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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The Bastard Brigade 이거 욕 맞지. 개자식 무리. 아마도 트리니티 가제트 직후 케네스 베인브리지 선생이 내뱉었다는 말 “이제 우리는 모두 개자식이 되었다”에서 따온 것이겠거니 했다만. 베인브리지 원문은 이렇다고 한다. “Now we are all sons of bitches!” 배스터드냐 선즈 오브 비치스냐, 이것은 문제 아니로다. 그냥 둘은 상관없는 걸 거다. 연합국 원자폭탄을 개발한 과학자가 자책하며 스스로 무리를 개자식이라 불렀다면, 샘 킨의 원자 스파이들은 나치의 원자폭탄을 막으려고 노력한 ‘녀석들’인 터이다. bastard는 친근감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사전의 말처럼, <원자 스파이>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나는 친근해져버린 기분이다. 다른 책들에서 단편적으로만 접해 납작했던 이름들이 샘 킨의 글발을 입어 입체적인 사람들로 다가왔다는 말이다.


다른 데서 종종 조연으로 등장했던 가우드스밋이나 보리스 패시 같은 이들이 각자 성격과 이야기와 업적을 가지고 살아났다. (실제로는 다 죽었다) 또한 맨해튼 프로젝트 책을 모아 읽을 때에도 존재를 알지 못했던 듣보잡 전직 야구 선수 모 버그는 이번에 알게 됐다. (역시 죽었다) 난데없이 야구 선수가 떡하니 우선 등장하나 <원자 스파이>는 엄연한 (핵)과학역사서다. 딱 1930년대 말에서 1940년대 중반까지 OSS와 알소스 프로그램을 다룬다. 대작 영화 덕을 본 빅 스타 오펜하이머가 한쪽에 있다면, 같은 시기 다른 편에 (혹은 더 비밀리에) 이들이 있었다.


원자폭탄을 만들다보니 상대편에게도 뭐가 ‘중헌지’ 알게 된다. 1. 우라늄과 2. 중수와 3. 과학자(특히 하이젠베르크)들이다. 1번과 2번 빼돌리고 파괴한다. 어느 정도 정보를 수집한 결과, 나치 독일은 원자폭탄을 만들 수준에 이르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여기서 끝냈어도 되었다. 3번, 체포하여 팜홀에 감금하고 도청(원폭에 이르지 않았음을 또 확인)한다. 여기서 끝냈어도 되지 않았을까. 상대가 혹시 먼저 개발할까봐 무서워서 만든 무기였으니까. 하지만 과학자들은 궁금해 했던 거라고, 나도 생각한다. 이왕 만든 거, 터뜨리고, 성공하여 만족한 동시에 자책(개자식)하고, 완전 굴복(내가 제일 잘 나가)시킨다. 연합국 만세.


원자폭탄은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다. 즉, 핵무기를 보유한 독일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 무기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독일의 위협이 사라지자, 단순히 방어 무기로 사용한다는 개념도 사라졌다.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하지만 불가피하게 원자폭탄은 다른 성격의 무기-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무기-로 변했다. 그리고 이제 세상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리란 것을 가우드스밋은 직감했다. (552)


잘 쓰인 역사서는 스릴러 같더라, 아닌가. 80년 전 오늘(8월 6일) 히로시마를 폐허로 만든 리틀보이와, 며칠 뒤 나가사키의 팻맨 운명을 알면서도 <원자 스파이>를 읽는 이유다. (모두 죽었다고 했지) 조 케네디의 야망을 보았고, 브라운 박사의 V로켓과 아폴로를 보았고, 천재 보어의 ㅋㅋ코믹을 보았고, 가우드스밋과 하이젠베르크의 얽힌 사연을 보았다. 내게 줄곧 안개 속 ‘먼 그대’ 같은 하이젠베르크에 대해서라면, 아주 약간의 힌트를 얻었다. 나치에 동조했다는 비난보다도 자기의 물리학 수준이 원폭에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를 더 모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이이가 궁금해서 읽었던 <코펜하겐>은 영어 원서여서 더 안개 속에 밀어 넣은 효과를 발휘한 바 있다. (번역 출간해 주세요) 생각난 김에 챗쟁이한테 한 페이지를 보여줬다. 와, 신기해. (그래도 번역 출간해 주세요2) 




챗쟁이가 사진에서 텍스트 추출해주는 데 좀 감동해서 몇 번 시켰는데 글쎄 자세히 보니 문장을 제 마음대로 써서 채워놓는다? 오히려 일이 더 많아져서 요즘은 포기했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으면서 엉터리 정보 주는 꼴도 몇 번 봤으니, 챗쟁이 잘 이용하려면 품이 많이 든다는 게 결론이다. 바로 사과하는 건 좀 귀여웠어.







