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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어떻게 비울 것인가 ㅣ 아직도 가야 할 길
M. 스캇 펙 지음, 박윤정 옮김 / 율리시즈 / 2023년 9월
평점 :
극단적인 개인주의는 고립과 소외를 낳습니다. 제한 없는 자유라는 달콤함에 빠져 진정한 영적 갈망, 친밀함에 대한 내적 열망을 채우지 못합니다.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지만, 속은 병들어갑니다. 내적 공허함을 자극적인 것들로 채워보지만, 그런 것들은 일시적이며 제한적입니다.
사상가이자 정신과 의사이며,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저자인 M. 스캇 펙(M. Scott Peck). 그는 이 책 『마음을 어떻게 비울 것인가』를 통해, 개인주의에 빠져 있는 현대 사회에 공동체는 필수적이며, 공동체의 형성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위기를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스캇 펙은 서문의 첫 문장을 과감합니다. "세상을 구원하는 일은 공동체 안에서부터, 공동체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세상에 없다(11)." 저자는 이 시대의 위기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공동체 밖에 없음을 역설합니다.
물론 집단을 의미하는 폭넓은 공동체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는 서로 정직하게 소통하며, 가면의 이면으로 들어가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들,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며, 다른 사람을 포용하고 인정하기로 약속한 개인들의 집단이야말로 공동체임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공동체로 존재함이 휘황찬란한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가 말하는 공동체는 추상적이고 허황된 이상이나 개념이 아닙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삶에서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공동체를 추구하며,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실제적인 방법을 강구합니다.
대부분의 공동체는 공동체를 이루어나갈 때 혼란과 무질서를 경험합니다. 공동체의 형성 과정 가운데 많이 경험하는 것은 잘못된 기대와 선입견입니다. 미리 자신이 정해놓은 틀에 맞추어 상대를 판단하고, 재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의식적인 편견이나 이념 등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선을 그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욕구도 있습니다. 서로가 자연스럽게 구원자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단순한 서로의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문제로 여기며 자기중심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공동체를 위기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저자의 해결책은 '마음 비우기'입니다. 말로는 쉽고도 간단합니다. 하지만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마음 비우기는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의사소통의 장애물들을 치워내는 것입니다. 마음 비우기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에 핵심적입니다. 혼란을 극복하고 진정한 공동체로 나아가게 도와주는 다리와 같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공동체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 모험임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는 모험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배웁니다. 미지의 세계는 언제나 두려움과 염려를 불러일으킵니다. 저자는 공동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어려움을 정직하게 소개합니다.
어느 정도 공동체가 형성되고 발전될 때 발견할 수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그 어려움을 딛고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가는가가 앞으로의 공동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쉽게 도피할 수 있고, 싸우거나 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반대급부로 특정한 개인에게 의존할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구체적인 '마음 비우기' 훈련을 통해 보다 단단하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침묵과 이야기, 기도, 노래, 예배의식과 일상으로의 복귀를 통해 우리는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다시금 재정비합니다. 언제나 새로움과 진부함, 인간의 본성과 창조적 본성은 긴장을 가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개인에게 있어서 공동체는 필수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공동체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내가 먼저 공동체가 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분명 순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열매와 풍성함, 내적 만족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공동체의 신비이며, 우리가 공동체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