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까지 - 코로나 시대 성경이 펼치는 예언자적 상상력
월터 브루그만 지음, 신지철 옮김 / IVP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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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탁월한 구약학자인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 1933~)은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불안과 염려로 가득한 세상 한가운데서 예언자적 역할을 감당한다. 성경을 대하는 그의 겸손한 태도와  통찰력 있는 해석이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짧지만 묵직한 울림과 조심스럽지만 정곡을 찌르는 그의 메시지는 혼란 가운데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매우 적실하다.


저자는 구약 성경의 내러티브 가운데서 전염병으로 인한 재앙이 나타나는 복합적인 성경 본문을 다룬다. 그리하여 세 가지의 해석안을 도출한다. 먼저는 언약에 근거한 '동등 보응의 방식'으로, 선을 행한 자에게 복을, 악을 행한 자에게 벌을 내리는 방식이다. 이러한 명백한 질서는 성경 곳곳에서 보인다. 흔히 신명기 전승에 기초하고 형성되었다고 하는 이러한 관점은 특히 예레미야와 에스겔에서 자주 드러난다. 저자는 '칼'과 '전염병'과 '기근'이 함께 묶여 나오는 고난의 삼중 구조를 분석한다. 예레미야와 에스겔을 쭉 통독하다보면 이 용어들이 함께 묶여 자주 반복된다.


다음으로는 하나님의 강한 능력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의도를 실행하신다. 가장 강력한 예는 출애굽기의 장면일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능력을 통하여 애굽에 징벌을 내리신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며, 이스라엘 백성은 해방과 구원을 경험한다. 


엄밀한 동등 보응이나, 목적 실현을 위한 강력한 권능의 드러내심과 다르게 징벌에 관한 마지막의 해석은 하나님의 완전한 거룩하심을 드러내시는 것이다. 이것은 어떠한 설명들을 거부하며, 하나님의 권능을 드러내심으로 그의 거룩함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는 욥의 고난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세 가지의 해석이 현재의 상황에 적실하며 유용한가 하는 문제다. 브루그만은 과학의 영역을 인정하면서도 더욱 깊은 하나님의 숨기심을 인정하기를 촉구한다. 그리하여 인간의 한계를 인식하고 더욱 깊은 창조 세계의 신비를 끌어안기를 원한다. 그는 당면한 상황을 뛰어넘어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놀라운 해석적 원천들을 가지고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저자는 하나님의 긍휼 하심과 자비,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기대어 하나님의 자유로운 행위를 의지해야 함을 강조한다. 과거의 여러 방법들이나 대안들이 적합하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는가?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새로운 것이다. 하나님께서 교회에 주신 놀라운 선물은 바로 과거에 매이지 않고 새롭게 하나님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소유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노래'와 '비유', 더불어 '기도'다.


우리는 하나님께 현재의 상황을 아뢰고 회복을 간구해야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을 재해석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많은 선지자들이 재앙 가운데 하나님께 구할 때, 그들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스라엘의 합당한 반응은 언약에 기초한 삶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핵심은 재앙이라는 환경에 우리가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환난을 궁극적으로 다스리실 수 있는 하나님께로 우리의 주의를 되돌리는 것이다.


​브루그만의 이 책은 각 챕터 마지막에 저자가 직접 작성한 기도문이 실려있다. 이 기도문은 각 챕터의 내용과 연결되며 축약된다. 이 기도문을 통해 우리는 지적 만족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의 상황과 갈망을 하나님께 아뢸 수 있다. 성경 내러티브에서 배우게 되는 성경적이고 신학적 해석,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어우러져 우리는 하나님을 노래하며, 진심으로 기도하게 된다.


이 책에서 얻게 되는 또 하나의 선물은 목회자들에게 건네는 저자의 따뜻한 조언이다. 저자는 줄곧 목회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목회자들은 큰 방향성을 조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어떤 자세로 사역을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설교자에게는 이러한 당혹스러움(wonderment)의 시기에도 활용할 수 있는 놀라운 해석적 원천들이 있다 - P54

목회 사역의 역할은 이 바이러스가 최종 권세가 아님을 보여 주는 것이며, 하나님의 선하심이 그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힘마저 꺾을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 P82

목회자의 임무는 바로, 막대한 상상력을 요구하는 그와 같은 두려움의 순간에 함께 하는 것이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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