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 알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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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유한한 인생의 독서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비용. ‘책의 우주’를 거르는 믿음직한 필터가 되어주는 고마운 메타북. 특히 늘 숙제로 여겨지던 공자에 대한 부분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대신 묵자가 ‘즐거운’ 숙제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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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에 걸쳐 집을 청소했다. 서재 겸 침실, 부엌 겸 거실, 내가 영국식물원-지금은 말라비틀어진 바질 화분 세 개가 있을 뿐이지만-이라 이름 붙인 발코니. 저녁에 측근이 오기 때문이다. 함께 장을 보아서 밥을 지어 먹든지, 또는 측근의 기분에 따라 간편하게 뭔가를 주문해 먹을지도 모르겠다. 측근이 와 줘야 한다, 그녀의 맑은 영혼과 육체를 받아들일 집구석 먼지를 떨어내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기다리는 동안 읽을 책을 고르던 중 <책의 정신>이 손에 잡혔다. 들어가는 말에 저자 본인 인용의 이런 문장이 있다.


김훈이 쓴 책 <자전거 여행> 서문을 보면 ‘사람들이 새 자전거 사게 책 좀 사봐라’는 말로 마무리됩니다. 저도 책을 쓰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 마지막 구절을 읽으면서 마음이 저렸거든요. 그 말을 제 상황에 맞추면 ‘사람들아 새 컴퓨터 하나 사게 책 좀 사봐라’가 됩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책을 안 사나? 여기(알라딘)서 지내다보니 정말 모를 일이다. 벌써 메아리가 들릴 정도로. 사람들아 꽃을 사라 책 좀 사보게. 사람들아 커피 마셔라 책 좀 사보게. 사람들아 영화 봐라 책 좀 사보게. 사람들아 불어 배워라 책 좀 사보게... 마지막 사항은 물론 내 것이다. 우리가 점점이 외따로 콕 처박혀 사는 것 같아도 그 삶들이 다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 남은 남이건만 남이 있어야 나도 있으며, 과연 꽃잎 하나가 지는 데도 전우주가 동원되는* 세상임을, 말끔한 집구석에 앉아 <책의 정신>을 손에 들고 그런 생각을 해본다. 자본주의, 사고파는 상품이라는 자격에서 한 치도 자유로울 수 없는 ‘책의 정신.’


 

아 시간이 다가온다. 측근, 측근. 구차달 님으로부터 당당히 넘겨받은 ‘측근.’ 이 네모지고 무성(無性)이고, 심장이 뛰는 소리를 닮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 끝’**의 경지는 아니라 해도, 단 한 번 츠, 혀를 차고 아래로 툭 떨어지는 단호하고 독립적이고 단단한 측근. 사랑하느냐고? 물론! 날씬하고 예쁘고 당찬 아가씨, 가출!한 조카인걸. 나비 같은 네 캔버스 운동화 발걸음으로 살살살 사뿐히 오너라. 눈길 조심, 길 건널 때는 차 조심하고.


 

*누군가의 표현인데, 그 누가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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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2-13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읽으면서 그런 생각했어요. 나는 에르고숨님의 측근인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측근이라 이를것인가, 나는 과연 그렇게 불릴 수 있는 사람인 것인가, 하고 말이지요.

저도 오늘 저녁, 측근과 약속이 있습니다.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양껏,맘껏 먹고 마십시다. (이따 밤에 들어와서 건배해야지.)

에르고숨 2013-12-13 22:48   좋아요 0 | URL
구차달 님은 배우자에 한정하여 측근이라는 말을 특정 사용하셨지요. 제가 조금 오염시킨 면이 있습니다. 친밀한 정도가 핵심일 텐데, 그렇게 물어보신다면 저는 다락방 님이 알라딘의 소중한 제 측근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물론 많고 많은 알라디너가 저만큼, 또는 저보다 더 다락방 님을 알고 사랑하시겠지요. 유명인 다락방 님의 질문 의도가 와 닿습니다. 다락방 님은 저의 측근, 그러나 다락방 님께 있어 제가 측근일지는 제가 궁금할 문제네요. 귀염둥이 조카아가씨는 오렌지주스, 저는 포도주에 이어 맥주 중, 건배-입니다.

다락방 2013-12-1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주와 맥주. 그러니 건배- 집에 가는 길이에요. 가서 씻고 와인을 들고 다시 건배할게요, 측근님 :)
 

 

 

 

 

 

낮인가, 저녁인가. 빈, 완벽한 오후를 넋을 잃고 바라보자니 어느덧 의심할 수 없는 저녁으로 접어든다. 한 번도 들어지지 않은 주문,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공연히 이 닦는 시간이 잦다. 피는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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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이여, 안녕 펭귄클래식 51
진 리스 지음, 윤정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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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아프고 취하는 파리Paris. ‘죽은 사람처럼 강하다’는 사샤 때문에 덩달아 나도, ‘오랫동안 죽어 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려니 모든 게 다 아프다.’ 심한 숙취와 고통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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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숨 2013-12-1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리는 축제’의 반대말. 회색하늘과 술집과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애인과 더러운 골목들이 그리울 때 읽을 것, 행복할 때 읽지 말 것.

비로그인 2013-12-12 00:22   좋아요 0 | URL
100자평이 반드시 아름다울 필요까진 없지만, 매번, 여전히,,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건

에르고숨 님만의 저력? 특기? 적성? 체질?

그 모든 것이라 뻐겨도 좋으니

무조건 해명(?)을...ㅎㅎㅎ

에르고숨 2013-12-12 02:41   좋아요 0 | URL
-구차달 님, ‘남들이 욕합니다.’

-견디셔 님이 아름답게 봐 주셨다니 정말 고맙고요, 가만히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을 툭 던지시네요. 곰곰 궁리해보니 저는 긴 글을 못 쓰는 게 확실히 맞는 것 같아요. 생각을 줄줄 써 내질 못해요. 예전에 주관식 시험도 빤히 아는 대답을 길게 풀어 쓰는 게 어찌나 귀찮던지요. 바로 얼마 전 구차달 님 댓글에서도 제 문장이 짧아 오해하셨던 경험이 있으시지요? 글쎄, 제가 그렇습니다. 아마 게으른 ‘체질’ 쪽이 답이 되겠네요. 긴 글은 못 쓰고 짧은 글을 자주 쓰니 그 중에 아름다운 것들도 어쩌다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시원한 해명이 되었으면 좋겠고, 칭찬 무척 고맙습니다.
 
표범 같은 여자 문학사상 세계문학 8
알베르토 모라비아 지음, 한형곤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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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욕망, 의심의 질척한 석호.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거라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 같은 4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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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2-11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잉 전 요즘 매일같이 음주라 독서가 멈춘 상태인데 에르고숨님은 죽죽 읽어나가시네요. 부럽.. ㅠㅠ

에르고숨 2013-12-11 15:05   좋아요 0 | URL
잉, 바야흐로 송년회, 송별회의 음주철이죠. 허무한 느낌 남는 술자리가 아니길 바랄 수밖에요. 술병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