클링조르가 뭐냐. 히틀러의 비밀 과학 고문 암호명이다. 나치 시절 독일 핵폭탄 개발 및 과학자 감시 역할을 맡았던 이로, 본인 또한 과학자가 아니겠느냐는 게 중론이다. 책에서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얘기도 곁다리로 설명해준다. 클링조르가 <파르지팔> 등장인물에게서 따온 이름이어서다. 당연히 픽션이다. 가상 인물 두 명이 중심에 있고, 실존했던 과학자들을 등장시킨다. 폰 노이만, 하이젠베르크, 보어, 플랑크, 슈뢰딩거, 괴델, 호우트스미트 등 기라성 같은 이들이 예사롭게 출현해주시니 무척 재밌게 읽힌다.


알소스 특명에 참여한 바 있는 가상의 물리학자 베이컨은 클링조르를 찾으러 다닌다. 가상의 수학자 링스가 합류한다. 베이컨은 링스를 클링조르로 의심하고 링스는 하이젠베르크를 클링조르로 의심한다. 하이젠베르크가 전쟁 기간 내내 승승장구하며 카이저빌헬름물리학연구소 책임자가 되었을 뿐 아니라 우라늄협회 핵심 멤버인 데다, 발키리 작전 중심인물들과 접점이 있었음에도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링스의 주변인들조차 피하지 못한 5000여 명 보복 숙청에서 말이다. 나치에 대한 하이젠베르크의 의견이 어땠는지는 여기서도 애매모호하다.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 소극적으로 저항했는지. 하여간, 하이젠베르크는 안개 속 인물이라니까.


클링조르를 어떻게 찾아내야 할까? 그의 존재에 대한 증거가 충분치 못하다면 우리는 그의 행위를 통해서,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행사한 영향력을 통해서, 그 과정에서 남긴 그의 흔적을 통해서, 그에게 희생된 사람들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그의 세계관을 통해서 클링조르를 찾아내야 한다. (1권 241)


이 책이 재미있다면 실제 과학자들 이야기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원자 스파이>나 <카운트다운 1945>가 스릴러 같다는 말은 앞서 했다. 이미 재미있는 실제 인물 일화들에 비해 <클링조르를 찾아서>의 가상 인물을 둘러싼 에피소드는 거 참, 별로다.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을 쓴 융크 선생도 처음에는 소설로 집필하려 했다는 사연을 어디선가 보았다. 그런데 현실이 소설보다 더 낯설더라는 얘기. 클링조르를 찾는 볼피 선생은 가상의 두 캐릭터에 슈뢰딩거와 보테를 한 숟갈씩 넣어 자극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모양이다. 짐작하시겠지만, 사랑과 섹스에 관한 거라고만 말하겠다. 그래서 클링조르는 누구냐. 재미를 위해 챗쟁이에게 물어봤다. 바그너 오페라와 헤르만 헤세만 언급하기에 내가 그만.




챗쟁이가 ‘날카로운 질문’이라고 했어. 아놔. 기분 좋아졌잖아.




부피부터 압도하는 작품이다. 가족사진에서 다른 책들을 꼬마로 만들어버렸어. 실라르드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연합군에게 원폭 개발을 종용하다가 나중에는 만류하려고 애쓴 과학자다. 화자는 놀랍게도 우라늄이다. 실라르드 비롯한 숱한 과학자의 의도보다는 (그럴 리 없지만) 우라늄의 의지대로 역사가 흘러왔다는 느낌도 든다. 큰 도판에 470쪽이 넘는 양이나, 정보를 욱여넣으려다 보니 대화들이 작위적이다! 느낌표가 만발한다! 하지만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그리던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니 대단히 멋지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인간 대상으로 벌였던 플루토늄 실험도 큰 비중으로 다룬다. 나중에 클린턴이 공식 사죄했다는데 나(만?) 몰랐어. 등장인물 몇몇의 이후 행적을 담은 에필로그는 물론, 저자 디디에 알칸트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일본인 친구와의 우정을 소개하는 후기까지 감동적이다. 작중 히로시마인 얼굴과 이름에 친구를 넣었다고 한다. 친구 한 명이 어떤 사람의 인권 감수성을 결정하기도 하더라. 주로 넓고 예민해지는 쪽으로.


마지막은 히로시마의 수많은 거주자들 중 한 명이었던 나오키 모리모토를 위해 남겨두었다.

