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예술혁명 - 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
이지영 지음 / 파레시아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 텍스트를 비교하고 종합하여 새로운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그보다도 더 어려운 것은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기존의 텍스트와 공명하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을 면밀하게 바라보고, 그것을 적실한 단어나 개념으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BTS예술혁명』의 저자 이지영은 이 일을 탁월하게 해낸다.

BTS현상을 사회적 현상으로 간주하며 다층적이며 섬세하게 표현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현상을 들뢰즈의 철학을 중심으로 적실하게 풀어낸다.


파편적 정보나 주관적 생각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감탄을 자아내는 저자의 활약?으로 인해 우리는 BTS현상을 뛰어넘는 사회전반적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

더불어 앞으로 다가올 변화된 사회를 예축해보고,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아이돌 그룹으로서 방탄은 영화철학과 무관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방탄은 아이돌 그룹을 넘어 오늘날 사회 구조, 미디어, 예술형식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보여준다. 이 변화에는 기존의 위계질서와 권력 관계를 침식하며 사회 전체를 뒤바꾸는 혁명의 함의까지 발견된다 - P7

그러나 이러한 음악도 진정성이 없었다면 전 세계 팬들의마음에 울림을 주고 그들이 연대하여 행동하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방탄의 진정성은 다른 누군가에 기대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들의 진정성은 자신들이 삶에서 느끼는 시련과 아픔, 절망, 두려움, 희망에서 발원한다. 이러한 것들이 가사, 멜로디, 리듬에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삶과 음악에 대한 태도로도 드러나는 것이다.
- P11

방탄이 드러내 보이는 진정성의 원천은 자발성과 개성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자발성과 개성없이 어떻게 진정성이 가능하겠는가 - P11

방탄은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구조적 억압, 불평등, 편견 등의 문제를 자기 세대의 눈으로 읽어내고 이로 인한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힘을 모아 정의롭지 않은 현실을 바꾸자고 외쳤다. 방탄이 음악을 통해 전한 메시지는 한국이라는 특정한 나라를 넘어 전 세계 청년들의 공감을 얻었다. 방탄의 현실 진단과 그에 기초해 희구하는 사회 변화의 방향이 보편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탄과 아미는 인간다움의 실현을 억누르는 구조적 요소들을 떨쳐내고 잠재력을 끄집어내 해방시키고자 한다. 방탄과 아미의 만남이 만들어낸 폭발성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의 세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필요성, 그리고 그 변화가 더 큰 자유와 해방, 더 나은 세상을 향해야 한다는 데 대한 감응과 공명. 이것이야말로 방탄이 글로벌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근본적인 요인 중 하나이다.
- P15

방탄의 사회비판적 메시지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팬들의 공감을 일으킨 것은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적인 경쟁 체제가 전 지구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 현실 때문이라고 볼 수있다. 심화되는 경쟁, 일자리 부족, 정의롭지 못한 부의 분배, 그로 인한 삶의 불안과 우울은 결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 P34

이렇게 그들의 메시지는 자신들 주변의 억압에 대한 저항에서 출발하여 전 지구적 연대까지 성장, 확장되어 간다. 이런 아름다운 연대로 우리의 삶과 행복을 위해 끝까지 싸워나가자는 제안과 가슴 떨리는 혁명의 노랫말이 심장을 두드리는 비트와 눈을 의심하게 하는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더불어 펼쳐진다. 어찌 세계의 팬들이 응답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 가장 빛나는 응답은 바로 아미들이 보여준 사랑과 연대의 실천이었다.
- P55

방탄과 함께 경쾌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부친살해‘를 실행하고 있는 팬덤 아미의 혁명적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것은 수직적 위계질서의 부품으로 포획당하지 않는, 진정으로 수평적이고 상호작용적인 구조, 즉 수평성과 관련이 있다. 수평성은 기존의 수직적 사회 질서의 위계 구조를 해체하는 혁명적인 함의를 지니고 있다 - P84

방탄현상‘은 비중심화된 리좀적 체계를 보여준다. 이 체계에는 거대 자본이나 이와 연계되어 있는 미디어 권력 같은 단일한 권력적 중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미와 방탄은 어느 하나가 중심이 아니라 서로 친구이자 조력자로서 수평적 관계를 맺고 있다. 아미 역시 방탄 팬이라는 공통점 이외에는 아무런 이해관계나 유사성도 없는 무수히 다른 뿌리줄기들의 연결접속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만일 SNS라는 탈중심적 네트워크를 단지 팬덤을 확장하여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만 활용한다면, 그것은 자본과 권력을 중심으로 하는 수목적 체계가 리좀을 자신의 하부구조로 다시 포획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 P91

방탄현상이 함축하는 정치적 의미들에 대한 이론적 이해는, 단순한 이해를 넘어 표면적으로는 정치와 무관해 보이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우리에게 강요되고 있는 수목적 위계 구조를 거스르고 리좀적으로 횡단하면서 삶의 다른 가능성을 찾으려는 실천적 시도이기도 하다. - P103

관객들은 수많은 영상 계열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의미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필수 행위자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관객은 방탄 영상들의 의미를 해석하는 해석자이자 그 의미를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작품 생산자, 수많은 영상 계열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의미의 네트워크이자 그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행위자가 되는 것이다. - P143

이 새로운 예술형식인 네트워크-이미지‘는 온라인 네트워크의 수평적이고 지배적 중심이 없는 리좀적인 잠재성이 예술형식의 영역에 촉발하여 생겨나게 된 것이라고 할 수있다. 이 예술형식이 목적으로 삼는 것은 기존의 ‘진리‘, ‘관조‘, ‘지고의 아름다움‘과 같은 전통적인 예술 가치들이 아니다. 네트워크 - 이미지라는 예술형식에 요청되는 사회적 역할은 네트워크를 통한 전염, 확장과 관객의 공유를 통한 의미의 생성이라는 공유가치‘이다. 따라서 방탄-아미 다양체가 생성하고 있는 네트워크- 이미지는 새로운 예술형식을 통해 그들의 리좀적 혁명이 빛나는 사례, 정치와 미학이 아름답게 조우하는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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