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앤 마더
엘리자베스 노어백 지음, 이영아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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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독후감을 쓰면서 제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보면 제 과거가 제가 읽은 작품의 이야기속에 다 담겨 있다고 볼 수도 있겠죠, 항상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러할겝니다.. 그렇다보니 과거에 언젠가 꺼낸 적이 있는 이야기가 다시 되풀이 되는 경우도 있곤 하지요, 이번에도 그러네요, 누군가를 부지불식간에 잃어버린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저의 경우는 엄마가 정확하게 인지를 못하더라구요, 잠시 일하러 나간 사이에 제가 사라진 것을 엄마는 몰랐을테니까요, 저 역시 기억이 없습니다.. 돌아가신 외삼촌께서 한잔 하시곤 늘 그 이야기를 주변에 하셨으니까요, 얼마나 놀라시고 걱정이 되셨으면 약주만 한잔 걸치시면 수시로 꺼내는 이야기가 절 잃어버린 이야기셨으니 충격이 크셨을겝니다.. 엄마는 그런 외삼촌의 이야기에 그냥 웃기만 하시죠, 엄마가 돌아왔을때는 전 잠들어 있었을테니까요, 외삼촌은 네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3킬로 가까이나 떨어진 어시장에서 우연히 경찰에 발견되어 마침 신고하자마자 그때 제가 확인되었으니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해도 아찔하시지 않았겠습니까, 저를 찾아 돌아다니는 4시간 가까이가 지옥과도 같으셨을겝니다.. 하지만 전 집으로 돌아왔죠,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의 품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왔죠, 전 전혀 기억을 못하지만, 엄마는 제대로 인식을 못하지만, 돌아가신 외삼촌은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키시며 헛웃음과 함께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듯하더라는 힘들었지만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던 그 모습과 함께 제 머리를 후두둑 털어주시던 기억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2. 세상에서 소중하지 않은 존재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자신의 아이에 대한 소중함은 굳이 말 할 필요가 없죠, 아이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그러해야하고 그게 당연합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아이들의 귀를 막게 하고 싶을 정도의 패륜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것을 봅니다.. 과거에도 그러했는 지는 모르지만 부모가 저지르는 악행이 지금 보여주는 세상속에서 얼마나 잔혹하고 비이성적인 지 제 스스로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의 삶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아이들의 삶과 인생과 그들의 모든 것에 집중하며 살아갑니다.. 전 그렇게 믿습니다.. 그러니 그러한 아이가 자신의 손에서 어느순간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상실의 고통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항상 인간에게 그러한 상실의 아픔속에서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견딤을 이끌어내죠, 잊을 수 없지만 잊지지기를 바라고 잊기를 바라지만 단지 기억속에 묻어둘 뿐인 그런 상실 말입니다.. 그런 잊지 못할 아이가 잊은 듯 감춰졌던 기억속에서 되살아나 현실속에서 자신의 눈앞에 버젓이 다가왔다고 생각해보세요, 엘리자베스 노어백은 그런 상실의 아픔과 고통으로 점철된 엄마라는 존재의 삶과 심리와 그 극단적 집착에 대한 이야기를 대단히 심도깊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라졌던 아이의 입장도 마찬가지구요, "마더 앤 마더"입니다.. 세 여인의 시선과 심리속에서 드러나는 진실의 이야기는 어떨까요,


    3. 스텔라는 심리 치료사입니다.. 과거 그녀는 어린시절 우연히 생긴 아이를 낳았죠, 어린 나이에도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선물에 힘겹지만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시련은 자신의 아이를 잃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바닷가에서 잠시 눈을 뗀 순간 유모차에 있던 아이가 사라졌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아이가 사라진 것에 안타까워했지만 찾지 못한 아이는 죽음으로 귀결되어버렸죠, 그렇게 스텔라의 아이 알리스는 세상속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런 알리스가 지금 그녀의 눈앞에 상담을 받으러 왔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이사벨이라 한 여대생이 자신을 찾아오고 그런 그녀의 이야기와 모습에 스텔라는 이사벨이 과거 잃어버린 자신의 아이 알리스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알리스를 잃어버리고 큰 상실감에 정신을 놓아버렸던 스텔라의 말을 어는 누구도 믿어주진 않을 듯 합니다.. 심지어 현재 스텔라는 자신만을 바라보고 사랑이 가득한 헨리크라는 남편과 열세살의 밀로라는 아들을 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스텔라는 이사벨의 모습과 행동에서 자신의 아이라는 직감을 가지고 그 진실에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이사벨은 엄마인 세르스틴의 집착과 과한 사랑의 강요속에서 벗어나 스톡홀름에서 혼자 살아가죠, 자신이 누구보다 가까웠던 아빠가 돌아가시면서 자신의 아빠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엄마에게서 들은 후 이사벨 역시 엄청난 상실감에 빠집니다.. 그리고 어린시절부터 자신에게 엄마로서 집착한 세르스틴에 대한 반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시작하자 심리 치료를 받기 위해 스텔라를 찾아간 것이죠, 이렇게 그들은 혹시라도 맞을 지도 모를 모녀의 끈이 있는 지 의심하게 됩니다.. 이런 이들을 바라보는 세르스틴은 자신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아이인 이사벨이 조금씩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심정을 느끼게 되고 그런 상실감으로 또다른 고민에 빠지게 되죠, 이들은 과연 어떤 진실을 드러낼까요, 엄마와 엄마.. 그리고 그들의 아이가 보여주는 진실은 과연,


