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프레디 학교를 구하다 ㅣ 북멘토 가치동화 41
닐 카메론 지음, 최효은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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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인가 얼핏 본 기사에 고령자들이 자신이 죽고 나면 함께 살던 로봇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염려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인간의 말을 주고 받지 못하는 동물도 귀한 가족이 되는데, 어쨌든 인간의 목소리로 말을 하는 로봇에 감정이 투사되는 건 어느새 당연하게 느껴진다.

 

인공지능의 변화 속도를 보니, 내가 아는 바로도 인간보다 자기객관화와 재구성 능력이 뛰어나고 외모 역시 상당할 정도로 근접했다. 뒤로도 걷고 관절도 아주 부드러워졌다. 내 노후의 풍경에 인공지능 로봇이 유일한 가족일지 모를 일이다.

 

이 책은 2010년에 원작이 출간되었는데 설정 자체가 현실전복(?)적이다. 그림도 이야기도 아주 재밌어서, 세상모르고 책에 빠져들던 어린 시절이 철없이 또 그리워진다. 읽는 내내 행복하고 꿈에서 체험도 하던 초능력자였던 한 때.

 

위계의 정점에 있는 옥스퍼드 대학 내 상주하는 만화/이야기 작가의 존재는 유쾌하고 신기한 괴리이다. 그는 가치동화/창작동화라는 형식 안에서, 규칙과 개성, 공동체와 개인 사이의 갈등 발생 시 우선 가치를 질문한다.


 

개성적이고 엉뚱하고 재밌고 당연히(?) 영국식 유머가 가득하니 아이에게 빨리 넘기기 아쉬운 책이다. 어린이다움을 가진 로봇이라는 존재도 참 매력적이다. 성장과 노화가 없는 생산품에 작가가 아니라면 누가 이런 상상을!

 

언급했듯이, 형식만 그렇고 실체는 철학이다. 나만의 답을 찾으려면 한참 걸으면 고민해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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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뭐지! - 2021년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스페셜 멘션작 ㅣ 북멘토 그림책 5
하오 슈오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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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만 있는 그림책을 본 기억이... 물론(?) 안 난다. 그림만 있는 그림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억력 문제이다. 말을 안 해도 글로도 수다를 떨 수 있고 독서로도 수많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참 오랜만에 고요 속에 책을 ‘보았다’.

 

예전에 왜 미사를 ‘본다’라고 하냐고 물었더니, 문자 교육이 확대되기 전에 라틴어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었겠냐고, 대부분은 미사 행위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대답을 들었다.

 

라틴어도 유럽어도 아닌 한국어에도 그 역사가 담겨서 놀랍고, 생각해보면 환란의 역사를 살아오며 다른 여러 이유로 문자 교육을 받지 못한 분들이 적지 않은 것이 우리 역사와 현실이기도 했다. 어려서 몰라서 상대가 못 알아들을 이야기를 태연히 한 적이 많았을 거란 뒤늦은 짐작을 해본다.

 

이 책은 그런 의도는 아니지만, 그림만 있는 책이라 특별하고 좋다. 속된 말로 덕분에 가성비가 최고다. 그림을 보고 이야기책을 수백, 수천 권을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상상력이 좋은 독자라면. 도전은 재미있을 것이다.

 

책과의 조우도 엄청 마음에 든다. 우연한 발견!


 

‘하오 슈오’ 작가의 책은 한국에 이 한권 밖에 없다. 북멘토에서 출간해주시는 책들에 관심이 급증한다. 지친 주말에 선물로 받은 책들과 더불어 편안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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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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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범죄 피해자들 중 인천 지역 청년들의 사망 소식들... 여러 해 전부터 부동산 조사할 때마다 어떻게 한 개인이 백여 채나 수백 여 채가 넘는 부동산 소유주일 수 있는지 문제 제기는 있었고 포괄적으로 다룰 법은 없었다.

 

피해가 본격 가시화되고도 발의된 ‘전세사기 방지법’은 상임위원회도 통과 못했다. 응급 처방이 어떤 실질적 구제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부디 뭐라도 조금이라도.