나는 은행 앞에 앉아 있던 이 남성을 기억한다… 그가 감옥에서 나온 바로 그 시각에 나도 해방되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또다시 먼지가 되어버린 먼지 한 톨에 불과했다…

1971년, 문제의 은행은 철거되었다. 하지만 그 계단은 보존하여 히로시마 박물관에 전시해두었다.

이 계단 위에는 나를 제일 가까이서 목격한 자의 그림자가 남아 있다. 물리 화학적인 작용으로 돌에 영원히 새겨져 지워지지 않을 기억…

이 그림자는 나의 서명이다. 아마 내 영혼일 수도 있다… 그리고 명백히, 내 힘이다. (에필로그)




현대 과학 서적의 고전. 다시 말해 위의 <원자 스파이>, <클링조르를 찾아서>, <원자폭탄>의 어머니 격 책이다. (아버지는 로즈의 <원자폭탄 만들기> 쯤 되려나) 1956년 출간이니 해당 핵과학자들이 이승에 존재했고, 융크 선생이 이들과 대화하고 편지를 나누어 구성한 역작이다. 러더퍼드의 ‘물질 변환’ 사건으로부터 본서 집필 시기 냉전까지가 잘 담겼다. 차분하고 충실한 가운데 품격이 느껴진다. 내게는 안개 속 하이젠베르크가 저자에게 쓴 편지가 가장 솔깃했다. 1941년 보어를 만나 나눴던 대화에 관해서다. 하이젠베르크는 보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기억한다. 원폭이 원리적으로 가능하지만 엄청난 기술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전쟁 기간 중에는 실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보어는 이 말을 경고로 받아들였고 보어가 연합국으로 피신했을 때 바로 독일의 원폭개발 소문을 전하게 된다. 천재 ‘비밀 무기’ 보어는 청자로서는 형편없었다고, 여러 책에서 본 바 있다.


‘우리가 몰랐던 원자과학자들의 개인적 역사’가 부제다. 그중에는 흑역사도 없지 않아서, 실험 중 방사능 피폭으로 사망한 경우(슬로틴, 대그니언), 알소스 부대의 농담이 워싱턴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경우(방사능 활성 있는 루시용 레드와인), 무사 탈출한 보어의 진심어린 안부가 애너그램 암호로 받아들여진 경우(모드 레이 켄트), 친구를 배반하고 끝까지 고백, 사과하지 않은 경우(오펜하이머), 하우드스밋 부모 구명을 위한 청원에 미적지근하게 대응한 경우(하이젠베르크) 등이 대강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하이젠베르크 안개에 관심이 있으므로 덧붙인다. 전쟁 전, 그러니까 알소스 임무 전에 하우드스밋과 하이젠베르크는 (여느 다른 과학자들처럼) 서로 교류하던 친구들이었다. 네덜란드가 나치 치하에 들어가면서 유대인을 추방하기 시작하자 하우드스밋은 코스터르에게 부모를 찾도록 도움을 청한다. 코스터르는 독일 내에서 힘이 짱짱한 하이젠베르크에게 부탁한다. 하이젠베르크는 느지막하게 코스터르에게 아무 소용없는 답장을 보내고 만다. 하우드스밋 부모는 수용소에서 사망한다. 그러니 이이를 둘러싼 안개를 어떻게 걷을 수 있겠나.


알소스 임무로 하우드스밋이 하이젠베르크 연구소를 수색하러 갔을 때 장면마저 이야기하자. 하이젠베르크는 자리를 피한 후였고, 텅 빈 연구소 책상 위에는 사진액자가 있었다. 하이젠베르크가 하우드스밋과 다정하게 악수를 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아이고. 전쟁이 하는 짓이 이렇다. 부모 사건에도 불구하고 비운의 하우드스밋은 하이젠베르크가 사망했을 때 너그러운 추도사를 썼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그는 어떤 면에서 나치 정권의 희생자로…… 간주해야 한다고 본다.” (<원자 스파이>, 562)


하우드스밋은 독일의 원자 무기 계획을 다룬 바이츠제커의 문서를 발견한 직후 전쟁부와 연결하는 연락 장교로 알소스 부대에 배속된 소령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

산책 도중에 하우드스밋이 이렇게 말했다.

“독일이 원자폭탄을 갖고 있지 않다니 정말 잘된 일 아닙니까? 이제 우리도 원자폭탄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하우드스밋은 직업 군인의 대답을 듣고서 충격을 받았는데, 왜냐하면 그는 오랜 군사적 사고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예언했기 때문이다.