    4. 세명의 여성의 시점으로 아주 짧은 상황적 연결을 이어갑니다.. 각각의 인물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한 각자의 시선을 담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동일한 상황에서 누군가의 심리와 그 생각의 의도가 어떠한 지 알게되는 흥미로운 설정입죠, 시작점부터 이 작품의 의도가 깊게 깔려 있습니다.. 한 여성과 한 심리학자의 연결속에서 이들이 어떤 이유로 이러한 심리적 변화를 가지게 되었는가를 아주 재미지게 그려냅니다.. 특히나 주인공의 설정으로 보여지는 스텔라라는 한 여성의 심리적 묘사는 대단히 농밀하고 문장문장속에 담겨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방법론은 이 작품을 읽는 독자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죠, 앞서 말씀드린 아이를 잃은 부모로서의 감성적 혼란과 그 극단적 집착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누구라도 이해하게끔 작가는 독자들의 감성과 긴장적 의구심을 끌어들입니다.. 처음부터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 지 알게되는 단순한 호기심에 대한 집중도가 아주 뛰어나는 것이죠, 그리고 이에 대한 또 다른 대척점의 여성이 등장하고 그리고 이들의 중간자인 딸이 상황을 전개하는 매개로 이들의 이야기에 가장 중요한 심리적 불안을 가미시켜줍니다.. 각각의 인물이 그려내는 그들만의 심리적 불안과 상황적 혼란들이 그 자체만으로도 독자들에 느낄 수 있는 최상의 긴장적 압박감을 전달해주는 매력이 뛰어난 작품이네요,


    5. 하지만 이 각각의 심리적 묘사와 이야기의 흐름에 대해서 가장 기본적인 전제의 의구심 - 과연 이 어린 여성이 내 딸인가 - 은 어떻게할 수가 없습니다.. 부모로서 자식을 알아보고 그 자식이 자신에게 다가온 부분에 대한 상황과 무엇보다 또다른 부모로서의 제목과 상응하는 엄마대 엄마의 연결과 그 대결의 양상을 비롯한 인물들 각자가 자신의 심리와 상황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 한결같습니다.. 저로서는 시작부터 이 작품의 의도와 그 진행방향의 설정이 어떠할 지 대강 파악이 되었음에도 후반부로 이어지기까지 이들이 보여주는 심리적 불안과 상황적 혼란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지리해보였습니다.. 특히나 스텔라의 상황이 이 작품의 중점적 설정임에도 그녀가 보여주는 대단히 혼란스럽고 압박감이 심각한 심리적 표현은 챕터의 연결에 중언부언의 느낌마저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잘나가는 작가님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부분은 독자로서 해서는 안될 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여하튼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첫작품으로서의 설정과 그 구도에 대한 칭찬, 무엇보다 각각의 인물이 보여주는 심리적 묘사에 대한 상황적 공감은 충분히 멋졌으나 전반적인 스토리의 구성이나 인물들이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행동과 그 심리적 반복됨이나 전반적인 긴장감의 주체가 되는 스텔라의 시점에 비해 이 작품의 성향적 흐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설정인 세르스틴이라는 인물에 대한 아쉬움등은 작가님의 첫작품이라는 생각에 대해 아, 그렇구나,,,, 처음이구나라는 인식이 더 들더라구요, 처음이니 각각의 인물들이 조금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었구나.. 라는게 어설픈 독자의 독후변이었습니다.. 또한 제가 읽어본 몇몇의 북유럽의 여성작가의 심리스릴러의 관점이나 성향이나 작품의 느낌이 대체적으로 비슷하게 다가와서 이 작품만의 변별점을 찾아내지 못해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중적 감성의 느낌으로서는 충분히 즐거워하실 분들도 계시지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작가가 보여주는 인물적 공감은 충분히 매력적이니까요, 아님 말고


    6. 심리 스릴러가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즐거움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하나의 상황에 놓인 세명의 연결고리의 인물을 내세워 각자의 상황에 맞는 심리적 긴장감과 그 혼란적 상황을 대단히 농밀하게 그려내는 작품이라 독자로서 그 집중도과 가독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저 역시 투덜투덜대며 위의 단점을 이야기했지만 실상 읽고 즐기는 가독성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작품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이러한 설정을 중심으로 영화적 이미지를 덧씌운다면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하는 느낌마저 듭니다.. 작가가 그려내는 각각의 인물들의 심리와 그 연결구도가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에 심리스릴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상황적 이야기로서 연기가 뛰어난 여배우들의 열연이면 그 느낌이 충분히 살아날 듯 싶은 그런 작품이죠, 무난한 작품이고 상황이 주는 스토리의 즐거움이 가득한 읽기 편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스웨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니만큼 그 을씨년스러운 감성적 기운은 더할 나위 없는 배경적 요소가 되어버리죠, 북유럽작품의 심리스릴러의 성향은 대체적(?!)으로 좋습니다.. 이쪽 분들이 이러한 감각적 심리의 대중소설의 집필에 일가견이 있어신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제목을 저렇게 정하지말고 원제대로 '넌 내꺼얌', 이런 느낌이 오히려 더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다음작품에 대한 기대를 조금 해봅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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