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
마스다 타다노리 지음,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자신의 과오가 부메랑이 되어 다시 자신에게 돌아와 끔찍한 악몽같은 일들을 선사하는 이야기 네 편을 만났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이지만, 읽는 동안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몸이 흠칫 떨렸다.

-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

우연히 어떤 사람의 투신자살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 사이키는, 투신을 머뭇거리는 사람에게 악의에 가득찬 말들을 하는 사람들의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도 "후딱 뛰어내려"라는 말을 내뱉게 된다. 그 후 그 사람은 결국 투신하고 구경하던 대다수의 구경꾼은 그제서야 상황의 중대함과 심각성을 깨닫고 자리를 급하게 뜬다. 이 사건으로 누군가가 사이키의 딸을 유괴하고, 사이키에게 이상한 제안을 한다.

(p. 29)

저는 그저 사이키 씨에게 알려드리고 싶을 뿐이에요. 궁지에 몰린 인간이 맛보는 분노와 슬픔, 그리고 공포를요.

- 밤에 깨어나

묻지마 습격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처음에는 날붙이로 여성의 상의와 치마를 잘랐지만 이내 피해자가 부상을 입었고, 그 후로는 매번 피해자에게 부상을 입힌다.

다카하시는 밤낮이 바뀐 생활, 범인과 유사한 외모 때문에 범인으로 의심받고, 설상가상으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성에게도 의심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자경단은 다카하시를 밤낮으로 감시하고 억울하고 화가 난 다카하시는 그들을 골려주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은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밝혀지는 묻지마 사건의 범인의 정체는 놀라웠다.

- 복수의 꽃은 시들지 않는다

사와이 주변에 최근에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자신의 가족을 노리는 듯한 일련의 사건을 보며 사와이는 과거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떠올린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왕따를 당했던 하야카와를 사와이를 포함한 몇 명이 누명을 씌웠고, 하야카와는 자살했다. 그리고 하야카와의 장례식에서 하야카와의 외삼촌은 그들에게 대갚음을 하겠다고 경고했던 것이다.

(p. 170)

기다려라. 내게 지켜야 할 것이 없어졌을 때, 그리고 너희에게 지켜야 할 것이 생겼을 때, 반드시 빼앗으러 가겠어. 몇년 후가 될지는 몰라. 하지만 잊지 마라. 내가 너희 앞에서 한 맹세를.                           

 

- 계단실의 여왕

마사미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으로 내려가다 쓰러진 여자를 발견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119를 부르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 것에 대해 귀찮아하고 짜증나한다. 거기다 모르는 여자라고 생각했던 여자가 평소에 자신을 하찮게 여기고 외면하던 같은 층의 여자라는 걸 알고는 더더욱 구해주지 않겠다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그렇게 머뭇거리는 동안 누군가 계단을 이용해 아래층으로 조금씩 내려오고, 마사미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건물 밖으로 나왔지만 금방 어떤 남자에게 붙잡히고, 어쩔 수 없이 다시 아파트의 계단으로 돌아간다. 일이 꼬이고 남자는 쓰러진 여자를 민 것이 마사미라며 그녀를 의심한다. 그녀의 선택은?

(p. 220)

요컨대 나는 남에게 떠넘기고 싶은 것이다. 전화 한 통이면 끝나지만 누가 대신해준다면 그게 최고다. 무엇보다 생판 처음 보는 남을 위해 왜 내가 고생해야 한단 말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귀찮다.

절망적이었다. 불운하게도 여자를 발견한 것이 몹시 짜증났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누군가를 직접적으로 죽이거나 때리거나 하는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완전히 잘못이 없다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사이키는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분위기에 휩쓸려 자살을 부추기는 말을 잠깐이지만 악의적으로 내뱉었고, 다카하시는 어떤 실수나 부주의로 오해받은 상황을 인정하지 못하고 위해를 가할 듯한 행동을 하고, 계획적으로 누군가를 골탕먹였다. 사와이는 하야카와를 죽음으로 몬 원인을 제공했지만, 스스로는 크게 잘못했다라고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마사미는 위험에 빠진 사람을 바로 구조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다. 그저 귀찮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들은 어쩌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야기를 다 읽어 본 우리라면 그 반문은 변명일 뿐이라고 분명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자업자득이고, 마땅한 인과응보라고 말이다.

작가는 첫번째 이야기인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으로 소설추리신인상을 수상하고, 수상작이 수록된 이번 책으로 데뷔했다라고 한다. 신인작가의 이야기임에도 그 안에 깃든 의미가 결코 작지 않았고, 일상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라 서늘한 느낌마저 들었다.

작가의 다음 이야기도 이만큼 의미있고 인상적인 이야기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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