“샘, 당신도 충분히 이해하리라고 봅니다. 어떤 무기를 갖고 있으면, 반드시 그걸 사용하게 되지요.” (285)


체홉의 권총 이론도 아니고 말이야. 특히 원자폭탄에 대해서는 이 말 또한 들어맞을 듯하다. “‘기술적으로 달콤한’ 것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474) 1945년 이후 과학자들의 경각심, 도덕적 고민과 노력까지 후반부에 이어진다. 반핵 운동가의 걸작답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이 멋진 책에 대해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아무 말이나 해버렸다.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위 책 네 권에서 나는 네 가지 이름의 Goudsmit을 만났다. 가우드스밋(원자 스파이), 호우트스미트(클링조르를 찾아서), 구드스미트(원자 폭탄), 하우드스밋(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 네덜란드어 발음에 가장 가까운 이름으로 불러주고 싶은데, 뭘까.




외래어 표기법까지 따져도,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 표기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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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캔맥주, 얼음, 헤르만 헤세 보온병, 스댕빨대


1. 보온병에 얼음 2개, 혹은 아이스큐브 2개를 넣는다.

2. 캔을 따 조심스레 보온병에 붓는다.

3. 보온병에 빨대를 꽂는다.





원자폭탄 페이퍼 쓰러 왔는데 알라딘 상품 넣기가 작동하지 않아 이러고 간다. 1:1 상담에 문의글은 남겼다. 오늘은 꽤 시원한데, 여름이 이렇게 가버리는 건 아니겠지.



P.S. 다음날. 오. 알라딘 상품 넣기 된다.




P.S. 주의. 금세 이런 보따리가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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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7. 여의도


‘민주묘총’ ‘전국 얼죽아 협회 서울지부’ ‘얼룩말 연구소’ ‘전국 집에누워있기 연합’ ‘강아지발냄새연구회’ ‘내향인’ ‘내려와 씨발놈아’ 여의도 깃발이 예전처럼 비장하지 않고, 촛불은 예전보다 알록달록하다. 각자 ‘내게 가장 소중한 불빛’을 들고 나온 젊은이들 덕이다. 내가 모르는 노래가 태반이나, 박자 맞출 수 있고 구호 외칠 수 있으니 불빛 하나 보태러 나간다(촛불앱이다, 응원봉 사고 싶다).


쿠데타가 꿈이었다고 멧돼지가 증언한 일화가 바로 이 책에 나온다.



윤석열: 만일 육사에 갔더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다. 쿠데타는 김종필처럼 중령이 하는 것인데 검찰에는 부장에 해당한다. 나는 부장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55, 1부ㆍ검찰의 심장부에서 | 쿠데타와 조선일보 | 쿠데타와 빨갱이 색출)


미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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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첫날)


-안녕, 풀. 햇반 그릇이 마음에 들기를 바란다. 넌 혹시 대파 아니냐. 난 인간이다.

-안녕, 인간. 나는 튤립이다.

-애걔. 못 먹.. 아니 못 믿겠다. 증명할 수 있나.

-지금은 곤란하다. 2주일만 기다려 달라. 햇볕과 바람이 필요하다.


 


(3/10, 4일째)


-안녕, 식물.

-안녕, 인간. 나는 튤립이다.

-넌 제법 알로에 같아졌다.

-일주일 더 기다려 안쪽 깊숙이 살펴보기 바란다. 햇볕은 고맙다. 물도 좀 달라.




(3/18, 12일째)


-안녕, 선인장. 안쪽을 보아하니 너는 선인장이다. 다육식물.

-안녕, 꽃봉오리도 못 알아보는 인간.

-오, 미안하다. 통통 잎만 계속 나오는 줄 알았다. 왜 봉오리 색깔이 잎과 같으냐.

-스포하겠다.. 곧 변할 거다.




(3/21, 15일째)


-???

-...




(3/23, 17일째)


-!!!

-???




(3/24, 18일째)


-에라, 모르겠다. 거실 책꽂이 공개해 버렸다. 너는 지금 내 책들이랑 같이 있다. 너는 참으로.. 페어바일레 도흐, 두 비스트 조 슌.

-안녕, 인간. 나는 프랑스어 모른다.

-독일어다. 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 번역문 검색해 음차했다. 파우스트.

-됐다.




(3/26, 20일째)


-안녕, 튤립. 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튤립이다.

-안녕, 인간. 넌 어리지 않고 왕자도 아니며 나 또한 장미가 아니다만 그 말은 고맙게 듣겠다. 내 계절을 너도 즐기기 바란다. 페어바일레 뭐시기 순간.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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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3-26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격입니다!

