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드러머 걸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4
존 르 카레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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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꺼운 책은 읽다보면 잡생각이 더 많이 들더만,

    그렇게 많은 책을 읽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 주 1권정도는 읽어내는 독자의 입장에서 가독성이 뛰어나서 펼치자마자 금방 마무리를 하는 책도 있는 반면 읽어도 읽어도 그자리에서 맴도는 맴맴 책도 많습니다.. 대체적으로 맴맴 책의 경우는 대다수가 재미가 없다라는 판정을 받고 가능하면 중간 생략 한 문장 건너 다음 문장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경향도 짙습니다.. 그냥 대략적인 줄거리와 마무리만 하면 아하, 이 작품은 이렇게 끝내는구나라는 나름의 판단이 그려지니까 말이죠.. 그런데도 우낀게 아주 난독증을 심하게 불러 일으키는 그런 작품들중에서도 끈질기게 집중시켜주는 이율배반적인 작품들을 한번씩 만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생각이 여러갈래로 빠져나가는 어려움은 난독증의 기본적인 습성이니 오랫동안 책을 잡고 있을 수 밖에요,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이런, 내가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제법 괜찮은 느낌입니다..

 

2. 말인즉슨 그런 작품을 읽었다는 이야기일진데 어떤 책이길래,

    존 르 카레 할배의 작품입니다.. 까레옹의 작품은 한 작품이라도 읽어보신 분들은 아마 상당한 공감을 가지실 분들도 계시지 싶습니다.. 물론 제가 일반적이면서도 아주 얄팍한 독서를 선호하는 대중독자임을 기준으로 볼때의 이야기입니다.. 이 할배의 작품은 아주 꼼꼼시럽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묘사가 뛰어나다는 전문적인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한문장의 행을 읽어나가는게 상당히 더딜 수 밖에 없습니다.. 까레 할배의 작품들은 죄다 스파이물인 듯 합니다... 60년대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꾸준히 발기 찬 스파이보다는 진중하고 현실적이고 인간인 직업 스파이들의 모습들을 리얼하게 보여준다는 평을 많이 받는 노 작가님이시죠... 한마디로 스파이소설의 위대한 밴드마스터 그랜드파덜이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제가 읽은 작품은 그 수많은 대단한 작품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찬사를 받았다는 작품인거지요...80년 초반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안타까운 스파이의 모습을 다룬 작품입니다.. 제목도 기똥찹니다.."리틀 드러머 걸" 쪼맨한 북치는 소녀의 아픔에 찬사를..

 

3. 두껍다니 간단하게 줄거리만이라도 읊어보리다,

    일단 이 작품의 줄거리를 이야기하기 전에 일반적인 역사 공부 최큼해봅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현재에도 그렇고 이전에도 그렇고 분쟁으로 피로 물든 지역을 서로 나눠서 살아가는 아픔을 간직한 민족들입니다.. 애초의 유대인의 땅이었던 예루살렘으로 불리우는 이스라엘의 영토는 유대인이 삶이 자신의 영토에서 쫓겨난 이후로 수천년동안 팔레스타인의 영토였죠.. 그런 그들의 역사적 땅에 유대인은 돌아가고자 하지만 팔레스타인 민족은 인정하질 않습니다.. 하지만 유대인으로 대표되는 전세계의 경제력과 나름의 권력을 가진 이스라엘을 표방한 국가와 오랫동안 자신의 땅으로 여기며 살아온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한 지역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80년 초 팔레스타인의 테러로 인한 이스라엘 국민이 죽음을 당한 사건으로 말미암아 테러사건의 배후에 숨겨진 지도자를 찾아내기 위한 스파이작전을 다룬 작품입니다.. 눈에 보이는 테러리스트들은 일부의 행동대원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스라엘 정보부의 쿠르츠라는 인물은 그 배후를 파고들기 위해 완벽한 첩보작전을 만들어냅니다.. 일종의 미인계를 이용한 상황적 역추적의 방법으로 테러리스트를 처단하고자 합니다.. 그 중심으로 지목된 스파이의 이름은 찰리입니다.. 연극배우인 찰리는 이 모든 스파이 계획을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선정되어 일명 요제프라고 불리우는 가디 베커라는 요원의 투입으로 실질적인 스파이작전이 수행됩니다.. 찰리는 요제프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 그녀는 그를 위해, 자신을 스파이로서 바꿔 나갑니다.. 완벽한 작전 수행을 위한 기본적인 세뇌교육과 유기적 인과관계를 모두 섭렵하고 그녀만의 스파이의 무대로 그녀는 올라서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가 생각하는 것 만큼 간단하질 않죠... 찰리는 요제프를 통해 이스라엘의 고민과 팔레스타인의 아픔을 동시에 느끼면서 수많은 고통을 동시다발적으로 겪게 되면서 그녀가 행하는 스파이의 길은 끝없는 미로처럼 어지러워집니다..

