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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박물관 - 즐거운 역사 체험 ㅣ 어린이 박물관 6
국립중앙박물관 엮음, 허현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새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10월 28일 개관을 했다. 특히, 새 박물관에는 어린이 체험식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사실 성인이 된 이후 박물관에 가는 이유는 아이들을 위해서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에게는 힘든 하루가 되는 경우가 많다. 만져보기는커녕, 가까이 가기에도 부담스러운 전시물은 그야 말로 전시물에 지나지 않는다. 모처럼 마음먹고 간 부모의 욕심으로 모든 전시물을 봐야 하기에 아이들은 더욱 곤욕이 아닐 수 없다.
새 어린이박물관은 체험식 전시 공간과 세 개의 부속 시설로 꾸며져 있다. 전시 공간은 ‘원시.고대인의 생활 체험’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졌다. 따뜻한 집, 삶의 보금자리 - 집 / 쌀과 밥, 농사짓는 도구들-농사 / 무기와 무사들-전쟁 / 마음과 영혼의 소리-음악. 이렇게 4 곳으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다. 이 전시물들은 보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만져보고 그 쓰임을 할 수 있게 하였다. 부속 시설로는 체험 교실과 영상실, 야외공연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책은 새로워진 국립중앙박물관의 어린이박물관 전시 도록이자 안내서이다. 그래서 기획자체를 박물관 교육홍보팀에서 맡았다.
전시관에 들어서기 전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인류의 진화 모습이다. 인류 최초의 조상으로 알려진 350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부터 찍기라는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구석기가 한반도에서 사용된 것은 약 70만 년 전부터라고 한다. 인류역사는 크게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로 구분하는데 기록이 없던 선사시대는 도구의 재질에 따라 석기, 청동기, 철기로 나눈다. 이런 역사적 구분이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서, 고고학이란 학문을 소개하고 연구과정에 대해 쉬운 말로 설명하고 있다.
집 - 따뜻한 집, 삶의 보금자리.
구석시대이후 주거 공간의 변천사를 보여 주고 있으며 움집을 짓는 과정과 난방방식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온돌의 변화과정을 통해 우리조상의 지혜를 알 수 있다.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을 아궁이보다 높게 만드는 이유는 불이 아궁이 속으로 잘 빨려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굴뚝자리는 찬 공기가 곧바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약간 깊게 파 놓았다.
움집에서 흙이나 돌로 비바람을 막아주는 튼튼한 벽을 만들기 위해서 기둥도 굵어졌다. 시간이 지나 더 튼튼한 기둥이 필요해지자, 땅속에 돌을 깔고 기둥을 세웠다. 삼국시대에 들어와 화려한 장식이 달린 무거운 기와를 지붕에 얹을 수 있게 되었다.
농사 - 쌀과 밥, 농사짓는 도구들
농경시대 이전의 수렵채집생활을 하던 시대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것은 바위에 그려진 그림들을 통해서 이다. 수렵채집시기와 농경시기를 뚜렷이 구분되는 유물로는 여러 가지 농기구와 농산물을 저장할 수 있는 그릇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토기의 변천사는 그 시대의 문화와 미적 감각을 담고 있다. 고려시대에 이르러서는 그 미의식이 절정에 이르렀다.
그릇이 시대별로 모양이 다른 것은 그 만들어지는 과정이 다른 데에 있다. 신석기 시대 무른 그릇은 다 만든 그릇에 뾰족한 무늬 새기개로 무늬를 새겨, 야외에서 불을 때면 완성되었다. 삼국시대 단단한 그릇은 좋은 흙을 골라 반죽한 다음, 물레를 돌려 그릇 모양을 만들어 밀폐된 가마에 넣고 구어 단단하게 했다. 고려시대 자기는 그릇을 한 번 구워 낸 다음, 겉면에 무늬 자리를 파내고 그 자리에 하얀 흙이나 붉은 흙을 메워 무늬를 새겨, 유약을 입히고 가마에서 한 번 더 구어야 완성된다.
전쟁- 무기와 무사들
선사시대에는 집단 사이에 충돌은 있었지만 전쟁은 없었다. 농사기술이 발달하면서 빈부의 차가 생겨나고 더 많은 것을 가지고자 하는 지배자들에 의해 세를 확장하는 목적으로 전쟁이 시작된다. 우리나라 고대에 일어난 전쟁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7세기 초에 벌어진 고구려와 수나라의 전쟁이다. 이 전쟁은 동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벌어진 길고 긴 전쟁이었다. 그 이후로도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 되었다. 고려시대 몽골 제국이 침략해 들어오자 백성들은 불심으로 적을 무찌르고자 마음을 모아 8만대장경을 만들었다. 전쟁을 아름다운 문화로 꽃피운 우리 조상의 고귀한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전쟁무기로는 철이 많이 생산되었던 가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철로 된 무기들을 볼 수 있다. 또 많은 산을 이용해 돌이나 흙으로 성을 쌓아 방어시설을 갖춘 것이, 우리나라에 산성이 많은 이유이다. 고구려의 성은 산성과 평지성의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 전쟁이 벌어지면 일반 백성도 짐을 싸 들고 산성으로 피신했고 식량과 들판은 적군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모두 불태워 버렸다. 이것을 ‘청야전술’이라고 한다.
음악- 마음과 영혼의 소리
선사시대 사람들은 사냥에 성공하면 제사를 지내곤 했다. 제사를 지낼 때마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며 용기를 얻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하면 큰제사를 지내기 작했다. 제사장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신성한 존재로 북과 방울 소리를 내며 격렬한 몸동작으로 행사를 치루는 데 이것이 춤과 음악의 단초가 되었다. 고구려의 거문고, 가야의 가야금, 백제의 금동대향로에서 우아한 악기를 연주하는 선녀들과 익살맞게 피리를 부는 신라 흙 인형, 삼국시대에 이르러 음악 세계는 무르익어 갔다. 고구려, 백제, 신라시대에는 점차 일정한 형식을 갖춘 춤이 나타났고 직업적인 춤꾼이 등장했다.
가야의 가야금은 신라의 궁중 음악으로 발전하여 ‘신라금’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건너갔다. 조선시대에는 분위기에 맞는 가야금을 따로 개발하기도 했다. 풍류 음악에는 풍류 가야금을 쓰고 빠른 곡에는 산조 가야금을 썼다. 오늘날에도 17현금, 25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른아이 구분 없이 전시물을 관람하던 것과는 달리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체험식 전시 공간 덕분에 아이들은 이제 박물관 나들이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시대적 구분에 따라 학습해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아이들은 박물관 전시물을 자유롭게 만질 수 있고 직접 그 시대 사람이 되어 보는 다양한 체험들을 할 수 있다. 이제 아이들에게 역사는 박물관 속에서 그저 바라보고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즐기는 가운데 그 시대를 이해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