에르고숨 2024-03-26 19:36   좋아요 0 | URL
가까이에 튤립 한 송이가 있으니 얼마나 예쁜지요, 히힛.

호시우행 2024-03-27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 튤립을 좋아해서 며칠 전 구근구매를 했어요. 온라인으로, 그런데 빨간색 뿐이라고 연락와서 그냥 보내달라고 했어요. 이 사진을 보니 힐링됩니다.

에르고숨 2024-03-27 10:46   좋아요 0 | URL
저는 색깔도 모르고 키웠다가 노란색이 뿅 나타나서 깜짝 놀랐어요. 예뻐서.ㅎㅎ 우행 님이 좋아하시는 거였구나.. 화분은 작은데 키가 자꾸 크네요? 우행 님도 잎부터 꽃까지 쑥쑥 자라는 모습 행복하게 즐기시기 바랍니다.

호시우행 2024-03-2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Yujin 2024-05-02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대박! 식물을 키워서 꽃을 피워내시다니 진짜 멋져요! 전 꿈도 못 꾸는 일을 해내시다니! 여기 와서 구경해야겠네요^^

에르고숨 2024-05-02 22:54   좋아요 0 | URL
ㅋㅋ식물과 친하지 않으신 유진 님. 사실 (속닥) 저도 좀 감탄한 게, 본가에 3개 있던 튤립모종 화분 중 제일 작은 녀석을 얻어온 거였거든요? 제 집에 온 것만 저렇게 꽃 피우고 본가에 남은 2개는 키만 좀 크고 꽃을 피우지 않았답니다... 거 참. 이상해요잉?ㅎㅎ
 

국딩 때 누군가 제출한 독후감 제목 하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노래해 버렸네. ‘퀴리 부인’에 대한 글을 읽고 감상문을 쓰는 숙제였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교탁에 놓인 과제물을 담임이 살피다가 해당 원고지에 멈춰서 ‘이게 뭐야’ 하며 큰 소리로 제목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냥 읽었느냐? 아니, 픽 비웃으면서 읽었다. 글쓴이 이름은 읊지 않았다. 그에 따라 몇몇 아이들도 킬킬+수군거리길, ‘누구야, 바보같이’ ‘ㅋㅋㅋㅋ’ ‘부인이 이미 여자라는 뜻 아냐?’


얼굴이 빨개진 아이가 하나 있었을 터다. 뭔가 얼토당토않은 글을 쓴 건가, 감상문은 자기 마음대로 써도 되잖아, 제목은 내용을 잘 대변해야 하고, 그러나 앞으로는 선생님 눈에 띄지 않을 제목을 붙여야겠다고, 빨간 얼굴 위 두개골 안 회색 뇌세포에 각인한 아이가… 그렇다, 나다. 마리 퀴리는 그토록 굴욕적으로 내게 왔고 그만큼 애틋하게 간직한 (내) 과학자다. 몇 십 년 전의 내게 보내는 격려(과연?)처럼 마리 퀴리를 사 모으고, 이제 대개는 다 읽었다. 머릿속에 남은 건 별로 없을 듯하지만 저 무더기를 올해 안에 해산시키기 위해 기록을 남긴다. 검열하는 담임 없이. 아아 어쩌면 소재별 책무더기 만드는 버릇 없애기를 새해 목표로 삼아야 할지도 몰라.



방사성 원소, 전자, 핵, 핵자, 핵분열, 핵발전, 핵폭탄, 방사능 피폭까지 가지가 뻗으니 20세기 거의 모든 과학사와 과학자를 만나도 가족사진이 됨 직하더라. 방사능이 특정 원소가 갖는 성질이며 앞으로 널리 쓰이리라 공언한 나의 마리 퀴리 선생은 그만큼 큰 업적을 남기신 분. 사랑하고 존경한다. 한편, 마리 퀴리는 물질이 내보이는 특징을 현상 그대로 기술했을 뿐, 다른 이론물리학자들에 비해 상상력이 부족했던 거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옳지 않다. 광물이 스스로 방출하는 방사선이 다름 아닌 원자 자체의 속성이리라는 추론은 당시로서는 대담한 상상력이었다. 그 덕에 이후 핵물리학이 눈부시게 발전해올 수 있었다. 극단적으로는 ‘천 개의 태양보다’ 밝게. 또한 외국인이자 여성이었기에 당했던 온갖 스캔들과 수난까지 생각하면 프랑스라는 선진국도 정말 후졌... 참, 담탱이(나쁜 선생이었음)가 픽 비웃으며 낭독했던 내 독후감 제목은 이렇다. 웃참 하셔도, 또 못하셔도 이젠 마상 입지 않음. ‘퀴리 부인도 여자다!’