 

거의 모든 종류의 범죄 피해자들이 2차 가해 여부와 상관없이 자책에 시달리고 전 과정을 계속 복기하며 자신을 원망하고 자신을 벌한다고 한다. 자기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피해로 인한 현재 상황까지 수치심이 개입한다고 한다. 고통에 괴로움을 더한 지옥일 것이다.

 

“수치심은 언어나 종교처럼 내면에 깊게 자리 잡는다. 또한 머릿속에도 장벽을 세운다. (...) 어떤 기회나 즐거움, 사랑이 와도 몸을 움츠린다. 수치심은 그렇게 삶을 잠식한다.”

 

사정을 잘 아는 가까운 사람이 있다면 조금은 더 나을까. 차마 읽기가 두려운 기사를 열어보니 한 명은 부모에게도 괜찮다고만 했다고.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수치심이 반응한 것도 같았고, 해결 방법이 없다고 느낀 절망도 있었다.

 

“문제를 숨기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수치심 때문에 생기며, 상황을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종류의 재능이 있고 수완이 뛰어난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남을 돕거나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사용하지 않고, 타인을 이용해 이익을 갈취하려하면, 가장 절박한 사람들이 가장 쉽게 이용당한다. 피해자 다수가 20-30대...

 

착취에 약탈도 가능하고 방치되는 사회경제구조, 이 책에서 선명하게 설명된 수치심 머신이 약자를 집요하게 공격하는 방식으로 범죄 사건을 찬찬히 보니, 견고함과 무자비함에, 끝나지 않았을 지도 모를 비보에 두렵다.

 

개인으로서 나는 가해에 동참하지 않도록 경계하고 주의할 것이다. 수치심을 그런 경계와 주의의 도구로 활용할 것이다. 단 이런 구조적인 범죄 해결에는 정부의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많이 늦었지만 한시라도 빨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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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소방관 심바 씨 이야기
최규영 지음 / 김영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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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생각을 하면, 흐리고 비 오는 봄날이 반갑고 안도가 된다. 뭘 해야 할지 몰라 무기력한 막막함도 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화재 속 막막함을 생각하면 비교할 길이 없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고 마는 재난을 당하고 ‘피난’을 가야했던 분들에 대해 현직 소방관인 저자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어두운 감정들을 동반하는 것이 화재’라고 한다.


 

이전에 다른 일을 했을 때는 ‘감사 인사’를 받기보다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고, 현장에 도착하기만 해도 고맙다고 해주는 직업이라는 것이 고맙다고 한다. 활활 타오르는 공포가 몸을 얼어붙게 하는 현장에서, 다른 누가 불 속으로 뛰어 들어 타인의 생명을 구해낼 수 있을까.

 

“평범한 날을 살아가다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아직도 충격적이다. 그날 우린 다 같이 보통 날을 살았고 서로의 속도가 달랐을 뿐이었다.”


 

무섭고 두렵고 어려운 남의 사정 이야기를 듣고 달려가고 해결해주는, 걱정을 덜어주는 직업은 성스럽다. 매일 도움을 청하는 누군가를 어떻게든 돕는 일은 다를 바 없이 고단하고 피로하고 더할 수 없이 힘들고 위험하겠지만, 자주 많이 행복할 것도 같다.

 

알다시피 소방관firefighter는 화재 관련 일만 하지 않는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그렇다. 저자는 출근해야 그날의 업무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요구에 따라 다양하게 변신한다고. 나무가 쓰러지면 목수가, 누군가 산에서 실족/부상당하면 들것을 멘 산악인이 된다.

 

작업의 강도와 현장의 심각성도 다양하다. 어느 날은 땀에 젖은 채로, 다음 날은 피에 젖은 채로. 또 다른 날은 검댕이 재투성이가 된 채로.

