의 내용을 제대로 다시한번 음미해보고 싶은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진짠가, 하고 말이죠,, 땡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