시작하기에 마침맞고 매우 아름다운 책 아닌가. 백자평을 보니 3개월 전에 재독했다고 되어 있는데 3독, 4독하여도 좋을 명작이다. 작품의 이미지 인쇄를 퀴리 혹은 라듐의 ‘발광성’에 어울리게 작업하였다고 한다. 마리 퀴리의 삶과 연구, 방사성 원소, 그 화합물의 상업적 이용과 폐해까지 짚는다. 1920년대 U. S. 라듐 노동자들과, 마리 퀴리의 몸만큼 방사능 피폭 피해를 보여주는 사례도 없을 터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전에, 냉전 시기 숱한 핵폭탄 실험 전에, 스리마일 전에, 체르노빌 전에, 후쿠시마 전에 이미.


이들은 고작 말갈기 서너 가닥으로 만든 작은 붓으로 언다크 도료를 시계 숫자판의 숫자에 칠하는 일을 했다. 정교하게 숫자를 그릴 수 있도록 붓을 뾰족하게 만드느라 늘 두 입술로 털을 빙빙 말아야 했다. 하루 할당량인 숫자판 250개를 모두 작업하면 이들은 항상 무향에 순한 맛의 방사능 도료를 소량 삼킨 후였다. 라듐은 <골 친화성 원소>이다. 인체에 들어가면 뼈의 칼슘을 빼앗아서 뼈가 약해지게 만든다. 얼마 후 여공들에게 심각한 증세가 줄지어 일어났다. 그들은 턱이 부패하거나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심한 빈혈을 일으키거나 허약해져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며 차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떤 여공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기절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몸속에서부터 빛이 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90)



에브 퀴리가 쓴 어머니 전기 <퀴리 부인>을 선택하지 않고, 역사가이자 작가인 골드스미스가 집필한 평전을 골랐다. 덜 친밀하고 더 현재적인 서술이 보고 싶어서다. 국딩 때 읽은 문제의 위인전이 전자의 축약본이었던 듯도 싶다. 아차, 그렇다면 옛 마상 극복을 위한 충격요법으로 해당 책을 볼 걸 그랬나. 음. 아니다, 음음. (나쁜 담탱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아무튼 이 훌륭한 책 <열정적인 천재>는 마리 퀴리 선생의 뛰어난 업적과 억척스러움을 잘 그려 보여준다. 연구자로서, 생활인으로서, 폴란드인이자 프랑스인으로서, 평화주의자로서 마리 퀴리와 후세들까지.


마르게리트는 퀴리 부인이 남자였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상 폴 랑주뱅에게 나라를 떠나라거나 그를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83)


마르게리트는 마리 퀴리의 친구다. 폴 랑주뱅과의 저 유명한 스캔들이 터졌을 때는 마리 퀴리가 단독으로 두 번째 노벨, 이번에는 화학상을 받을 무렵이었다. 당사자 마리 퀴리의 쾌도난마는 적어둘 필요가 있겠다. 노벨위원회의 한 위원이 마리에게 상 받으러 스웨덴에 오지 말라고 하자 마리가 한 답변이다. ‘당신이 조언한대로 하는 것은 제게는 큰 실수로 비칩니다. 사실상 이 상은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한 공로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저는 저의 과학적 업적과 사생활은 관계가 없다고 믿습니다.’(185-186) 멋져. 여기저기서 해당 스캔들을 읽고 보니 폴 랑주뱅이 어찌나 지질한지. 끊임없이 바람은 피우면서 부인과는 별거 재결합을 반복하며 또 과학계에서는 명성도 자자해. 마리 퀴리에 대한 대중과 동료 과학자들의 반응과 얼마나 다른가 말이다.


짜증나는 스캔들을 다루는 방식이 <열정적인 천재>에서는 선정적이지 않게 세심했고, 사위에 대한 마리의 태도에서는 나도 모르게 ‘엄마미소’가 지어졌다. 친구이자 동료로 마리가 연구를 같이 하던 첫째 딸 이렌 아닌가. (마리 퀴리 전기를 쓴 이는 둘째 딸 에브) 딸이 결혼하더라도(이혼하더라도) 퀴리 연구소와 라듐의 권리를 딸이 갖도록 조처해 놓는다. 또 연구실 조수이기는 해도 이렌에 비해 공부가 한참 모자라는 사위에게 어떻게 한다? 석박사 학위 따오라고 막 시킨다. 사위는 말 잘 들음. 이 착하고 성실한 부부 또한 노벨상 받는 건 다 아실 터다. 인공 방사능을 발견한 공로로 1935년 노벨화학상. 마리 퀴리가 1934년 사망했으니 이 장면을 보진 못했다.