 

4. 줄거리가 더 어려워뵈더라도 이해하시구요,

    카레 할배의 작품속의 스파이들은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일반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사회속에서 숨겨진 스파이적 업무를 행하는 인물들임을 보여주죠.. 물론 일반적인 직종은 아니니 나름의 애국심과 드러내지 못하는 아픔과 사회적으로 인식되지 않을 숨겨진 진실에 대한 고통을 그대로 간직하는 인간들임을 중요한 심리적 묘사로 전달해줍니다.. 특히나 노년의 스파이들아나 정적으로 심리적이고 직업적인 스파이의 업무를 진행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절절하게 그려내는 탁월한 묘사력을 카레 할아버지는 발표하시는 소설마다 보여주시는 겁니다.. 이런 할배만의 능력 때문에 아무래도 카레옹의 작품들이 영화화가 많이 되어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것이 소설속에 그대로 이미지적으로나 영상적 묘사로 드러나기 때문에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표현적 느낌이 뛰어난 작품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이번에는 그 중심에 찰리라는 여배우를 두셨네요.. 그녀가 일반적인 진보성향의 여배우의 입장에서 두 나라의 아픔을 동시에 겪게 되는 스파이로서 변해가는 모습 하나하나를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리얼하게, 심리적인 묘사까지 꼼꼼하고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이 작품은 마음먹고 문장 한줄한줄 읽어내려갈 수만 있다면 엄청난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5. 그래도 또 할 말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서 첨언을 최큼 더,

    말씀드린대로 이 작품의 주인공은 찰리라는 여배우입니다.. 작품의 중후반부로 가면 이 찰리라는 여주인공의 모습에서 모든 것이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 눈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의 집중적 재미가 있긴 합니다.. 여하튼 찰리는 미모의 스파이인거죠.. 그리고 그녀가 스파이가 되게끔 만들어가는 이스라엘 정보부의 요제프라는이름으로 불리우는 가디 베커라는 요원이 중심이 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스파이소설이기도 하면서 사랑을 다룬 로맨스 소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느낌은 아주 메마르고 퍼석거리는 중동의 모래바람같은 건조함을 담은 아픔의 사랑이어서 더욱 더 가슴이 시린 느낌이 듭니다.. 작품은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스파이적 역할을 가져다 쓰고 있지만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질 않습니다.. 현재의 모습이나 이 작품속의 80년대의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세상의 강자의 역할을 지니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여전히 테러리스트와 폭력적 조직으로 보여질 뿐이죠.. 하지만 카레 할배는 그 내면에 숨겨진 아픔과 좌절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찰리로 하여금, 요제프로 하여금 그 아픔의 총알받이를 만들어 독자들에게 존 르 카레식의 먹먹함을 표현해내고 있는 겁니다.. 이런 구차한 저의 독후감의 이야기는 어쨌거나 부디 읽어보시기 전에는 이해하시기 어려우실 듯 합니다..

 

6. 아따, 한 말 또하고 죄송요, 이제 정리해볼께요,

    존 르 카페 특유의 더딘 읽기는 그대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문장들의 이음이나 번역된 내용들이 안그래도 읽기 힘든 할배의 작품을 조금 더 읽기 어렵게 구성이 된 것 같아 눈이 고생을 좀 하다보니 집중이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만, 시간을 두고 꼼꼼히 읽어내려가실 여유가 있으시거나 그런 작품적 유형을 선호하시는 독자분들에게는 아주 좋은 시간을 보장해 줄 뛰어난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의 묘사와 진행방법인지라 제대로만 집중한다면 대단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지 싶습니다.. 사실 전 한달동안 끊기와 읽기를 반복하며 이어온 얄팍한 독자이지만 부디 진중한 독자분들께서는 꼼꼼히 문장을 하나하나 눈으로 거둬내보시면 아마도 마무리하실때에는 그 즐거움이 배가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확실한 건 두꺼운 분량임에도 내용도 진중하고 문장들도 꽉꽉 들어차서 무게감이 백과사전마냥 묵직하다는 사실은 미리 짐작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디 한손으로 들고 읽지는 마시길,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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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19-05-03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는 끝까지 읽는데 성공했는데 팅커테일러는 중간에 포기한 적이 있어서 이 책 현재 도서관에 예약해뒀는데 역시나 살짝 부담스럽네요 .고생의 배가 되는 즐거움을 믿고 읽어봐야겠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움마다 2019-05-03 18:04   좋아요 0 | URL
보잘 것 없는 독후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리고 이 분 작품은 언제나 힘들죠, 문장을 읽다가 생각이 다른데로 쏠리기 일쑤구요, 몇장 읽고나면 다시 앞으로 가기도 수십번, 그래도 다 읽고나면 보람차고 뿌듯하죠, 힘겹게 등산하고 정상에 오른 것처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