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선 기독교 - 공적 신앙이란 무엇인가
미로슬라브 볼프 지음, 김명윤 옮김 / IVP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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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주의 시대에 기독교 신앙은 갈수록 사사화(privatization)되고 있다. 이는 사회학자 피터버거(Peter Berger)가 『종교와 사회』(The Sacred Canopy: Elements of a Sociological Theory of Religion)에서 사사화를 현대 사회의 흐름 가운데 하나로 지적한 바와 같다. 기독교 신앙이 갈수록 개인주의적으로 변함에 따라서, 기독교는 공적 영역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더욱 분리주의적으로 반응한다. 기독교의 핵심적인 진리인 사랑과 용서, 평화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협소한 사회적 이슈(동성애나 낙태 등)에 크게 목소리를 낸다. 기독교가 기여해야 하는 더 많은 영역이 있음에도(사실상 모든 영역이 하나님의 통치 가운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목소리를 내는 것 같이 보일 때가 많다. 겉으로는 거룩하게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내적으로는 자신들의 유익과 만족을 위해서만 신앙을 도구화하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광장에 선 기독교』의 1부에서 볼프는 ‘왜 인간은 개인의 신앙에만 집중하는가?’에 대하여 질문을 던진다. 그는 하나의 종교가 공공 생활에 침투하는 전체주의적인 입장과 모든 종교를 공공 생활에서 배제하는 세속적인 입장 모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볼프는 기독교가 ‘예언자적 종교’가 되어야하는데, 그러한 기능을 상실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를 그는 ‘기능 장애’라고 말한다. 그는 신앙이 사람들의 삶과 사회적인 현실을 형성하는데 완전히 실패했음을 강조한다. 여기서 우리는 볼프에게 귀한 통찰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예언자적 종교에 '상승'과 '회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승'은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며, 메시지를 받는 수용적 사건이다. 반면 '회귀'는 신적 메시지가 세상 가운데로 선포되는 것이다. 문제는 '상승'과 '회귀'가 심각한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지점도 된다는 것이다. 볼프는 ‘회귀’의 기능장애로 해야 할 것은 하지 않는 ‘나태’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는 ‘강요’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어떠한 현상이든 그 상태를 정확한 용어로 ‘명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볼프를 통해 우리는 기독교인들이 범하고 있는 죄의 모습을 분명하게 이름 붙일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여겨왔던 기독교인들의 그릇된 행태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힘을 가진 존재가 되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성경에서 보여지는 하나님의 다양한 모습 가운데 극히 일부의 모습인 정의로운 하나님의 이미지만을 받아들인다. 정작 십자가에 달린 예수, 겸손한 예수, 섬김의 예수를 따르려고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가장 큰 통찰을 얻게 되었다. 인간은 거룩하여져야하고 하나님을 닮아야하지만,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이 중에 하나가 폭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또한 그리스도인은 힘으로 지배하며 강압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를 따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따르고 싶고 쉬운 방식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뜻을 쫓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사회현상은 복잡다단하다. 그 가운데 대처하는 우리의 행동양식도 매우 다양하다.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해야 하는 과제는 시대의 흐름에 비판없이 대처하여 전적으로 문화를 수용하거나, 분리주의적으로 대처하여 사회를 적으로 돌리는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리들이 해야 할 행동은 비판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이 사회에서 지혜롭게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는 것이다. 또한 그 가운데서 우리의 중심에 십자가와 그리스도가 있어야 함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면서도, 공적 영역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적절한 참여를 모색하고 함께 대화해야 함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프는 어떻게 그리스도인들이 대안을 제시하고 참여할지에 대한 통찰을 적실하게 주고 있다.


2부에서 볼프는 본격적으로 ‘왜 우리가 공적신앙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다원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야 할지 힘겨움을 느낀다. 그들은 나름의 대안으로 세상과 분리되어 세상 문화를 적대시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이는 보수적인 신앙관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주로 택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적당히 세상의 문화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대체로 자유로운 신앙관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문화에 별다른 거리낌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공적영역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목소리를 내고, 어떠한 방법과 모습으로 참여를 할 것인가는 최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는 탄핵정국과 촛불혁명 가운데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대안을 실제로 보여준 대한민국의 최근 상황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 다수 기독교인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하면서 정작 기득권의 입장을 대변했던 몇몇 지도자들의 그릇된 행동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의 공적 참여에 대한 성경적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우리는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떠한 방법을 제시해야 할까? 볼프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자신이 속한 곳에서 그 곳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면서도 다르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어진 문화 가운데서, 그 문화를 조금씩 변혁시키는 것이다. 리처드 니버(H. Richard Niebuhr)가 『그리스도와 문화』(Christ and Culture)에서 제시하는 다섯 가지 유형도 결국 시대의 흐름 가운데 어떻게 적절하게 문화에 대응할지에 대한 응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경적이고 신학적인 대안은 고정되고 불변하는 대답이라기보다는, 그 시대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적절하게 응답하는 자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프는 다원주의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 시대에 가장 적절한 대답이 무엇인지에 대해 성경적이고 신학적인 접근 방법으로 응답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이러한 태도를 통해서 『광장에 선 기독교』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 이전에 신학자로서의 올바른 자세를 배우게 된다. 즉 시대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모습과 치열하게 배우고 알아가려고 하는 자세를 엿보게 된다.


볼프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점은 철저하게 그리스도 중심적이면서도, 종교와의 대화에 열린 태도일 것이다. 그는 신앙인들이 다른 종교의 경전에 대하여 ‘해석학적 호의’를 베풀고 서로 선물을 교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종교간 대화의 방식은 배타적인 태도를 버리고, 상호 이해하며 경청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볼프는 종교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정치적 기획으로서의 다원주의를 제안하면서, 공적 영역에서 세속적인 문화가 아닌 각 종교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각 종교는 진리의 문제에 대해 일단 유보하고, 사랑과 관용을 통해 공적영역에서의 연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갈수록 한국사회에서도 종교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볼프를 통해 공적 영역에서 기독교가 어떠한 자세로 살아야하며,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된다. 그리스도인들은 철저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내적으로 진리에 발붙이고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외적으로는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와 존경의 마음으로 대화와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하여 공적 영역에서 세속적인 문화와 갈등과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를 타파하고, 연합과 상호 이해와 사랑함이 더욱 인정받고 강조되는 세상으로 변혁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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