골드스미스 작가는 프랑스에서 이렌 부부의 딸 엘렌(역시 핵물리학자)을 만나는 장면을 책 말미에 삽입해 놓았다. 서문에서 웃음기 없는 마리 퀴리와 어린 두 딸이 함께 찍은 사진으로 말문을 열더니 사진의 배경이 되는 집을 방문하여 3세대 후손과 대화하는 일화로 책을 닫는 셈이다. 무겁고 불안정한 핵이 붕괴를 거듭하여 안정한 원자가 되듯, 긴 여행을 끝내고 차분하게 제 자리로 돌아온 기분이랄까. 그러는 동안 뭐가 나온다? 알파 베타 감마... 감동. 책 분량에 비해 매우 방대한 이야기를 읽은 느낌이 든다. ‘저자가 자료 뒤에 숨어 있지 않고 앞뒤에 ‘나’로 잠깐 등장하는 구성이 좋았다‘고 백자평을 잘 써 놓았네?



마리 퀴리가 1907년부터 1908년까지 주변 자녀 대상으로 ‘공동교육’을 꾸렸다. 마리의 첫째 딸 이렌이 10세쯤 됐겠다. <딸에게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는 그 수업에 참가한 어린이 중 이자벨 샤반이라는, 이렌과도 친했던 학생이 남긴 노트를 후손이 정리해 펴낸 것이다. 이 후손의 성도 랑주벵(랑주뱅)이야. 두 가계 참 얽힌다. 수업을 들었던 꼬마들이 동료 과학자들의 자녀이니 당연하겠다만. (마리 퀴리의 손녀 엘렌은 폴 랑주뱅의 손자 미셸과 결혼해 또 핵커플이 됨) <딸에게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는 아주 기초적인 과학 실험이 내용이고 따라서 뭔가 귀엽다. 샤반의 노트 사진이 삽입되어 있어 손글씨 보는 재미도 있다. 필체가 유려하다.


 


정완상 교수가 마리 퀴리인 척하며 강의한다. 무척 쉽고 간략해 좀 감동했다. 역시, 알면 쉽게 쓴다고 했어. 특히 ‘핵호텔’ 예시는 핵귀욤이다. 세 종류 방사선이 방출되는 양상을 호텔방 투숙하는 중성자와 양성자로 설명해 놓았다.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방출이 핵자들의 어떤 기작으로 이루어지는지 선명해졌다. 물론 단순화되었고 생략된 내용도 있겠지만. (다른 책들에서 배워 알고 있음) 정완상+퀴리 선생 덕분에, 그리고 순전히 마리 퀴리의 후대라는 이유로 원자핵을 당시보다 더 알게 된 게 감개무량하다. <퀴리 부인이 들려주는 방사능 이야기>는 <퀴리 부인이 딸에게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를 오마주한 것이기도 하겠다. 아니나 다를까 표지를 꾸미고 있는 손글씨와 그림이 다 샤반의 노트에서 온 것들이다. 부록으로는 청소년소설이 하나 실려 있다. 이것 역시 퀴리를 빗댄 십대 여성 꾸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핵융합 폭탄으로부터 지구를 구한다는 이야기다.


“무거워진 물을 마시면 물고기가 죽나요?”

“중수소와 삼중수소에서는 치명적인 방사선이 나와. 사람이 삼중수소를 먹으면 30초 안에 죽게 될 거야. 그러니까 물고기가 죽은 건 당연한 거지. 삐엘! 당장 이장님에게 달려가서 마을 사람들에게 개천 물을 먹지 못하게 해.” (122)


 


두 권은 현대에 이롭게 쓰이고 있는 방사선 활용법을 나열한다. <방사능, 파괴인가 치료인가>는 짤막짤막한 꼭지별 설명이 일목요연하다. 고고학자의 탄소연대측정, 지질학 방사능연대측정 기술, 우주탐사에 쓰이는 에너지원, 해류나 식물에서 추적기로 쓰이는 경우, 진단과 치료에 사용하는 핵의학, 예술품을 복원하는 용도까지다. 책은 작고 편집도 널널한데 정보가 비교적 알차 꽤 즐겁게 읽었다.