 

“옷에 피 묻히는 직업을 후회하지 않는다.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내 몸에 묻은 피가 짧고 강렬하게 피고 졌던 한 인간의 꽃잎이라 생각하면 더럽지 않다. 죽은 사람의 얼굴이 꿈속에 나올까 겁내지도 않는다. 내가 그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사진기라 생각하면, 피 묻은 방화복은 더 이상 섬뜩하지 않다.”

 

소방관인 저자가 감정적인 충격을 덜어내기 위해 쓰기 시작한 글이, 타인의 사고와 불행을 글감으로 쓰는 일을 거듭 생각하며 써 나간 글이, 마치 찬란한 봄날 즐겁게 뛰어노는 듯한 표지로 출간되었다. 좋다.


 

이런저런 이유로 오늘은 더 가라앉은 독자지만 도저히 웃지 않을 수 없었던 여러 사례들 덕분에 웃다보니 삶이 살짝 부풀어 올랐다. 화가 난 소에 쫓기고 돼지가 힘이 다 빠질 때까지 함께 뛰고.

 

늘 감사하고 응원하고 가능한 더 많은 처우개선을 바란다. 계속 써주시면 좋겠다. 글로 다시 만나 뵙고 싶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무언가를 꾸준히 실행하는 사람. (...) 겹겹이 시간을 쌓아가는 모습은 사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 꾸준히 이상하면 진심이란 것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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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미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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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오랜만에 기억나는 꿈을 꾸었다. 현실의 기상 시간이 다가오는 걸 꿈에서도 알고 깨기 싫어 눈물이 났다. 언제 다시 만나냐고 우는 나를 달래던 할머니는 개학 전 헤어지기 싫어 울던 어린 나를 달래시던 생전과 같았다.

 

울면서 깨었지만, 그리움이 통증처럼 박힌 느낌이지만, 행복했다. 집도 세상도 흐리고 어두워 다행이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세상의 삶과 죽음이 분간하기 더 어려워진다. 탄생도 소멸도 그 사이의 무수한 감정도 모두모두 찰나의 빛.

 

젊은 작가들 글로 채워진 작품집에서... 고모가 돌아가셨다고 이야기가 시작되었지, 자살을 하려고 했다가 다시 살아보자고 했다가 그렇게 어이 없이 죽었지, 그런 내용들이 줄줄 기억난다. 죽음은 일상의 사건처럼 닥치고. 누군가는 죽은 이의 이름과 나이를 물려받아 평생을 살기도 하고.

 

이렇게 요약하면 작가들이 애써 복원한 서사들이 다시 납작해지니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잠이 덜 깨고 꿈에서 못 벗어난 채로 다시 졸리는 시간에 읽은 것을 헷갈리며 쓰는 내 탓이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다.”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몰라서 나무로 만든 종이책들을 중독자처럼 읽고 기록하는 일상은, 연필로 만든 샌드위치를 씹고 삼키는 식이장애와 너무 닮아 있다. 뭐가 더 악몽인가. 매일 밥상을 차리는 일만이 경건한 지옥이다.

 

“뭐라도 먹어야지.”

 

내 조상들은 본가를 달갑게 물려받으려 하지 않고, 제 삶 추스르며 살기도 종종 버거워하는 후손들 생각에, 짐만 될 자개장을 모두 처분하셨다. 기억 속 자개장들이 순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이 있는 줄 단 한 번도 시험을 못해봐서 원통하다.

 

이런저런 계산도 말고, 존재하지 않는 과거나 아무도 모를 미래도 염려하지 말고, 현재의 삶을 활짝 펼치고 바삭하게 말리며 호쾌하게 웃으며, 그렇게 살았던 시간들이 세대를 이어온 아무개 여성들의 풍경이기도 했으면. 박완서 작가님이 묘사한 그 유쾌한 한 때의 정경이 그립다.

 

사는 일 자체가 모든 혼란인 와중에 어린 나를 사랑해준 할머니께서 바스락 밝은 한복을 입고 다정하게 쓰담쓰담 해주셔서 지난 밤 꿈속에서 완벽하게 행복했다. “이상하다 이렇게 살아 있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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