<마리 퀴리의 위대한 유산>에는 불만이 있다. 단위가 마일, 파운드, 화씨야. 와, 씨. 소설책에서 만나도 싫건만, 과학책에서 이러면 안 되지 않나요. 에스아이, (욕 아님) 국제단위체계 씁시다. 표지에서 나의 퀴리 선생이 쳐다보고 서문은 엘렌 랑주뱅 졸리오가 썼는데 이러면 곤란해요. 아무튼, 지은이 월터 박사는 핵공학자이자 미국 원자력협회 회장을 역임했다고, 앞날개에 소개되어 있다. 그런 만큼 방사능의 ‘위대함’을 역설한다. 낮은 수준 방사선의 유익효과까지 언급하고 있으니 방사능 피폭에 관한 한 ‘보수적인’ 사람 말고, 이상한 보수, 카메라를 들이대면 바닷물도 막 떠먹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농업, 의학, 전기, 수송기관, 우주 탐사, 테러, 예술, 환경 보호 등으로 이어지는 목차다. 후반부는 미처 읽지 못했는데 내가 방사능 피폭에 대해 보수적이어서라기 보다, 맞아, 마일 파운드 화씨 표기가 싫어서야.


일부 방사성동위원소들은 놀라운 ‘사기꾼적’ 재능을 보여주기도 한다. 생물학적 요소와 유사한 화학적 성질을 지닌 탓에 이들과의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기꾼’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3인방은 요오드 131, 스트론튬 90 그리고 세슘 137이다. 스트론튬은 칼슘 계열에 속하는 물질로, 칼슘과 마찬가지로 뼈의 구조와 특별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방사성 세슘은 칼륨처럼 근육 조직에 확산되며, 방사성 요오드는 정상적인 요오드를 대신해 갑상선에 축적된다. 핵 사고가 생긴 경우, 요오드화칼륨 정체를 복용하면 안정적인 요오드로 갑상선을 채움으로써 방사성 요오드가 몸에 고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방사능, 파괴인가 치료인가> 116)



짠. 리스트에 어울리지 않는 책 과감히 삽입한다. (가족사진에서는 빠져 아쉽다. 슈퍼바이백 기간에 팔아버린 모양이다) 리디아 데이비스도 마리 퀴리 약전을 썼다. <불안의 변이>는 매우 특이한 책이므로 마리 퀴리가 등장하여도, 아니지, 등장하여서 더 멋지다. 데이비스가 이 글을 쓴 과정이 각주에서 짧게 소개된다. 퀴리 전기를 영어로 번역하다가 ‘어색한’ 조각들을 모아 구성해보았다고. 음.


브라운 운동의 발견자 페랭의 붉은 곱슬머리가 하얘졌다. (310, 마리 퀴리, 너무나 고결한 여인 | 흐르는 시간)


 


마리 퀴리가 한 꼭지씩 등장하는 책들. 한 줄로 적어둔 메모가 이렇다.

<과학자들 2> 앙리 베크렐이 귀엽게 출연한다.

<사라진 여성 과학자들> 삶과 업적을 간결하게 잘 정리.


 


마리 퀴리를 읽다 보면 만나게 되는 과학자들이 무척 많지만, 그중 마음이 특히 쓰이는 과학자가 있으니 리제 마이트너다. 마음이 쓰이는데 내 방구석에서 마이트너 무더기는 되지 못하고 여기(퀴리 무더기) 저기(핵 무더기) 흩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태생 유대인이고 독일에서 오래 연구했으나 나치 이후 스웨덴으로 피신하였으며 핵분열을 간파하고 거기서 방출되는 에너지 2억전자볼트를 계산해냈지만 맨해튼 프로젝트에는 고사하여 참여하지 않은 물리학자다.


저 짧은 인생 요약 속에 온갖 고초와 역경과 훌륭함이 있음을, 위 두 책에서나 <휘어진 시대> <강력의 탄생>에서도 볼 수 있다. 마리 퀴리 선생과 공교롭게 생일도 같아서 11월 7일이다. 11살 어리다. 졸리오 퀴리 부부와는 실험 결과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이기도 했다. ‘한 번도 인간적인 면모를 잃은 적이 없는 물리학자’(<위대한 여성 과학자들> 37),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연구에 근면 성실했던 멋진 분. 나 따위가 독후감을 쓰면 제목은 이렇게 되리라. 리제 마이트너도 여자다!




라이브 영상에 나오는 원자모형은 아직 러더퍼드 모델(1911년)에 머물러 있다. 보어와 슈뢰딩거 모델로 업데이트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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